국민의힘 서울특별시당이 대변인단을 발표한 가운데 현직 언론사 임원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를 보면 신임 부대변인 이름으로 최근까지 기사를 작성했지만 실제로는 본인이 기사를 작성하지 않고 이름(바이라인)만 빌려준 경우도 있었다. 

국민의힘 서울시당은 지난 27일 대변인 6명(옥재은·김용식·황규환·김경석·최정아·김현기)과 부대변인 33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일부 부대변인의 경우 전·현직 언론인 신분이었다. 

미디어오늘 취재결과, 서울시당이 주요경력을 ‘타임뉴스 회장’이라고 알린 우진우 부대변인은 현재 타임뉴스에 기사를 작성하고 있었다. 현직 언론사 임원, 언론인이 정당활동을 할 경우 취재윤리 위반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우 부대변인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타임뉴스에) 고용돼서 일하는 게 아니라 이름만 회장으로 걸어놓은 것”이라며 “간혹 타임뉴스에서 내 이름으로 기사를 내는 경우가 있는데 내 동의하에 하는 것이고 내가 못 쓰게 하면 안 쓴다. 그럼 괜찮다”고 말했다. 우 대변인은 이어 “최근 기사는 지난해 9월일 것”이라고 말했지만 며칠 전인 지난 24일까지 ‘우진우 기자’의 기사가 있다. 

▲ 타임뉴스에는 최근까지 우진우 국민의힘 서울시당 부대변인 바이라인으로 기사가 올라와있다
▲ 타임뉴스에는 최근까지 우진우 국민의힘 서울시당 부대변인 바이라인으로 기사가 올라와있다

 

우 부대변인이 타임뉴스에 이름만 빌려주고 자신이 기사를 작성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고 직책도 달랐다. 타임뉴스 홈페이지에는 회장을 박아무개씨라고 소개하고 있다. 김정욱 타임뉴스 대표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우 부대변인은) 명예회장”이라며 “월급은 받지 않는다”고 했다. 김 대표는 “언론사 형편상 지방 언론사들이 힘들니까 서울에서 보도자료 올라오는 것을 조금씩 (우 부대변인 이름으로 지방 지사에) 배정을 해서 올린다”고 말했다. 

타임뉴스는 지역지사장 모집 게시글에서 “본사에서 하루 20건 보도자료를 무료로 송출해드린다”며 “신문사 운영에 가장 힘든, 기자가 없이 편하게 타임뉴스 지사장님이 되어 보세요”라고 공지하고 있다. 지역 지사를 운영하려면 기자를 고용하거나 지사장이 직접 기사를 일정량 작성해야 하는데 보도자료 인용한 기사를 본사에서 대신 작성해주니 수월하게 지역지사를 운영할 수 있게 해준다는 뜻이다. 

타임뉴스는 “타임뉴스 기사는 다음 뉴스에 자동 송고된다”며 “포털 ‘다음’에 지사장님 이름으로 기사가 송출되어 전국에 알릴 수 있다”고도 했다. 실제 타임뉴스에는 ‘우진우 기자’ 바이라인으로 ‘의성타임뉴스’, ‘청송타임뉴스’, ‘서울타임뉴스’ 등 서울뿐 아니라 지방의 지사 소식을 보도해왔다. 

김 대표는 “(우 부대변인에 대해) 신문사를 만들고 초창기에 지사를 넓히는 등의 활동을 도와준 인연”이라고 소개했다. 우 부대변인은 “시당에서도 활동했고, 보궐선거·당대표선거 등 정당 생활을 오래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 타임뉴스 홈페이지 갈무리
▲ 타임뉴스 홈페이지 갈무리

 

주요경력에 전직 언론사 회장으로 소개했지만 실제 현직 언론사 대표인 경우도 있었다. 

서울시당이 발표한 김태정 부대변인의 주요경력은 ‘前 연합경제TV 회장’이다. 그러나 연합경제TV 홈페이지를 보면 발행인과 편집인이 모두 ‘김태정’으로 돼 있고, 신문사 소개에서도 ‘연합경제TV사장 김태정’이라고 했다. 김 부대변인이 가장 최근 작성한 기사는 지난 27일자 보도였으며, 연합경제TV에서 최근 6개월간 정치 기사를 작성한 사람은 김 부대변인이 유일했다. 

현직 언론사 대표 자격으로 정치활동에 나서는 것이 부적절해 전직 언론인처럼 기재한 건 아닐까. 김 부대변인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사장이랑 회장이 따로 있는데 내가 회장으로 있다가 사임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 연합경제TV 홈페이지 갈무리
▲ 연합경제TV 홈페이지 갈무리

 

김 부대변인은 “서울시당 부대변인이니까 서울시당 기사를 다루지 않으면 문제가 없을 것 같다”며 “너무 치우친 기사나 시비거리가 있을 때 영향력을 끼치면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수석대변인이나 대변인이면 몰라도 사실상 부대변인은 영향력도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부’대변인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해명이다. 

국민의힘 서울시당에서 나오는 기사거리가 많지 않으니 큰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했다. 김 부대변인은 “기사거리는 (국민의힘) 중앙당에서 대부분 나오지, 서울시당은 거의 보도자료나 논평 정도”라고 말했다. 

‘현직 발행인·편집인의 정치활동이 부적절하지 않느냐’고 재차 묻자 “보도자료에 전 회장이라고 나와있는데, (미디어오늘이 나를) 현재 발행인이라고 (기사를) 쓰면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며 “(미디어오늘 보도가)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국민의힘 로고
▲ 국민의힘 로고

 

한편 서울시당은 고영찬 부대변인의 주요경력을 ‘前 한국경제신문 기자’라고 소개했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고 부대변인은 한국경제신문에서 일한 적이 없었다. 그는 지난 2월부터 한달간 한국경제신문이 아닌 한국경제 계열사인 한경닷컴에서 인턴기자로 일했다. 이후 최근까지 한국공제신문 기자로 일했다. 고 부대변인이 지난 14일까지 한국공제신문에서 기사를 작성했다. 고 부대변인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부대변인으로 지원하면서 그만뒀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국민의힘 서울시당은 부대변인으로 조희자(마포신문사 편집위원), 이경민(인터넷 방송인), 김승주(정치 뉴스레터 ‘이퀄리스트’ 대표) 등 총 33명을 선임했다. 서울시당은 “다양한 목소리를 담고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대변인단을 계속 공개 모집을 통해 추가 영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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