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성신여자대학교는 성북구에 있는 한 리얼돌 체험방 업체가 ‘성신여대점’이라는 지점명을 내걸고 홍보글에 ‘성신여대’ 실명을 넣어 홍보글을 게시하자 직접 문제를 제기했다. 해당 업체는 지점명 변경 및 게시글 삭제 등의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 해당 홍보글의 문제점이 보도되는 과정에서 학교 이름이 제목 등에 실명 언급됐다. 이에 성신여대는 2차 피해를 호소하며 이미 보도된 기사에서 학교 이름을 익명 처리해달라고 요청한 상황인데, 일부 언론들은 여전히 제목 등에 학교 실명을 거론하고 있다.

▲제목 등에 여전히 성신여대 실명을 쓰고 있는 언론사들.
▲제목 등에 여전히 성신여대 실명을 쓰고 있는 언론사들.

“‘성신여대 아가씨들 미용했다’ 선 넘은 리얼돌 체험방홍보” (중앙일보) “[e글중심] ‘성신여대는 무슨 죄?’ 리얼돌 이젠 그냥 인형이 아니다” (중앙일보) “‘성신여대 아가씨들’… 리얼돌 체험방의 황당한 영업” (MBN) “‘성신여대 아가씨들’… 리얼돌 체험방의 기막힌 홍보” (데일리안) 등의 기사 제목엔 여전히 ‘성신여대’ 실명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

중앙일보와 MBN, 데일리안을 제외한 다른 언론들은 처음부터 제목에 실명을 거론하지 않거나 제목을 수정했다. “‘OO여대 아가씨 머리했어요’ 리얼돌방 홍보에 학생들 부글부글” (조선일보) “‘OO여대 아가씨들 미용했다’ 리얼돌 체험방 홍보글, 선 넘었다” (머니투데이) “‘OO여대생 미용실 다녀왔다’… 리얼돌 홍보 글 논란” (국민일보).

성북구에 있는 한 리얼돌 체험방 업체는 지난달 12일 SNS에 ‘성신여대’라는 지점명을 내걸고 홍보글을 올렸다. 이 업체는 “[리얼돌 체험방] 성신여대 아가씨들 미용실 다녀왔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게시글을 올리면서 긴 머리 가발을 쓴 리얼돌 사진도 함께 올렸다.

이에 성신여대 학생들은 지난 20일 “우리는 인형도, 성기구도 아니다”라는 성명에서 “이 업체는 리얼돌을 ‘성신여대 아가씨’로 칭하며 남성들의 ‘여대생 판타지’를 영업전략 수단으로 삼았다. 인형의 키, 가슴 크기와 함께 가격도 노출시켰다. 이에 분노한 성신여대 학생들이 관할기관에 민원을 접수했으나 마땅한 법적 제재 수단은 없었다”고 토로했다.

성신여대 학생들은 이어 “‘성신여대 아가씨’는 또 다른 OO대 아가씨, 혹은 특정 직종, 지역, 인종 등을 특징으로 하는 OO녀, 심지어는 유명인이나 지인 등 실존 인물을 본뜬 강간 인형의 출연을 예고한 것과 다름없다. 존재만으로도 이미 폭력적인 강간 인형이 결국 여성 개개인의 권익마저 위협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80여개 단체들은 입장문에 동의하는 연서명을 했다.

▲성신여자대학교 래디컬 레즈비언 페미니스트 동아리 랟스보스가 쓴 성명성. 이 성명서에는 80여개 단체가 연서명했다. 사진=랟스보스 트위터화면 갈무리.
▲성신여자대학교 래디컬 레즈비언 페미니스트 동아리 랟스보스가 쓴 성명성. 이 성명서에는 80여개 단체가 연서명했다. 사진=랟스보스 트위터화면 갈무리.

이형민 성신여대 국제대외협력처장은 지난 23일 오후 “언론 보도를 통해 우리 대학의 실명과 리얼돌 체험방의 실제 광고 문구가 자극적이고 선정적으로 노출된 점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형민 처장은 이어 “우리 대학에서는 사건인지 직후 리얼돌 체험방의 부적절한 광고와 대학명의 무단사용 현황을 파악하고 관내 경찰서 등 유관기관과의 협조와 항의를 통해 광고 삭제 및 지점명 변경의 실제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한 뒤 “그러나 일부 언론의 보도를 통해 학교의 실명이 언급되고 이미 삭제된 리얼돌 체험방의 자극적인 광고 문구가 다시 노출되면서 학교의 대외적인 이미지가 실추되고 구성원들에게 2차적인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끝으로 언론들에 대학명을 익명으로 처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형민 처장은 “이번 사건에서 우리 대학과 구성원은 최대의 피해자다. 이미 게재된 기사에서 우리 대학의 이름을 익명 처리해 주시고 해당 리얼돌 체험방의 광고 문구 등을 삭제해 주시기를 간곡히 호소한다. 또한 더 이상의 기사화를 최대한 자제해 주시기를 당부한다. 이는 우리 대학과 학내 구성원들에게 가해지는 2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오니 협조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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