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MBC 취재진의 경찰 사칭에 관해 “과거에는 굉장히 흔한 일”이라고 옹호한 데 대해 발언 논란이 빚어지자 “비례의 원칙에 비춰봤을 때 과하다는 뜻이고, ‘별 거 아니다’라는 식의 발언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게 안타깝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12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 아침’에 출연해 “기자가 수사권이 없으니까 경찰을 사칭한 것으로 보인다. 나이가 든 기자 출신들은 사실 굉장히 흔한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이날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당연히 기자가 경찰을 사칭하는 것이 현행법상 금지돼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이것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사안의 경중을 따져봤을 때 대통령 후보(윤석열)가 직접적으로 (기자를) 고발했다는 것이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사칭이 공익을 해치는 것이기는 하지만 사칭을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누군가에게 위협을 가하거나 사칭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정보가 큰 해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MBC 취재 내용과 관련해 “그저 전아무개씨(윤 전 총장의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박사 논문 지도교수)가 어디로 갔느냐 정도의 정보가 아닐까 (추정한다)”고 덧붙였다.
MBC 취재진은 지난 8일 야권의 대선후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박사 논문 표절 의혹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경찰을 사칭했다.
김씨 논문을 지도한 교수의 과거 주소지를 찾은 MBC 취재진은 해당 집 앞에 주차된 차량의 주인이자 현재 집주인인 A씨와 통화하며 교수에 관한 정보를 취득하려 했고, 이 과정에 자신들의 신분을 ‘경찰’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12일 논평을 통해 “이번 사안은 명백한 범법 행위이며 심각한 취재윤리 위반이다. 채널A 취재윤리 위반 행위를 앞장서서 비판했던 MBC가 실질적 피해자인 윤석열 전 총장을 빼놓고 사과하는 좀스러움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양 대변인은 김 의원의 MBC 옹호 취지 발언에 대해서도 “정치적 이익을 위해 취재윤리 위반 행위까지 옹호하는 것은 현장에서 땀 흘리는 일선 기자들을 모욕하는 행동”이라며 “김의겸 의원은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일선 기자들에게 사과하고, 사법당국은 언론윤리 확립과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이를 엄정히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국민의힘 논평과 관련 “이번 MBC 사태를 지난 채널A 이동재 기자 사건과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의힘 논평은) 윤석열 후보를 감싸기 위해 하는 말”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김 의원은 “(윤석열 전 총장은) 지난달 29일 대선후보 출마 선언을 했는데 그때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스스로 말을 해놓고서 그 첫 검증을 막으려고 한 것 자체가 문제다. 예비 후보 등록하는 날 (기자에 대한) 고발부터 한다는 것이 이번 사태에서 나타난 더 큰 문제”라며 “만약 검증에 적극적으로 응하려고 한다면 지금 MBC가 경찰 사칭을 했네, 마네로 고발을 하고 논란이 되고 있는 배우자의 논문에 관해 기자회견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일선 기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국민의힘 비판에 대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