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연의 취재진담] 진행자 정관용이 ‘회색지대’에 서 있는 이유
[김도연의 취재진담] 진행자 정관용이 ‘회색지대’에 서 있는 이유
[인터뷰] ‘한국의 래리 킹’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너는 누구 편이냐’는 물음에 대해

“지금 우리의 현실은 서로 ‘소통’하기는커녕 상대방을 ‘소탕’하려는 분위기다. 그런 사람들을 억지로 소통하게 만드는 방법은 없다. 그런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갈등을 해소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도록 유도하는 묘안도 없다.”

한국을 대표하는 토론 진행자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60)는 자신의 저서 ‘나는 당신의 말할 권리를 지지한다’(2009년 11월)에서 우리 사회 소통은 ‘소탕’에 가깝다고 절망했다. 11년이 지난 지금 진보·보수 진영은 양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갈등 조정, 타협과 절충이라는 정치의 본래 의미는 예나 지금이나 공자님 말씀에 그친다. 너와 나를 구분하기 바쁜 ‘편 가르기’는 정치·언론 혐오를 부추기고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SNS와 알고리즘 등 뉴미디어가 발달하며 입맛에 맞는 기사만 찾아 헤매는 편향적 뉴스 소비는 공고화하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만난 정 교수는 “절망적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만큼 우리 언론 모습은 극단적 편 가르기에 치우쳐 있다”며 “사실에 근거한다기보다 의견과 입장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레거시 미디어가 거짓과 사실을 가려야 할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는 쓴소리다. 수십 년간 시사·토론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한국의 래리 킹’이라는 평가를 받는 그는 왜 10년이 지난 오늘도 극단이 아닌 ‘회색지대’를 강조할까. ‘당신은 어느 편이냐’는 질문에 당당하게 ‘회색인’을 자처하는 정 교수를 만났다.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 근황이 궁금하다. 몇 개 프로그램을 진행하나?

“지금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3개다. KBS 1TV 생방송 ‘심야토론’, EBS 1TV ‘EBS 초대석’, KBS 라디오 ‘정관용의 지금 이사람’까지. 학교 강의도 하나 하고 있다. 매일 방송하는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를 진행할 때보다는 시간이 많아졌다.”

- 지난해 10월 10년 동안 진행한 CBS ‘시사자키’ 하차 후 “시원섭섭하다”고 했다.

“그 말이 딱 맞다. 부담감에서 벗어난다는 시원함, 그러나 계속해왔던 것을 그만하게 된다는 섭섭함. 시원하고 섭섭했다.”

- 이력이 눈에 띈다. 1980년대 현대사회연구소에서 노조를 만들었다가 해고됐다고 들었다. 사실인가?

“내가 노조를 만들었다기보다 노조를 함께 했다. 그 뒤 위원장을 맡았고, 해고된 것도 사실이다.”

정 교수는 81학번 서울대 사회학과 출신이다. 사회대 학생회장도 지냈다. 대학 졸업 후 현대사회연구소에서는 노동쟁의를 겪었다. 1988년 연구소 소장으로 취임한 ‘5공 설계자’ 허화평은 직원들을 집단 해고했고 노조위원장이었던 정 교수는 파업 등으로 맞섰다.

- YS 정부 청와대 비서실 행정관 경험도 있다.

“김영삼 정부가 출범하며 재야운동가 김정남씨가 청와대 수석비서관에 임명됐다. 영화 ‘1987’에서 배우 설경구가 연기한 그분이다. 그 밑에서 2년 정도 활동했다. 나는 3당 합당을 혹독하게 비판하는 글을 썼다. 김영삼 정부 출범의 반대편에 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하나회 숙청,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 등 정권 초 과감한 개혁을 나도 도울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때 경험은 방송 활동에도 큰 도움이 됐다. 재야 학계, 시민단체 활동을 주로 하다가 정부에 참여해 현실을 변화시킨 경험을 해본 거다. 재야에서 일할 때와 입장과 처지가 달랐다. 주변에 함께 일하는 사람들 생각도 재야 때와는 많이 달랐다. 청와대 활동 기간 내 생각의 지평은 많이 넓어졌다.”

- 방송은 언제부터 했나?

“1980년대 말 CBS 뉴스가 부활했다. 그 무렵 재야 학술단체 한국사회연구소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동향과 전망’이라는 계간지 편집장도 하며 글을 썼다. ‘월간중앙’, ‘말’, ‘길’ 등 여러 잡지에 기고한 정치 평론을 CBS PD가 보고 섭외 요청을 해왔다. CBS ‘시사자키’는 1990년 처음 만들어졌는데, 그때부터 청와대 가기 전까지 시사자키에서 매주 고정으로 정치시평을 했다.”

- 2001년 프레시안에서 기자로 활동했던데?

“과거부터 알고 지냈던 선배들이 언론계 잔뼈가 굵은 사람들 주축으로 새로운 형식의 인터넷 신문을 만들어보자고 했다. 창간 작업에 참여하고 정치에디터로 활동했다. 그러나 방송 활동이 많아지면서 기자 활동에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 MB 정부 시절인 2008년 KBS 심야토론에서 하차할 땐 ‘블랙리스트’ 외압 논란도 있었다. KBS 안에서 일방하차 통보에 반대하는 기자·PD들이 저항하기도 했다. 일방적 통보였나?

“일방적 통보였다. 2008년 11월 심야토론과 열린토론 모두 하차했다. 갑자기 일이 없어졌다. 느닷없이 실업자가 됐다. 충격이 컸다. 한편으로는 좀 쉬어야겠다, 후련하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해 12월 강원도, 이듬해 1월 북아프리카, 2월 히말라야 여행을 다녀오며 놀기도 잘 놀았다. 수염도 덥수룩 길러보기도 했다. 방송이 전혀 없던 1년 6개월이었다. 2010년 5월부터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를 진행하게 됐다.”

- 2019년 2월 KBS 심야토론에 복귀했다. 10년 만의 복귀였다. 소회는 어땠나?

“다시 심야토론을 진행해줄 수 없느냐는 요청을 받았다. 고민을 많이 했다. 기존 포맷이 아닌 방송토론도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이 들었던 것이다. 국민 몇백 명을 모아놓고 서로 토론하는 국민대토론 같은 걸 하고 싶었다. 벌써 복귀 후 진행한 지 2년이 넘었다. 그 사이 MBC ‘100분토론’도 진행했었고, 참 많이도 했다.(웃음)”

- 여러 대통령과 대담·인터뷰를 진행했다.

“김대중 대통령과는 기회가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1988년 초선 의원 시절부터 개인적 친분이 있었다. 2005년 8월 KBS에서 ‘참여정부 2년 6개월, 노무현 대통령에게 듣는다’라는 이름으로 대담했다. 이명박 대통령과는 2011년 2월 좌담(‘대통령과의 대화, 2011 대한민국은’)을 진행했다. 박근혜 대통령과는 대통령 시절에는 없었고, 후보 시절 후보 토론회를 한 적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통령 되기 전 시사자키에서 인터뷰한 적 있다.”

- 이 가운데 인상 깊은 인물이 있다면?

“노무현 대통령 대담은 녹화로 진행했다. 하실 말씀이 많았는지 내가 중간중간 제지해도 아주 많은 말씀을 하셨다. 이명박 대통령 대담을 맡아달라고 제안이 왔을 때 나는 생방송인지, 사전 각본 없는 자유로운 대담인지 물었다. 그렇다고 해서 수락했다. 자유 대담이래도 청와대 비서진은 자꾸 의견을 내기 마련이다. 청와대 의견은 의견으로 받아들이되, 진행은 내가 한다는 생각으로 자유롭게 했다. 후일담을 들어보니 이 대통령이 대담 후 ‘아, 정 교수 참…’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 본인 만의 인터뷰나 토론 진행 노하우가 있나?

“인터뷰와 토론은 굉장히 다른 영역이다. 먼저 인터뷰는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인터뷰이에게 던질 이슈를 공부해야 한다. 자료 조사도 해야 한다. 묻는 순서는 철저하게 국민 관심이 집중되는 사안부터다. 흔히 질문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무엇보다 잘 들어야 한다. 상대 답변을 들으면서 추가·후속 질문을 만들어야 한다. 과거 언행에 배치되는 답변은 없는지도 파악해야 한다. 정리하면 세 가지다. 충분한 사전 준비, 국민적 관심에 기초한 진행, 잘 들으면서 추가 질문.”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 토론 진행은 문법이 많이 다른가?

“방송토론은 일반 토론과 전혀 다르다. 방송토론은 특정 이슈를 주제로 정치집단, 단체, 전문가를 초대해 ‘공평한 기회를 줄 테니 각자의 정치적 입장을 선전하라’고 장을 펼치는 공간이다. 양측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국민 앞에 선거 유세하듯 선전하는 것이다. 시청자는 이를 종합적으로 들으면서 양쪽 입장을 충분히 비교·검토해볼 수 있는, 즉 특정 사안에 대해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게 목적인 프로그램이다. 이 때문에 진행자는 철저히 중립 입장에서 양쪽에 공정한 기회가 제공될 수 있도록 잘 유도해야 한다. 그게 첫 번째 덕목이다. 그 다음 양쪽 주장 가운데 공통분모를 살펴 조금이라도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내는 게 두 번째 덕목이다. 방송토론은 그날 결론 내는 자리가 아니다.”

- 결론이 나지 않는 토론이라는 점에서, 토론 진행자로서 언제 보람을 느끼나?

“방송토론 프로그램의 1차 기능은 시청자에게 한 이슈에 대한 정보를 가장 많이, 또 다양한 관점을 집중적으로 제공하는 데 있다. 한 이슈를 놓고 서로 다른 입장인 전문가들이 자신들이 가진 근거들을 바탕으로 주장을 펴기 위한 자리다. 시청자는 쏟아지는 양쪽 정보를 통해 자기 관점을 만드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방송토론 프로그램 진행자로서 가장 큰 보람은 국민에게 많은 정보와 다양한 관점을 편견 없이 제공하는 데에 있다.”

- KBS ‘심야토론’, MBC ‘100분토론’이라는 공론장이 사회적 관심을 끌던 시대가 있었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뉴미디어 시대다. 유튜브 같은 새 플랫폼이 공론장을 대체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가 도리어 여론의 양극화를 초래했다는 평가가 있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절망적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만큼 우리 언론 모습은 극단화, 편 가르기에 치우쳐 있다. 사실에 근거한다기보다 의견과 입장을 우선시한다. 2009년 말 ‘나는 당신의 말할 권리를 지지한다’는 책을 썼다. 내 나름 우리 사회를 진단하며 지나친 정치적 갈등을 넘어 정치가 한 단계 성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때 한국사회 과제도 저출산, 고령화, 교육 등 민생 현안이었다. 이는 이념 극단에 서서 오엑스(O·X)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각자가 방법론을 내놓고 절충해야 해결할 수 있다. 정치도 상호 존중하며 합리적 대화와 토론으로 성숙한 문화로 나아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이었다. 11년이 흐른 지금 정치와 언론은 그때보다 더 갈등 지향적이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SNS가 정치 양극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은 누구나 방송을 할 수 있고, 누구나 언론인인 시대다. 의견이 다양해질 거라 예상했지만 극단적이고 센 주장을 하는 쪽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사실보다 더 세고 말초적 뉴스를 좇는 것이다. SNS 알고리즘으로 인해 자기 취향에 맞는 정보만 편식해 흡수하게 된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타도하려고만 한다.”

- 달리 말하면 기성 언론에 무엇이 사실이고 허위인지 확인해줄 책임이 더 커졌다는 뜻일 텐데?

“(그 역할을 해야 할) 지상파 방송 여러 시사 프로그램도 SNS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변하는 것 같다. 대중과 가까워진다는 명목으로 갈등 문제를 쉽고 편하게만 다루려고 한다. 대한민국 사회 문제는 쉽고 편하게 해결할 수 없다. 간단하게 답을 낼 수 있는 문제가 거의 없다. 다양하게 고민하고 치밀하게 접근해서 조금씩 진전시켜야 한다. 그러나 칼로 무 베듯 한마디로 답을 내줘야 하는 것처럼 방송한다. 반면 레거시 미디어의 방송토론 프로그램은 양쪽 토론을 시켜놓고서 누가 이겼다고 한쪽 손을 들어줄 수 없다. 최근 언론 관련 해외 연구를 보면 코로나19를 겪으며 뉴스 수용자들이 SNS에 떠도는 가짜뉴스에 염증을 느끼고 정통뉴스를 찾는다는 내용이 있다. 이에 비춰보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가짜뉴스와 극단적 여론에 대한 자율 정화가 이뤄지지 않을까 기대도 해본다. 사실에 근거해 진지하게 사회 문제에 접근하는 미디어 역할과 기능은 여전히 중요하고 앞으로도 중요해질 것이다.”

- 앞서 말한 저서에서 ‘회색지대’를 강조하고 ‘회색인’ 정체성을 강조했다. 어떤 의미인가?

“우리 사회는 남북분단과 전쟁이라는 이념적 대립 속에서 회색인 내지 회색지대라고 하면 나쁘게 보는 경향이 있다. 회색은 흰색과 검은색이 격렬하게 어우러져 만들어진, ‘훨씬 더 아름다운 색’이다. 진영논리로 편을 가르고 너는 누구 편이냐고 따진 뒤 우리 편이라 하면 무슨 말을 해도 용인하고, 다른 편이면 무슨 말을 해도 비판하는 한 진전은 없다. 완벽하게 흰색과 검은색인 사람은 극소수다. 나머지는 중간지대에 있다. 우리가 회색지대에 모여 당당하게 정치와 언론에 ‘그러지 말라’고 외치자는 의미였다. ‘집단이익만 추구하는 권력투쟁에서 벗어나서 공동체 미래에 대안을 내놓고 타협·절충하라’고 외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진전할 수 있다.”

- 많은 이들이 정 교수에게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물었을 것 같은데?

“어느 편도 아니다. 나는 사안에 따라 시시비비를 가리는 사람일 뿐이다. 일부러 그런 관점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 시사·토론 프로그램 진행자로서 어떤 플랫폼으로 뉴스를 소비하는지 궁금하다.

“시사방송을 시작한 게 1980년대 말이다. 데일리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한 시간도 20년이 넘는다. 사회학과를 졸업하기도 했고, 재야 학술단체와 청와대 활동, 각종 정치 평론과 글쓰기까지, 오랜 활동에서 축적한 데이터베이스가 있다. 이 같은 경험을 전제로 두고 어떻게 뉴스를 소비하느냐 묻는다면, 나는 종이신문도 보고 인터넷 뉴스도 틈날 때마다 검색한다. 이동하면서 정시 라디오 뉴스를 항상 듣는다. TV 뉴스는 챙겨보지 못한다. 팟캐스트, 유튜브 시사 프로그램은 의도적으로 보지 않는다.”

- 본인을 손석희 앵커와 비교한다면?

“그건 시청자나 청취자들 몫 아닌가 싶다. 재밌을 질문에는 답 안 하죠?(웃음)”

- 한국의 래리킹이라는 별명은 마음에 드나?

“나쁠 건 없다.”

- 소신 없는 중립, 지나친 기계적 중립을 지향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답할 것인가?

“방송토론 프로그램 진행자는 무조건 기계적 중립이어야 한다. 중립에 서서 양쪽에 공정한 정치 선전 기회를 제공하는 게 프로그램 목적이기 때문이다. 진행자가 편향을 드러내면 안 된다. 다만, 토론이 아닌 일반 시사 프로그램 진행은 다르다.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를 들어봤다면 알겠지만 환경, 반전, 평화, 안전, 노동자·여성의 권리 등과 같은 이슈에선 스스로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내 목소리를 낸다. 물론 내 이름을 걸고 진행하는 시사 프로그램일지라도 노골적으로 한쪽으로 쏠리면 안 된다. 특히 정치와 정당에 관해서는. 프로그램 성격에 따라 내 역할이 달라지는 것이지, 토론 프로그램에 대해 ‘기계적 중립’이라고 비판한다면 그건 잘못된 비판이다.”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 셀 수 없는 이들과 대담·인터뷰를 진행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인터뷰이가 있을까?

“너무 많다. 시사가 아닌 일반 인터뷰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분들 가운데 저명인사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최근 사례의 경우 같은 날 각각 비슷한 연배인 두 사람을 인터뷰했는데 한 사람은 대기업 회장, 또 다른 인터뷰이는 시골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고난을 겪은 인물이었다. 극과 극에 있는 인터뷰이지만 두 사람에게 모두 배울 점이 있었다. 자기 이야기를 충분히 펼칠 수 있게 그들을 안내하고,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 일이 좋다. 거물급 정치인 인터뷰보다 평범한 이들 인터뷰에서 깨닫게 되는 게 더 많다.”

- 언제까지 방송할 생각인가?

“‘언제까지 하겠다’, ‘언제까지는 꼭 할 것’이란 생각은 없다. 국민이 날 필요로 하면 계속하는 게 내 본업이라고 생각한다. (기자 질문: 그렇다면 시청자는 왜 정관용을 찾을까?) 오늘 인터뷰에서 진행자로서의 내 역할을 계속 강조했는데 나를 찾는 시청자가 있다면 그런 모습과 태도를 좋아해주시는 거라고 생각한다.”

- 개인적 계획이 있나?

“여건이 되는 한 방송과 강의는 계속할 것이다. (기자 질문 : 만약 방송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면?) 공익을 위해 활동하는 어떤 분이 자신들 활동에 내가 필요하다고 하면 저를 갖다 쓰시라고 말하고 싶다. 사회 공익 관련 행사 진행이 될 수도 있고, 홍보대사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 봉사 활동보다 더 보람 있고 잘할 수 있을 활동 같다. 한편으로는 방송에서 벗어난다면 과거처럼 분명한 입장을 드러내는 정치 평론을 써볼까 생각도 있다. (기자 질문: 만약 정치권에서 와달라고 한다면?) 아주 오래전부터 수도 없이 와달라고 했다. 어느 한 정당 만의 요청도 아니었다. 다 거절했다. 언론 영역에서 활동하겠다고 마음먹은 지 매우 오래됐기 때문에 현실 정치는 전혀 계획에 없다. 오랫동안 계속 거절하니까 최근에는 요청도 없다.”

- 정통 토론프로그램 대신 자극적 콘텐츠를 소비하려는 뉴스 수용자들에게 한 말씀한다면?

“자극적인 뉴스가 재밌을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 공동체 미래다.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 그들끼리 권력투쟁은 중요하지 않다. 미디어 소비자들이 재미와 시원함을 이유로 뉴스를 편향적으로 소비하다 보면 특정 집단의 권력투쟁에 농락 당할 수 있다. 그런 집단에는 비판이 필요하다. 또 합리적 비판을 위해 ‘한쪽’을 보시면서 ‘다른 쪽’도 함께 보셨으면 한다. 여론이 극단화하고 있기에 양쪽을 같이 보셔야 한다. 종이신문을 두 가지 정도 읽으시는 걸 권한다.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실 때도 어느 매체가 쓴 것인지 확인하고 읽으시길 바란다. 갈등을 부추기는 정치, 없는 갈등도 만들어내는 언론, 그것이 현실일지라도 비판적으로 읽어주셔야 조금이라도 갈등이 나아질 것이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라일락 2021-03-14 19:02:05
그 책임의 90%는,시시비비를 가리지않고 오히려 노골적인 한쪽 편 들기와 가짜 뉴스를 만들어내는 언론에있지.

바람 2021-03-14 14:05:48
개인에게 극단적인 유도 질문을 해서 선택을 강요하는 것과 사회적 공기인 언론집단의 선택적 보도/침묵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