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국면에서 이어지는 언론 보도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14일 한국언론학회 봄철 정기학술대회 ‘팬데믹 국면에서 언론 보도와 저널리즘 공공성’ 세션에서는 접종 후 사망을 알리는 보도가 사실상 ‘오보’이고, 백신 문제를 다루면서 언론이 지속적으로 공포를 확산시키며 여론을 도모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반면 언론이 문제인 건 맞지만 시민 입장에선 백신 이상반응과 부작용이 낮은 비율이라도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있고, 늦은 백신 도입을 비판하는 기사는 필요하다고 보는 견해도 있었다.

발제를 맡은 안도현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4월25일 화이자 백신 접종 후 사망 사실을 전한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이 같은 보도는 사실을 전했지만 결과적으로 오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코로나19 백신. ©gettyimagesbank
▲ 코로나19 백신. ©gettyimagesbank

그는 “실제로 발생은 했지만 예외적으로 발생하는 극단적 사례를 모집단을 대표하는 것처럼 전달하는 것을 ‘질적 왜곡 예시화’라고 한다”며 “백신 접종 시점에서 죽게 되는 건 백신과 무관하게 건강한 사람이 죽는 경우도 있고, 10만 명당 1명 꼴로는 백신 접종이 원인이 돼 사고가 발생하고, 이 가운데 20%는 사망한다. 이와 같은 매우 드문 사례만을 보도하면서 질적 왜곡 예시화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책으로 ‘해결지향적인 보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해결지향적인 보도’는 △보도가 전염병 창궐에 기여하는지, 방해하는지 해결지향적 관점에서 검토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사건, 재난, 과학 등 보도의 범주를 선택하고 △발생한 사건의 모집단 분포를 반영하고 △적절한 보도양식을 선택하는 내용이다.

이어 발제를 밭은 이종명 대구가톨릭대 프란치스코칼리지 연구교수는 현재와 같은 국면에서 언론 보도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공모’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상황을 “언론, 유튜버, 커뮤니티, 공당의 대표 등이 같은 목소리를 내며 협업을 해 원하는 메시지를 만든 다음 특정 여론을 도모하려고 하는 흐름이 나타난다”고 규정했다. 

▲ 이종명 대구가톨릭대 프란치스코칼리지 연구교수의 발제 비대면 중계 갈무리
▲ 이종명 대구가톨릭대 프란치스코칼리지 연구교수의 발제 비대면 중계 갈무리

그는 언론 보도가 특정 여론을 도모하는 방식으로 △다른 국가와 접종률, 백신 보유량 등을 수치로 비교하고 △ 일부 외신에서 제기한 문제를 확대해 전하거나 외신에 등장하는 공신력 있다고 보기 힘든 전문가에 권위를 부여하며 △오피니언을 통해 직접적으로 여론을 조장하는 케이스가 있다고 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언론의 문제에 동의하면서도 언론 보도 방향성에 대해선 ‘이견’을 보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한국 언론이 잘못한 건 맞지만 그렇다고 백신 사망 사례를 보도하지 않아야 한다거나, 언론이 국면 전환을 시도한다고 보는 데는 못마땅한 생각이 드는 면이 있다”며 “우리가 방역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언론을 비판할 수는 있지만 언론은 ‘파수견’으로 짖는 개와 같다고 생각한다. 어느 정부에서든 지적을 해야 한다. 이는 본질적인 숙명”이라고 했다.

홍성철 교수는 “우리 인구가 500만 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했을 때 부작용 사망자가 250명이고, 화이자 백신의 경우 부작용 사망자가 20명 내외라면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화이자를 도입하자고 할 것”이라며 “미국, 이스라엘처럼 접종률이 높은 국가들과 비교해 우리나라는 왜 다른 나라보다 집단면역에 늦게 도달하는지 알리는 건 언론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 14일 한국언론학회 학술대회 비대면 중계 갈무리
▲ 14일 한국언론학회 학술대회 비대면 중계 갈무리

유용민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역시 “시민 입장에서는 단 한 번의 부작용에 의한 위험이라 해도 자신에게 발생할 우려와 공포가 실질적인 위험이 아니라고 치부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며 “백신의 리스크가 시시각각 변하는 불확실성이 너무나 높은 상황에서 대중도 정치도 보건당국도 하루하루 대응하는데 (백신 접종 후 사망을 알리는) 언론의 보도가 잘못됐다고 단정하는 건 너무 섣부르지 않나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박영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는 “수용자들이 해결지향적 보도를 원하고 있는가,  정파화된 보도를 원하는 건 아닌가 물을 필요도 있다”고 했다. 그는 “언론이 해결지향적 보도를 했을 때 과연 많은 클릭이 이뤄지고  많은 박수가 나오고 큰 관심을 받아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언론 기업이 선택 가능한 대안인 건지 회의적으로 볼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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