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보여주기식 아닌 ‘나만의 장례식’이 뜬다
보여주기식 아닌 ‘나만의 장례식’이 뜬다
[인터뷰①] 유종희 꽃잠 대표, 작은장례식·나만의장례·무빈소장례까지 100인 100색 장례상품 제공
“장례식 조문객 수 계속 감소할 것, 장례문화 변화중”…어린고인, 여성상주, 장애인유족 고려해야

“장례식이란 결국 한 사람의 삶, 특히 ‘정상가족’의 삶을 평가하는 최종 시험장이 아닐까? 결혼으로 맺어진 친족 관계를 잘 유지했는지, 자식을 몇명 낳고 얼마나 번듯하게 키웠는지, 자식의 결혼·출산 여부, 직장·사회적 지위가 어떠한지가 장례식의 번듯함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정수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원, 지난 2018년말 비마이너 기고)

장례는 남은 자들의 의식이다. 이별의 아픔, 마지막이라는 생각과 모종의 부채감, 죽음 앞에 격식을 차려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장례식에 감히 딴지를 걸지 못한다. 그러는 동안 오랜 가부장 문화가 보존됐다. 숭고해진 유족들 마음에 이윤의 논리가 파고든다. 장례식이 처음인 사람들은 무엇이 필요하고 대충 얼마의 비용이 드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조문객 맞이로 정신없는 유족은 뭔지도 모른 채 업체의 권유대로 지갑을 열기 바쁘다. 

많은 장례업체가 같은 3일장인데도 가격 차가 있는 서너가지 상품을 제시한다. 장례 중간에도 선택의 순간은 이어진다. 유골함을 비용에 따라 여러 개를 제시하면 유족들은 ‘제일 저렴할 걸 하기엔 고인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장례비용에 거품이 포함되는 원리다. 한때 장례업계에는 ‘상주 등에 빨대를 꽂고 빨아먹는다’는 말까지 있었다. 

허례허식을 줄인 작은결혼식, 개성을 살린 나만의 결혼식이 퍼지고 있다. 장례업계에도 ‘작은장례식’을 표방하며 여건에 맞는 형태의 장례를 만들고, 죽음의 전후까지 함께 고민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2017년 11월 창업한 ‘꽃잠’이다. 

꽃잠은 ‘깊은 잠’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유종희 꽃잠 대표는 “일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영원히 기억될 깊은 잠”이라고 재정의했다. 기존 3일장을 포함해 빈소를 하루만 빌리거나 빈소가 없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나만의 장례를 같이 기획하거나 유족들의 치유에도 함께 하는 스타트업이다. 지난 4일 미디어오늘은 유 대표를 만나 작은장례식을 시작한 계기를 물었다. 

▲ 유종희 꽃잠 대표. 사진=유종희 제공
▲ 유종희 꽃잠 대표. 사진=유종희 제공

 

그는 “작은어머니가 고독사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며 “가정형편상 사촌동생들과 형제처럼 지냈기에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고 했다. 죽음·장례에 대해 자료를 찾다가 많은 이들이 장례비용이 부담돼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다는 걸 알았다. 고독사·무연고, 더는 자신과 먼 얘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2017년 창업 당시엔 생소했던 ‘작은장례식’, ‘엔딩플래너’ 같은 말을 그가 쓰기 시작하면서 널리 퍼졌다.

지난해 을지대에서 장례의과학 석사학위를 받는 등 전문성을 쌓고 있지만 유 대표는 원래 독립영화감독을 꿈꿨다. “예술가를 동경하고 예술가가 되고 싶었다. 그러다 장례식을 보면서 한편의 예술같았다. 특히 입관식은 고인이 주인공이고 가족들이 관객인 연극이라고 생각했다. 장례지도사는 그 무대의 연출가다.” 

꽃잠에는 그와 함께 플로리스트, 문화예술교육 분야에 있던 직원들이 함께한다. 이들에게 장례는 한편의 예술이다.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장례식을 만들게 된 배경이다. 유 대표는 “빽빽한 화환에 따라 얼마나 영향력이 있었나 과시하는 면도 있고, 형식적인 조문이나 조문객 맞이에 급급해 고인에게 집중할 수 없다”며 기존 장례문화를 비판했다. 

코로나로 더 확산한 작은장례식  
 
꽃잠에선 고인과 유족 형편에 맞게 기존 3일장(일반장)뿐 아니라 가족장(소규모 3일장), 하루장(빈소 하루 차리기), 화장식(무빈소 장례) 등을 선택할 수 있고, 장례식장 추천과 함께 가격도 사전에 공지한다. 보통 장례식장에선 전화상담으로는 비용을 알려주지 않는다. 정보화시대에 맞지 않게 정보비대칭성이 심한 업계 중 하나다. 

▲ 꽃잠 홈페이지 갈무리
▲ 꽃잠 홈페이지 갈무리

 

“점차 장례식장을 찾는 조문객 수는 감소할 거다. 조문객이 줄면 상주입장에선 장례비용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최근 많은 상주가 베이비붐 세대(55~63년생)인데 직장을 은퇴하기 시작했고 미취업 자녀를 돌보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핵가족화하면서 형제·자매가 없는 상주도 늘고 있다. 미리 장례비용을 설계해보는 고객은 많아지고 있다.”

코로나로 다수가 모이지 못하면서 장례 간소화에 관심은 더 높아졌다. (일각에선 비대면 장례도 진행한다.) 유 대표는 “과거에는 고인이 어린이, 장애인,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의 경우 수군거리는 게 불편해서 장례를 간단히 했다. 물론 코로나 이전부터 장례간소화가 진행됐지만 꽃잠에 2019년 대비 지난해 상담문의가 10배였다”며 “보통 전체 장례식 예산의 70%가 음식비용인데 사람을 부르지 않으면 장례비용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리서치뷰 조사를 보면 응답자 10명 중 6명이 코로나 이후 장례문화 변화(간소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가장 긍정적인 변화로 ‘가족장 등 새로운 장례문화 확산(37.9%)’, ‘식사 등 불필요한 문상문화 축소(27.1%)’, ‘검소한 장례문화 확산(18.3%)’, ‘문상객 감소에 따른 상주의 피로감 감소(13.8%)’ 등을 이유로 꼽았다. 유 대표는 “코로나 이후에도 저출생·고령화·저성장·1인가구 증가 등의 이유로 검소한 장례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관혼상제 중 제일 보수적인 건 ‘상(喪)’

그럼에도 변해야 할 게 많다. 죽음을 터부시하는 문화 탓일까. 유 대표는 “관혼상제에서 ‘상’이 제일 보수적”이라고 했다. 직계가족 중 아들이 없으면 딸 대신 다른 남성 친척이 상주가 된다. 여성 유족들은 조문객 음식대접하는 역할 정도가 부여된다. 또한 여전히 많은 기업에서 조부모상과 외조부모상에 대해 휴가일수 차이를 두고 있다. 

꽃잠에선 성차별 문화를 고려하고 있다. 

“여성 고객들은 이런 문화에 아쉬워하는 상담문의가 많다. 이에 현장에서 장례지도사들이 여성도 영정사진을 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 여성고객(딸)은 자신의 오빠가 있는데도 영정사진을 자신이 들고 싶다고 해서 화장장까지 들고 갔다. 상주가 차는 완장도 남성만 차고 여성은 한복 치마를 입고 리본을 꼽아 구별 짓는다. 상주는 똑같은 상주다. 유교적 관습에 벗어나지 않으면 여성 상주가 나오기 어렵다.” 

장례식에서 장애인이 배제되는 경우도 있다. 꽃잠에선 이 역시 고민하는 주제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분이 있었다. 생전에 자신을 많이 예뻐해 줬는데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이라서 집에서 마음 아프게 있어야 했다. ‘무장애장례’라고 해야 할까. 허들이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사전상담에서 가족 중에 몸이 불편한 분이 있는지 등을 조사해서 그분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장례식장으로 연결하고 장례식 이후 행정절차도 안내하고 있다.”

▲ 사진=게티이미지
▲ 사진=게티이미지

 

꽃잠에선 구독자들에게 뉴스레터(월간 꽃잠)를 보낸다. 지난해 1월 월간 꽃잠 중 “아이와 노인의 장례는 달라야 한다”는 표현이 눈에 들었다. 어떻게 달라야 하는지 물었다. 

유 대표가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현장실습에 갔을 때다. 초등학생 여자어린이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염습(시체를 씻기고 의복을 입히는 것)을 하며 어린아이를 꽁꽁 싸매고 어른들처럼 수의를 입힌 것을 보며 예쁘지도 않았고 마음이 불편했다. 수의 대신 그 어린이가 좋아하던 옷을 입히면 어떨까 싶었다. 입관식 멘트도 노인 중심이어서 아이를 보내는 가족들에게 위안이 되지 못할 것 같았다.” 

또한 유 대표는 “입관멘트는 종교별, 연령별로 다르게 하고 향후엔 어린이 전문 장례지도사를 육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장례지도사를 꿈꾸는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한 학생의 실습 경험이다. 20대 청년이 사망했다. 그 부모는 수의를 입히기 싫어했고 대신 아들이 농구를 좋아했으니 농구복을 입히고 농구아대와 농구화 등을 착용시켰다. 유 대표는 “당연히 수의를 입힌다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이 무서울 수 있다”며 “이런 인상 깊은 사례를 나누고 유족에게 의견을 요청하면 의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100명이면 100색의 장례식이 가능하다.

이처럼 자발적인 장례문화 개선 시도에 더해 제도개선도 필요하다.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장사업무 안내(지침)’을 혈연으로 맺은 가족이 아니라도 장례를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장사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해 사실혼 관계, 기존 연고자에 포함하지 않았던 친족, 오랜 기간 함께 살거나 주거를 같이해 돌봄을 제공한 경우, 사망자가 공증 등으로 장례주관자로 지정한 경우 등도 장례를 주관할 수 있다.

▲ 보건복지부 2020년 장사 업무 안내, 연고자 장례주관자 증빙서류
▲ 보건복지부 2020년 장사 업무 안내, 연고자 장례주관자 증빙서류

 

유 대표는 “장례주관자 범위가 확대됐는데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종종 구청직원들이 모르는 경우도 있어 홍보가 필요하다”며 “일본에는 반려동물도 가족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해 같이 묻힐 수 있는 자연장이 있고 유럽에서도 반려동물에게도 세금을 부여하지 않나. 앞으로 다양한 가구가 늘어나므로 가족의 범위도 더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가족장 정착…장례간소화 세계적 현상

현재와 같은 장례문화는 1980년대 일본의 장례문화가 부산을 통해 들어와 정착했다. 그렇지만 현재 일본과 한국의 장례분위기는 비슷하면서도 사뭇 다르다. 유종희 꽃잠 대표는 코로나 이전인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일본을 방문해 장례식장을 견학하거나 장례업체 대표들을 만났다. 이를 꽃잠에 적용하기도 했다. 

유 대표는 “일본은 현재 ‘주지도 말고 받지도 말자’는 문화가 자리잡았고 가족장 문화가 대세”라며 “평균 문상객 수가 40명 내외이고 도쿄의 경우 ‘직장’ 비율이 30%나 된다”고 말했다. ‘직장’은 빈소 없이 화장장으로 바로 가는 장례를 말한다. 

“일본도 장례비용구조가 불투명했다. 한국에서도 미리 장례비용을 알아보려고 장례식장에 전화를 하면 보통 ‘직접방문이 아니면 알려줄 수 없다’고 하고 상조회사는 ‘그냥 우리 서비스에 가입만 하면 걱정없다’는 식이다. 고객들이 듣고 싶은 말은 아니다. 비용도 그렇고 어떠한 절차들이 진행되나 궁금한 것이다. 일본도 이런 분위기로 상조장례회사들을 불신하기 시작했고 간소화된 정액 상품을 내놓는 기업이 2006년부터 나왔다.”

일본은 ‘다(多)사망사회’다. 한해 사망자가 약 130만명으로 한국의 사망자 수 약 30만명의 4배가 넘는다. 일본은 2005년 초고령사회(노인 인구 비율 20% 이상)에 진입했다. 상주의 고령화로 조문객 수가 줄고 자연스레 장례비용도 줄었다. 온라인 검색으로 가격 비교가 가능해지면서 거품이 빠진 측면도 있다. 한국도 5년 내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예정이다. 1인가구 등 가구구성 변화로 장례문화의 급격한 변화가 예상된다. 

장례 간소화는 세계적 현상이다. 

유 대표는 “미국에서는 원래 엠바밍(embalming, 시신 방부처리) 이후 고인을 조문객들이 보는 문화였는데 최근에는 녹색장례라고 해서 엠바밍을 장려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엠바밍은 혈액을 다 제거하고 포르말린을 넣어 시신의 부패를 늦추는 작업인데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미국에서도 화장 비율이 50%를 넘었고, 장례지도사를 불러 집에서 장례를 하기도 한다”며 “중국정부도 매장을 하지 말고 화장해서 바다에 뿌리는 수장을 장려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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