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가 끝나자 결과에 대한 분석이 한창이다. 선거 기간 적극적인 ‘스피커’였던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는 연일 ‘포털’에 책임을 물었다.

그는 7일 TBS 유튜브 개표방송에서 “과거 선거였다면 KBS 보도는 결정적 국면을 만들었을 것”이라며 “금요일(3월26일)에 보도됐다. 토요일, 일요일 포털 메인에 이 뉴스는 뜨지 않았다. 그렇게 2박3일이 흘러 월요일에도 뉴스는 노출이 안 됐다”고 발언했다. 

이어 김어준씨는 8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선거 국면 전체를 통틀어 국면전환 기회는 한 번 정도 있었다”며 “KBS의 내곡동 측량현장 보도, 굉장히 결정적인 보도였는데 이 기사를 포털이 이틀 동안 싣지 않았다”고 거듭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론조사를 공표하지 않는 기간 동안 사실 여론은 크게 움직인다”며 “이번 기간에는 여론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만큼 표심을 자극할 뉴스가 배달이 안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 4·7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출구조사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압승을 예측한 가운데, TBS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는 언론과 포털사이트에 책임을 물었다. 사진=TBS 유튜브 화면 갈무리
▲ 4·7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출구조사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압승을 예측한 가운데, TBS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는 언론과 포털사이트에 책임을 물었다. 사진=TBS 유튜브 화면 갈무리

3월 26~29일 포털이 외면했다?

포털이 오세훈 당시 후보자에 대한 기사를 메인에 배열하지 않고, 제대로 싣지 않았다는 주장은 사실일까. 

현재 양대 포털 가운데 다음만 메인에 뉴스를 배열하고 있다. 다음은 알고리즘을 통해 하루 2만여건에 달하는 기사 가운데 1000여건의 기사를 1차 선별해 맞춤형 배열한다. 다음 메인에 걸린 기사를 파악하려면 선별된 기사에 해당 기사가 포함됐는지를 확인하면 된다. 다음은 ‘뉴스배열 이력’을 통해 1차 선별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확인 결과 3월26일 KBS의 보도가 ‘뉴스배열 이력’에 포함돼 있어 개인맞춤형으로 메인에 배열 됐음을 알 수 있다.

1차 선별 기사에 포함된다고 해서 모두 같은 비중으로 노출되는 건 아니다. 선별된 기사의 댓글 수를 보면 적게는 수십개, 많게는 수천개가 붙는 등 격차가 크다. 포털이 이용자 반응 등에 따라 노출 정도에 차이를 두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1차 선별’을 통해 메인에 노출한 기사 가운데 주목도가 높았던 기사를 따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음은 뉴스 랭킹 이력을 공개하고 있어 어떤 기사가 주목을 받았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KBS의 첫 리포트 “복수 경작인 ‘내곡동 땅 측량 현장에 오세훈 있었다’”는 보도 당일인 3월 26일 다음에서 ‘댓글 많은 뉴스’ 4위를 차지했다. 댓글은 많이 붙었지만 조회수 랭킹인 ‘많이 본 뉴스’에는 랭킹 50위에 들지 못했다.

이를 감안하면 다음이 해당 기사를 외면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KBS 메인뉴스 리포트가 밤 9시가 넘어 방영돼 낮에 나온 기사보다 집계에 불리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해당 기사는 보도 다음 날 ‘많이 본 뉴스’ 23위를 기록했다. 3월27일 의혹 관련 민주당의 공세적 입장을 전하는 중앙일보 기사가 ‘댓글 많은 뉴스’ 4위에 오르기도 했다.

▲ 26일 KBS 뉴스9 리포트.
▲ 26일 KBS 뉴스9 리포트.

 

▲ KBS의 내곡동 의혹 첫 보도. 26일 댓글 많은 뉴수, 27일 많이 본 뉴스 랭킹에 올랐다.
▲ KBS의 내곡동 의혹 첫 보도. 26일 댓글 많은 뉴수, 27일 많이 본 뉴스 랭킹에 올랐다.

이어 KBS의 후속 보도 역시 순위권에 있었다. KBS의 “당시 측량팀장 ‘오세훈 입회했다’..입회 서명은 누가” 리포트는 3월 28일 ‘댓글 많은 뉴스’ 1위, ‘열독률’ 12위를 기록했고, 다음날인 3월 29일 ‘많이 본 뉴스’ 27위에 올랐다. 이날 한겨레의 “‘내곡동 땅 몰랐다’던 오세훈.. ‘땅 측량때 있었냐가 중요한가?’”기사가 많이본 뉴스 23위, ‘댓글 많은 뉴스’ 3위에 올랐다. 

네이버는 어떨까. 네이버는 PC나 모바일 첫 화면에 뉴스 배열을 하지 않는다. 대신 PC와 모바일 뉴스 섹션에서 알고리즘 배열을 하고 있고, 이와 별도로 모바일 언론사 구독 채널을 통해 언론사별로 뉴스를 배열하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네이버는 1차 선별 후 배열하는 다음과 달리 전체 기사를 대상으로 맞춤형 배열 하기에 별도의 선별 기사 이력을 공개하지 않는다. 네이버는 랭킹을 제공하지 않고 언론사별로 많이 본 뉴스 1위를 랜덤 배열하고 있어 전체 랭킹 데이터도 없다.

대신 전반적인 추이를 비교해볼 수 있는 데이터가 있다. ‘2021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미디어 감시연대’가 선거 기간 포털 모니터를 하면서 네이버 채널 구독자가 100만 명 이상인 언론사의 일일 ‘많이 본 뉴스’(조회수 1~5위 뉴스)를 오전 11시 기준으로 집계했다. 이 랭킹에 오른 기사들은 해당 언론사가 주요 기사로 노출했을 뿐 아니라 네이버가 알고리즘 추천 등을 통해 적극 배열했을 가능성이 높다.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당시 후보자 유세. ⓒ연합뉴스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당시 후보자 유세. ⓒ연합뉴스

의혹 제기 다음 날인 3월 27일 오마이뉴스의 ‘많이 본 뉴스’ 기사 가운데는 “오세훈 후보의 내곡동 땅 의혹 확산...‘셀프 측량’ 보도까지”가 있었다. 이어 3월 28일  KBS의 “당시 측량팀장 ‘오세훈 입회했다’…입회 서명은 누가” 기사와 데일리안의 “[4‧7 재보선] 與 지도부, 오세훈 사퇴 공식 요구…김태년 ‘내곡동 땅 개입 명백’” 기사가 언론사별 ‘많이 본 뉴스’ 순위에 올랐다.

3월 29일이 되자 “내곡동 땅 몰랐다던 오세훈…땅 ‘측량 때 있었냐가 중요한가?’”(한겨레) “‘오세훈, 증언 나왔으니 사퇴하라’…오세훈 ‘측량서류 공개 청구’”(KBS) “당시 측량팀장 ‘오세훈 입회했다’…입회 서명은 누가”(KBS) “선글라스 쓰고 내곡동 간 오세훈…與, 사퇴 총공세”(뉴스1) “윤건영 ‘박영선 반등의 계기…오 내곡동 논란+단일화거품 빠져’”(머니투데이) 등 기사가 언론사별 ’많이 본 뉴스’에 올랐다.

즉, 네이버와 다음 모두 26~29일 관련 이슈를 제대로 노출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

4월 ‘생태탕’ 가게 의혹제기 연일 상위 랭크

이후 관련 의혹이 적극 제기되면서 기사의 주목도 또한 높아졌다. 특히 ‘생태탕 가게’ 폭로가 나오면서 선거 직전 일주일 동안 관련 기사가 큰 주목을 받았다. 

다음에서 ‘내곡동’ 의혹과 관련해 단순 공방처리 형식의 기사, 오세훈 후보에 우호적인 기사를 제외하고 오세훈 후보에 비판적인 관련 기사만 집계해도 랭킹에 오른 기사가 적지 않았다.

4월1일 한겨레의 “오세훈 처남 ‘측량 현장’ 있었다더니..대학원 행사 사진에 있네” 기사는 댓글 많은 뉴스 4위를 기록했다. 4월 2일 박영선 후보자가 긴급 성명을 내고 내곡동 문제를 적극 쟁점화했다. 당시 박영선 후보측 입장을 전한 “[4·7 재보선] 박영선 측 긴급 성명..‘오세훈 사퇴 안하면 중대 결심’”(데일리안) 기사는 다음 ‘많이 본 뉴스’ 3위, ‘댓글 많은 뉴스’ 1위까지 올랐다.

같은 날 ‘김어준의 뉴스공장’ 방송 내용을 전한 머니투데이의 “김어준 만난 생태탕집 아들 ‘오세훈, 페라가모 구두 신었다’”기사 역시 ‘많이 본 뉴스’ 6위, ‘댓글 많은 뉴스’ 2위 등 높은 순위에 올랐다. 쿠키뉴스는 “‘내곡동 땅’ 해명이 모두 거짓? 오세훈 정계은퇴 내몰려” 기사를 통해 “진실성을 의심할 만한 단서들이 언론 등을 통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4월2일 ‘많이 본 뉴스’ 12위, ‘댓글 많은 뉴스’ 3위를 기록 했고, 다음 날에도 ‘많이 본 뉴스’ 15위를 기록하는 등 큰 주목을 받았다.

▲ 4월1~6일 포털 다음 '많이 본 뉴스' 내곡동 의혹 관련 기사. (기계적 중립 보도와 오세훈 후보에 우호적 보도 제외)
▲ 4월1~6일 포털 다음 '많이 본 뉴스' 내곡동 의혹 관련 기사. (기계적 중립 보도와 오세훈 후보에 우호적 보도 제외)

한겨레가 생태탕 가게 사장 아들을 인터뷰한 “[단독] 내곡동 생태탕집 아들 ‘오세훈 분명히 왔다’” 기사는 4월 4일 ‘댓글 많은 뉴스’ 3위, 4월 5일 ‘많이 본 뉴스’ 11위를 기록했다. 선거 전날인 6일 “박영선 ‘吳 페라가모 로퍼 사진 찾았다..현장엔 吳 심판론 분다’” 기사는 ‘많이 본 뉴스’ 3위, ‘댓글 많은 뉴스’ 2위까지 올랐다.

네이버의 경우 3월30일부터 4월6일까지 ‘내곡동’ 의혹과 관련해 오세훈 후보에 비판적인 기사가 언론사별 ‘많이 본 뉴스’에 오른 경우만 집계해도 한겨레, 서울경제, 노컷뉴스, 이데일리, 한국일보, 뉴시스, 뉴스1, 미디어오늘 등의 기사 24건이 있었다.

이 기간 동안 ‘내곡동’ 논란 외에도 오태양 후보 폭행 논란, 세빛섬 누적 적자 문제 등 오세훈 후보자에 불리한 이슈들이 네이버와 다음에 공통적으로 높은 순위를 보이기도 했다. 

즉, 3월 26~29일 포털이 내곡동 의혹 보도를 ‘메인’에 배열하지 않았다거나 제대로 노출하지 않았다는 김어준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네이버와 다음 모두 의혹 기사를 의도적으로 유통하지 않았다고 보기도 힘든 상황이다. 특히 투표일에 임박해서는 관련 기사의 주목도가 더욱 높아진 사실이 확인됐다. 다만, KBS 보도가 이뤄진 시기인 3월 마지막주와 ‘생태탕 가게’ 폭로로 이어진 4월 첫주의 추이를 비교해보면 비교적 3월 마지막주의 의혹 제기 기사 주목도가 떨어진다고 볼 수는 있다. 

* 방송 리포트 제목은 온라인 기사 기준으로 표기.

▲ 디자인=이우림 기자
▲ 디자인=이우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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