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일하는 50대 초반 이아무개씨는 얼마 전 카카오택시를 이용하며 “시사방송 듣는 게 낙”인 택시기사를 만났다. 그런데 “이제 운행 중에는 라디오도 못 듣는다. 손님이 타면 꺼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카카오모빌리티 홍보팀 관계자는 “카카오T 블루처럼 가맹 택시의 경우 카카오 브랜드로 만드는 프랜차이즈다. 고객들께서 택시를 탔을 때 정치적 이야기를 하는 것에 불편함을 갖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동 중 고객이 편하게 이동할 분위기를 주기 위해 클래식 방송을 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가맹 택시는 올해 2분기 기준 2만6000대 정도다.
이 관계자는 “시사 라디오프로그램을 듣는다고 해서 제재는 없다. 하지만 고객과 언쟁이 생기거나 불편신고가 접수되면 (청취 여부를) 알게 될 수 있다”고 전하면서 “기사님들의 운영 가이드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택시는 이동에 대한 서비스업이다. 고객에게 제공되는 서비스 품질 관리에 있어 기사님들도 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아무개씨 의견은 조금 다르다. 이씨는 “내가 만났던 기사님은 혹시나 들었다가 불이익이 있을까 봐 못 듣는다고 하더라”고 전하며 “승객 입장에서 정치적으로 기사분들이 워낙 떠들면 대답하기 싫을 때가 있지만 기사들에게 운행 중엔 음악방송만 들으라는 건 압박이고 권리 침해로 느껴진다”고 밝혔다.
구수영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위원장은 이 같은 ‘가이드’에 분개했다. 구수영 위원장은 “뭘 듣고 뭘 듣지 말라는 것까지 권고하는 건 과도하고 비상식적이다”라고 말하면서 “요즘은 기사들도 승객들과 정치 얘기 안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기사 입장에선 승객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라디오를 틀어주는 게 맞는 건데 누가 시사를 좋아하고 클래식을 좋아하고 뽕짝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나”라고 되묻기도 했다.
지상파에서 라디오PD로 일하는 30대 중반 최아무개씨는 “택시기사도 듣고 싶은 걸 들을 수 있는 자유가 있는데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 같다. 뭘 듣도록 강요하는 것보다는 (택시기사가) 승객에게 말을 걸지 않게끔 하는 게 필요하다. 클래식을 틀어줘도, 말을 거는 게 문제다. 뭐가 흘러나오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