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일하는 50대 초반 이아무개씨는 얼마 전 카카오택시를 이용하며 “시사방송 듣는 게 낙”인 택시기사를 만났다. 그런데 “이제 운행 중에는 라디오도 못 듣는다. 손님이 타면 꺼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카카오모빌리티 홍보팀 관계자는 “카카오T 블루처럼 가맹 택시의 경우 카카오 브랜드로 만드는 프랜차이즈다. 고객들께서 택시를 탔을 때 정치적 이야기를 하는 것에 불편함을 갖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동 중 고객이 편하게 이동할 분위기를 주기 위해 클래식 방송을 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가맹 택시는 올해 2분기 기준 2만6000대 정도다. 

이 관계자는 “시사 라디오프로그램을 듣는다고 해서 제재는 없다. 하지만 고객과 언쟁이 생기거나 불편신고가 접수되면 (청취 여부를) 알게 될 수 있다”고 전하면서 “기사님들의 운영 가이드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택시는 이동에 대한 서비스업이다. 고객에게 제공되는 서비스 품질 관리에 있어 기사님들도 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카카오택시.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택시. ⓒ카카오모빌리티

그러나 이아무개씨 의견은 조금 다르다. 이씨는 “내가 만났던 기사님은 혹시나 들었다가 불이익이 있을까 봐 못 듣는다고 하더라”고 전하며 “승객 입장에서 정치적으로 기사분들이 워낙 떠들면 대답하기 싫을 때가 있지만 기사들에게 운행 중엔 음악방송만 들으라는 건 압박이고 권리 침해로 느껴진다”고 밝혔다. 

구수영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위원장은 이 같은 ‘가이드’에 분개했다. 구수영 위원장은 “뭘 듣고 뭘 듣지 말라는 것까지 권고하는 건 과도하고 비상식적이다”라고 말하면서 “요즘은 기사들도 승객들과 정치 얘기 안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기사 입장에선 승객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라디오를 틀어주는 게 맞는 건데 누가 시사를 좋아하고 클래식을 좋아하고 뽕짝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나”라고 되묻기도 했다. 

지상파에서 라디오PD로 일하는 30대 중반 최아무개씨는 “택시기사도 듣고 싶은 걸 들을 수 있는 자유가 있는데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 같다. 뭘 듣도록 강요하는 것보다는 (택시기사가) 승객에게 말을 걸지 않게끔 하는 게 필요하다. 클래식을 틀어줘도, 말을 거는 게 문제다. 뭐가 흘러나오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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