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20주년을 맞은 시민방송 RTV가 ‘존폐’의 기로에 섰다. 주류 방송이 외면하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방송 접근권을 보장한다는 슬로건으로 2002년 설립돼 개국 이후 해마다 12억 원가량 정부 지원을 받으며 운영되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인 2008년부터 공익채널 심사에서 탈락하고 정부 지원마저 중단되면서 여러 차례 폐업 위기에 처했다. 현 정부 들어 방송통신위원회가 RTV를 10년 만에 다시 공익채널로 지정했지만 경영적 어려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4일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주최한 RTV 관련 국회간담회에서 박대용 RTV 이사장은 “창립 20주년이 되었지만 시민방송은 10여 년 전 상처에서 아직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정부에서 RTV는 뉴스타파와 고발뉴스 콘텐츠를 편성했고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한 ‘백년전쟁’을 방영하고선 6년만에 방통위의 징계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도 받았다”며 소회를 밝혔지만, “그간 송출대행료 미납액이 8억 원 수준으로 쌓였다. 지난해 통장이 가압류되며 운영이 마비됐고, 미납금을 갚지 못하면 영업권을 송출대행사가 가져갈 수 있는 상황”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박 이사장은 “RTV가 위성방송·케이블TV에는 나오지만, IPTV에는 나오지 않는다. 유료방송에서 IPTV 점유율이 50%를 넘긴 상황인데 ‘퍼블릭액세스’를 규정하고 있는 방송법 70조 7항이 IPTV법에는 빠져있다”며 “지금이라도 70조7항을 IPTV법에 준용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어 “RTV가 앞으로도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소외받는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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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국회에서 열린 RTV 창립 20주년 간담회에서 박대용 RTV이사장(오른쪽)이 발언하는 모습. ⓒ정철운 기자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RTV 안팎의 현실이 매우 어렵고 뾰족한 대안을 찾기도 어려워 보인다”면서도 “향후 RTV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RTV 논의) 초기에는 국민주방송추진위원회가 있었다. 시민의 종편을 목적으로 출발했던 것 같다. 다음에는 시민 영상 전문 채널이라는 공동 목표가 수립되었던 같다. 지금은 시민 종편도, 시민영상 전문채널도 어려워 보인다”며 “현재 시민 미디어 영역에서 콘텐츠 주체들에게 앞으로도 RTV가 플랫폼으로서 역할이 타당할지 지지를 얻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동찬 정책위원장은 또한 “유료방송PP라는 (RTV의) 지위에 근본적 의문이 있다. IPTV 진출은 단기적인 대책에 불과해 보인다”며 “시민참여 방송과 같은 공적 서비스를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유료방송사업자에게 맡기는 게 가능한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RTV는 KT스카이라이프에서 179번, 딜라이브에서 253번, 현대HCN에서 352번이다. 그는 “낮은 시청률에 채널 번호 배정 등으로 공익적 실효성과 접근성 문제가 있다”며 “시민방송을 공공서비스로 전환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디지털에 맞게 퍼블릭액세스 개념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민방송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공영방송과 함께 RTV가 보수정권의 정치적 희생양이 된 측면이 있다”고 전한 뒤 “지금 뉴스타파 고발뉴스 팩트TV 등을 편성하긴 했지만 기존 방식으로 존재가치를 증명하기는 어렵다.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 맞는 모델을 발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필모 의원 또한 “RTV가 유료방송 채널을 굳이 고집할 필요는 없다. OTT로 갈 수도 있다”고 말하며 “RTV가 플랫폼을 다양화하면서 유통 비용은 최소화하는 방안을 구상해야 한다. 국회에선 법·제도로 뒷받침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RTV가) 꼭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된다면 위상을 법적으로 보장해야 하고 재원은 공적 지원구조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20년 전 RTV 개국 과정에 참여했던 김광범 EBS 학교교육본부장은 “처음 RTV가 논의되던 시기는 종편도 없었고, 유명한 PP도 없었다. 이젠 시대가 달라졌다”고 전하며 “RTV가 어떤 목표를 가져갈지, 방향성과 콘텐츠에 분명한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국내에 미디어리터러시 전문 채널이 있다고 하기 어렵다”며 “시청자미디어재단에서 미디어교육 전문 채널을 RTV에 위탁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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