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기업 대변하는 언론보도, ‘산업재해 공화국’ 벗어날 수 없다
기업 대변하는 언론보도, ‘산업재해 공화국’ 벗어날 수 없다
[민언련 신문방송 모니터] 보수신문‧경제지, 현대중공업‧현대제철 ‘죽음의 공장’ 산재 외면

5월8일 현대중공업과 현대제철에서 잇따라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일어났습니다.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노동자 장 모 씨는 이날 오전 선박 탱크작업 중 13미터 아래 바닥으로 추락해 숨졌습니다. 현대제철 노동자 김 모 씨는 같은 날 오후 홀로 설비점검 작업에 나섰다 쓰러진 채 발견됐지만 결국 숨졌습니다. 정확한 사고원인 조사가 필요한 가운데 기계에 몸이 끼여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노동자의 연이은 산업재해 사망사고 소식이 언론보도에서 어떻게 다뤄졌는지 확인했습니다.

조선‧중앙‧한경‧매경, 산업재해 사망사고 외면

먼저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 지상파3사와 종편4사 저녁종합뉴스 보도를 확인했습니다. 사고 소식이 알려진 후 5월 10일부터 신문에 관련 기사가 등장합니다. 5월 10일부터 11일까지 경향신문, 동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가 지면에 관련 기사를 실었습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은 이번에도 노동자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외면했습니다. 경향신문은 유일하게 5월 10일자 1면에 사망사고 기사를 배치했습니다.

▲ 현대중공업, 현대제철 산업재해 사망사고 신문(5월10~11일)·방송(5월8~10일) 보도량. 표=민주언론시민연합
▲ 현대중공업, 현대제철 산업재해 사망사고 신문(5월10~11일)·방송(5월8~10일) 보도량. 표=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 저녁종합뉴스에서는 사고 당일인 5월8일부터 10일까지 KBS, MBC, SBS, JTBC가 관련 보도를 냈습니다. 대부분 사고소식을 전하는데 그쳤지만 MBC <14년간 39명이… 그곳은 ‘죽음의 공장’이었다>(5월10일 김성현 기자)는 2007년 이후 현대제철에서 벌어진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39건에 달한다는 사실을 짚으며 3건의 관련 보도를 내보냈습니다.

다양한 보도양상을 확인하기 위해 언론진흥재단이 제공하는 뉴스빅데이터 분석서비스 빅카인즈를 활용해 “현대중공업”과 “사망”이 포함된 보도, “현대제철”과 “사망”이 포함된 보도를 분석했습니다. 관련 보도는 23개 매체에서 60건이 나왔습니다. KBS, SBS 저녁종합뉴스 헤드라인을 제외하면 관련 내용을 상세하게 전달한 보도는 58건입니다.

지면에 관련 보도를 싣지 않은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온라인기사로 소식을 전했습니다. 조선일보 <현대중 협력업체 근로자, 작업 중 추락해 숨져>(5월8일 김준호 기자)와 중앙일보 <현대중 울산조선소에서 협력업체 노동자 1명 추락 사망>(5월8일 위성욱 기자)입니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연합뉴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서 협력업체 노동자 추락해 사망>(5월8일 김근주 기자) 기사를 사실상 ‘옮겨 싣는’ 데 그쳤습니다. 헤럴드경제 <현대중 울산조선소서 협력업체 노동자 추락 사망>(5월8일 온라인뉴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연합뉴스가 <당진 현대제철서 40대 근로자 숨져… 끼임 사고 추정>(5월9일 김준범 기자)으로 현대제철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보도한 후에도 ‘통신사 받아쓰기’ 방식은 반복됐습니다. 5월9일 한국경제, 매일경제, 디지털타임즈 등이 온라인에 보도를 실었는데 연합뉴스 기사를 그대로 옮긴 데 불과했습니다. 사망사고가 주말에 일어났고, 언론사 대부분이 휴일인 기간임을 감안하더라도 일부 보수신문과 경제지가 ‘연합뉴스 받아쓰기’로 대체하며 자체 취재를 하거나 심도 있게 후속취재에 들어가지 않은 것은 산업재해 노동자 사망사건에 대한 인식수준을 잘 드러낸 경우입니다.

▲ 5월8일부터 10일까지 빅카인즈 기준 ‘현대중공업, 현대제철 산업재해 사망사고’ 보도현황. 표=민주언론시민연합
▲ 5월8일부터 10일까지 빅카인즈 기준 ‘현대중공업, 현대제철 산업재해 사망사고’ 보도현황. 표=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 지면과 방송 저녁종합뉴스, 빅카인즈를 활용한 분석 결과를 보면 과거에 비해 노동자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보도하는 매체가 늘었습니다. 하지만 보수 성향으로 평가받는 언론과 경제지에서는 제대로 된 관련 보도가 여전히 없다는 특징도 나타납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가입국 중 산업재해 사망률 1위로 산재사망자 수가 OECD 평균치 0.48명보다 3배에 달할 정도로 심각합니다. 2020년 한 해만 산업재해 사망 노동자가 882명, 질병재해 사망자 1,180명으로 2,000명 넘는 노동자들이 집에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이런 데도 보수성향 매체와 경제지는 산업재해 사고를 계속 외면하고 있는 것입니다.

‘죽음의 공장’ 반복되는 이유, 왜 따지지 않는가

현대중공업, 현대제철은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을 여러 차례 받아온 사업장입니다. 지난해 노동자 6명이 사망한 현대중공업의 경우 고용노동부가 5월 특별감독, 6~7월 특별관리 등 집중감독을 벌였습니다. 사고가 일어난 현대제철 설비는 그동안 근로감독에서 한 번도 지적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러 차례 혹은 몇 달간에 이르는 근로감독조차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산업재해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는 언론이라면,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이 유명무실하다는 문제점을 짚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산업재해 보도에서 특별근로감독 문제를 지적한 언론사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경향신문 <사설-현대중·현대제철 또 산재, ‘죽음의 행렬’ 지켜보기만 할 건가>(5월10일)는 “지난해 5월 노동부의 특별감독 종료 다음날 용접작업을 하던 30대 하청노동자가 질식사했고, 집중감독을 받은 지 석 달 만인 지난 2월 초에는 40대 직원이 2.6t짜리 철판에 머리를 맞아 숨졌다”라며 근로감독이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있는 사례를 구체적으로 짚었습니다. 한겨레 <사설-이번엔 어버이날 산재 사망, 정치권 애도만 할 건가>(5월10일)도 “현대중공업 사고를 보면 노동부의 관리·감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습니다.

JTBC <현대제철 끼임사… ‘왜 끼나’ 254건 산재보고서 전수분석>(5월10일 정영재 기자)은 이번에 사고가 일어난 현대제철과 같은 설비가 당진제철소에만 20대가 넘지만 “고용노동부는 사고가 난 설비 1대만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는데요. 고용노동부는 “같은 설비에서 또 사고가 날 우려가 있다면 함께 작업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했지만, 추가조사를 이유로 예방조치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지난 2월 열린 국회 사상 첫 산업재해 청문회에서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는 산업재해 책임을 노동자의 “불안전한 행동”으로 돌리는 발언으로 질타를 받은 바 있습니다. ‘위험의 외주화’가 여전히 만연하고, 사업주가 노동자 안전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데도 노동자 탓을 할 수 있는 배경엔 정부의 부실한 근로감독이 사업주에게 면죄부를 줘온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또 다른 산업재해를 막기 위해 산업재해 소식을 전하는 것뿐 아니라 노동자 죽음이 반복되는 근본 원인을 파헤치고 적극 지적하는 보도가 더 많아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 노동자를 사실상 보호하지 못하고 있는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문제를 짚은 경향신문(5월10일).
▲ 노동자를 사실상 보호하지 못하고 있는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문제를 짚은 경향신문(5월10일).

‘기업 시각’으로 산업재해 바라본 동아일보

그러나 일부 언론의 경우 산업재해 근본 원인을 짚는 보도가 가능할까 의구심이 듭니다. 노동 문제에서 노골적으로 기업 시각을 반영해왔기 때문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보도가 대표적입니다. 2022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보수언론과 경제지는 제정 직후부터 ‘기업 경영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우고 있다’며 법 개정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동아일보 <“수칙 다 지키면 공사기간 못 맞춰” 중대재해법 대비 버거운 중소>(5월6일 김호경·이새샘·정순구 기자)는 건설현장을 사례로 산업안전정책 보완을 촉구하기 위한 보도임에도 노동자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에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기업 시각을 담고 있습니다.

동아일보는 “(작업현장에) 추락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철제 구조물이 옆에 있었지만 빨리 작업하려고 여기저기 옮기기 쉬운 사다리를 사용했”다거나 “안전관리자가 ‘흡연은 절대 안 된다’고 경고했지만 담배를 피우며 용접하는 근로자도 눈에 띄었다”며 노동자 책임을 부각했습니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이 “언제 시행되든 애초 지키기 힘든 법”이라는 주장을 전한 뒤 “안전관리 인력 2명이 30여 명에 달하는 근로자의 모든 작업을 일일이 관리하기란 불가능해보였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대형 건설업체도 중대재해법을 완벽하게 대비하기 어렵다”며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두고 “현장에 드나드는 인력이 워낙 많아 안전관리의 범위가 무제한에 가깝다”는 주장을 전했습니다.

매일경제 ‘기업현실 최대한 반영해 법 고쳐라’

매일경제는 자사가 주최한 강연 중 기업 입장이 담긴 발언을 크게 부각했습니다. 매일경제 <사설-외국계 기업 CEO마저 반대하는 중대재해법 개정 시급하다>(5월6일)에서 “외국계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기업인에 대한 처벌수위를 높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경영진에 대한 형사처벌이 너무 과하고 한국의 기업 정서가 경직돼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면서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기업인 단체가 법안내용 변경을 주장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산업현장에서의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안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는 공감한다면서도 “법적 제재로 인한 기업인의 사업 의지 약화, 기업 활동 위축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매일경제 결론은 정부가 “경제계와의 소통을 통해 법을 개정하고,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도 기업의 현실을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날 강연에서는 박화진 고용노동부 차관이 참석해 “현재 한국의 산재사고 사망자가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2배에 달해 산업보건 부문에서는 한국이 '후진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보니 안전·보건 투자에 대한 경영진 관심이 적은 것 아니냐”고 기업 책임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매일경제는 기업의 무책임을 비판하는 박 차관 발언을 제외한 채 기업 입장만 일방적으로 강조한 ‘편들기’ 보도를 했습니다.

한국경제, 기업대상 중대재해처벌법 로펌 광고

▲ 중대재해처벌법 기업자문 법무법인을 집중 소개한 한국경제(4월21일)
▲ 중대재해처벌법 기업자문 법무법인을 집중 소개한 한국경제(4월21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을 대변해줄 로펌을 소개한 언론도 있습니다. 한국경제는 4월21일 ‘로펌의 진화’를 제목으로 기획 지면을 선보였습니다. 기업을 지원할 법무법인을 소개하는 내용입니다. <법률 서비스의 격을 높였다… 로펌, 이젠 종합 컨설팅사로>(4월21일 최진석 기자)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가 크다며 “다양한 기업규제 법령에 대한 선제적 대응도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최고경영자(CEO)가 징역까지 살 수 있고 법인 벌금, 징벌적 손해배상책임, 작업 중지 등과 같은 조치를 받”아 “기업경영에 심대한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기업들의 로펌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산업재해 책임을 피할 방법을 자문해주는 법무법인을 홍보해준 것과 다를 바 없는 기사입니다. 이번 기획 지면에는 중대재해처벌법 기업 자문을 한다는 법무법인 광고가 모두 11차례나 실렸습니다.

기업만 대변하는 언론, 산재 없는 대한민국 가능할까

현대중공업과 현대제철에서 벌어진 산업재해 사망사고 보도,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보수언론 및 경제지 보도는 대한민국이 왜 ‘산업재해 공화국’을 벗어나지 못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문제해결에 앞장서야 할 언론 중 일부는 수년간 반복되고 있는 산업재해 사망사고에 무관심하거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법안을 철저히 기업 입장에서 대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일하다 죽지 않는 노동환경을 만다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기업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노동자가 있어야 하고, 일하다 죽지 않는 안전한 노동환경이 만들어져야 노동자와 기업이 상생할 수 있습니다. 산업재해 문제 해결을 위해 기업에 노동환경 개선을 촉구할 수밖에 없는 근본 이유입니다.

산업재해는 정치성향, 진영논리와 무관한 ‘일하다 죽지 않을 노동자의 기본권’ 문제입니다. 기득권 시각, 기업의 시각만 대변하는 언론보도가 달라지 않는다면 산업재해 없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도 불가능할 것입니다. 언론은 산업재해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노동자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기업 책임을 묻는 게 우선입니다.

 

※ 모니터 대상 : 2021년 5월8~10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빅카인즈에서 “현대중공업”, “현대제철” 검색 후 ‘사망’ 키워드 일치 검색으로 나온 결과 중 관련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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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phie Ideas 2021-05-14 13:49:05
기자들이
'부업'으로 혹은 주객이 전도한 '주업'으로
기업의 '로비스트'를 겸하고 있으니까.

오죽하면,
출입기자단 문호를 개방했다는 청와대 출입처가 매일 브리핑에도 브리퍼가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란 이유로 미디어오늘 '노지민'을 포함해 기자들에 '소통부족' 타령을 듣겠는가!

참조.
[미오 사설] 기자단 문제 뒤에 숨지 말자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08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