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2017년 4월 “시청자가 참여하는 독립적인 ‘수신료위원회(가칭)’를 설치해 공정하고 투명한 수신료 산정·징수·배분 등 관리·감독 강화”를 대통령선거 정책공약집에 명시했다. 제4기 방송통신위원회는 현 정부 첫해였던 2017년 말 주요 정책 과제로 2019년까지 공영방송 수신료위원회 설치를 목표로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약은 지켜지지 않았다. 공영방송 재원이 지금보다 ‘덜 정파적으로’ 결정될 수는 없는 걸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영방송 수신료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지난 17일 대표 발의했다. 전 의원은 “공영방송 KBS의 수신료 산정 문제는 수신료 자체의 목적성, 필요성, 적정성 등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판단보다는 KBS에 대한 정치적인 논란으로 인해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별도의 독립된 공영방송 수신료위원회를 설치해 수신료의 인상·인하의 필요성 여부에 대한 판단, 객관적인 산정 및 배분 기준 등을 마련하게 함으로써 수신료 징수 및 사용의 안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법안 발의 배경을 밝혔다. 이에 따라 개정안에는 ‘한국방송공사의 수신료 증액 또는 감액은 공영방송 수신료위원회가 결정하여 국회 본회의 승인으로 확정하도록 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공영방송 수신료위원회는 ‘방송의 공적 책무를 수행할 공영방송 KBS의 재원의 안전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수신료의 합리적 산정과 수신료의 배분기준 등을 마련하기 위해’ 존재하며 국회의장 소속으로 설치한다. 위원회는 위원장 1명·부위원장 1명을 포함해 총 21명으로 구성하고, 수신료위원은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도·특별자치도의회 동의를 받아 각 광역의회 의장이 추천한 사람을 국회의장이 위촉해 구성한다. 

다만 각 광역의회 의장이 추천하는 사람의 수는 광역의회별 유권자 수, 의원 수 등을 고려해 국회의 규칙으로 정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와 경기도의 추천 인원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EBS 재원 역시 수신료위원회 결정에 따라 배분한다. 

▲KBS.
▲KBS.

더불어 전혜숙 의원은 ‘수신료 등 재원의 운용, 관리를 명확히 하기 위하여 다른 재원과 구분하여 회계처리 하도록 한다’는 조항 역시 신설했다. 전 의원은 “KBS는 수신료와 광고 수입을 혼용하여 회계 처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주된 재원인 수신료에 대한 집행 내역은 정작 확인이 어려워 국민의 알 권리에도 반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며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 의원은 “수신료 등 재원의 투명한 운용·관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KBS로 하여금 수익별 별도의 회계처리기준에 따라 구분하여 회계를 처리하도록 하고 결산서 제출 시 수신료 사용 내역서 및 그 부속서류를 첨부하도록 규정해 수신료의 투명한 집행을 확보함으로써 방송의 공적 책임을 높이고 시청자의 권익향상 등에 이바지하고자 한다”며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과거 수신료(산정)위원회 설치 내용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은 천영세 의원(2004), 이병석 의원(2012), 허원제 의원(2012), 노웅래 의원(2014) 등에 의해 각각 대표 발의된 바 있지만 한 번도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앞서 2019년 5월 공개된 KBS경영평가보고서는 “정치집단인 국회가 수신료 인상 최종심 역할을 수행하는 한 수신료 인상은 요원하다”며 “독일의 수신료 산정위원회 방식이 유용할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이번 개정안은 실제로 독일의 모델과 유사하다. 독일은 16인의 독립인사로 구성된 ‘공영방송 재정수요 산정위원회’(KEF)가 수신료 인상과 분배를 결정하고 있다. 더불어 독일 공영방송은 수신료 사용 내역을 상세하게 공개하고 있다. 한 달 수신료 17.5유로(약 2만4080원) 중 ARD에 3.92유로, ZDF에 4.25유로, 지역 공영방송에 8.39유로 등을 분배하는데, 지역 공영방송 8.39유로의 경우 TV제작국이 받는 수신료가 3.1유로이며 이 중 정치·사회 1.61유로, 문화·교양 0.34유로, 영화 0.17유로, 예능 0.47유로, 스포츠 0.13유로(2020년 기준) 등으로 장르별 예산이 책정되는 식이다. 

현재 한국의 공영방송 수신료는 2500원으로 독일의 10분의1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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