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원자력발전소를 지어주자는 문건이 삭제됐다는 논란과 관련,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추천한 이병령 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임위원이 3년 전 “북한에 원전을 제공하는 것을 수출” “평화공존을 위해 북한에 원전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한 내용이 재조명되고 있다.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2019년 3월 원안위 상임위원 결격사유가 지적되자 ‘삼권분립을 파괴하는 행위’라며 청와대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병령 박사도 이적세력인가”라며 “국민의힘은 이적세력의 숙주이냐”고 비판했다.

이병령 원안위 비상임위원은 지난 2018년 3월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원전수출 국민행동 출범 기자회견’에서 ‘북한 지원방안 중 원전이 또하나의 케도처럼 대안이 될 수 있을텐데, 그에 대한 대비책이 있느냐’는 황웅재 요미우리신문 기자의 질의에 “북한 원자력 발전소를 지켜주는 것이 수출이냐 아니냐를 갖고 내부적으로 알규(논쟁)를 많이 했는데, 이것은 수출”이라며 “북한이 돈이 없으니까 돈을 줄 수 있겠냐고 하는데, 영국도 원전 건설 때 돈을 안내고, BOT 방식으로 빌딩을 세우고 운전하고 (돈을) 넘겨주는 방식을 쓴다. 북한도 그런 식으로 수출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이어 북한에 광석이 대단히 많이 묻혀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위원은 우리가 북한에 원전을 지어줘야 하는 당위성을 두고 “북한의 전기는 발전용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뿐 아니라 질이 형편 없다”며 “북한 비핵화로 정상국가가 되고, 남북화해가 이뤄진다면 북한 경제를 위해서도 우리가 원전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비핵화되고 나서 남북간 진정한 화해 평화공존해야 할 더 어렵고 먼 숙제 가지고 있는데, 그 어려운 숙제를 풀기 위해서도 북한에 원전을 공급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북한에 제공할 원자로의 노형 문제를 두고 “90년대 북한 원자력발전소 지을 때 우리와 미국간에 싸움이 있었을 정도로 어느 나라 원자로로 할 것이냐고 중요하고 다시 북한에 원전을 제공하기로 결정이 되면 어느나라 원자로를 선택할지에 대해 미국 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도 강하게 나올 것”이라며 “남북 화해가 되면 북한에 자기 나라 원전 제공이 상업적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노형을 둘러싼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제가 정부에게 그런 것을 알고 도와줄 생각”이라며 “중국과 일본에 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북한도 민족의 앞날을 위해 그런데 귀기울이지 말고 한국형 원전을 짓는데 협력하라는 부탁의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이병령(왼쪽) 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임위원(국민의힘 추천)이 지난 2018년 3월20일 원전수출 국민행동 출범식 기자회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병령(왼쪽) 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임위원(국민의힘 추천)이 지난 2018년 3월20일 원전수출 국민행동 출범식 기자회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그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황일순 원전수출국민행동 추진본부장(울산과학기술원 석좌교수)도 ‘어떤 원전을 북에 줄 수 있겠느냐’는 질의에 “우리 국민행동은 수출에 집중하기 때문에 북한 원전 제공은 논의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개인 의견으로 볼 때 북한은 핵폐기가 복구 불가능한 수준에, 확실한 폐기에 대한 확신이 선다면 북한의 송전체계가 부실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송전체계를 최소화하고 제공할 수 있는 소형 원전 이 가장 바람직하고 가장 단기간에 제공할 수 있는 원전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 본부장은 “장기적으로는 북한이 원전 시설을 폐기하고 나면 북핵개발 관련 인력을 흡수할 대형 원전, 핵연료 제조공장 원전 안전관리를 위한 대형원전을 고려할 수도 있겠다”고 주장했다.

전영기 당시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는 이 위원의 주장을 인용해 2018년 3월15일 ‘김정은 핵무기 없애면 한국형 원전 지어주자’라는 칼럼에서 일본과 함께 부담하는 조건으로 연 1조5000억원 정도의 부담을 한다는 점을 들어 “이 정도면 검토해 볼 만하지 않을까”라며 “김정은이 핵무기를 없애면 북한에 한국형 원전을 지어주자는 방안 말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병령 원안위원은 2018년 12월27일 자유한국당 추천으로 국회에서 의결하고 청와대에 넘겨졌으나 청와대가 이 위원의 자격요건을 문제삼아 한동안 임명되지 못했다. 이후 지난 2019년 10월7일에 원안위 비상임위원으로 위촉됐다.

이 과정에서 나경원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019년 3월4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이병령 박사는 1990년대 원자력 연구원 본부장으로 북한 신포에 보낸 한국형 원자로를 설계, 개발, 완성한 분”이라며 “(청와대가) 결격 사유 운운하고 있는데 한마디로 이것은 명백한 삼권분립 파괴행위이자, 입법부를 무시한 초유의 사태”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중앙일보 2018년 3월15일자 26면
▲중앙일보 2018년 3월15일자 26면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북한 원전 건설주장은 지난 이명박 정부 시절 천영우 외교부 차관으로부터 시작되었고, 원자력계에서 공공연히 주장하던 일”이라며 “최근까지 북한에 원전을 수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병령씨를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으로 추천한 정당이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라고 비판했다.

양이 의원은 나 전 원내대표를 향해 “이병령씨가 이적세력인가. 이병령씨를 이렇게까지 지키려 한 당시 자유한국당은 이적세력의 숙주인가”라며 “나 전의원의 생각이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양이 의원은 2018년 3월 ‘원전수출 국민행동’에 소속된 이병령, 정범진, 황일순, 조성은 등은 국민의힘과 함께 탈원전 반대에 공조해오던 사람들이 아니냐며 “원자력계와 한목소리를 내던 국민의힘이 이제 와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원자력계와 이제 갈라서겠다는 것이냐”고 따져물었다.

이에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비핵화 전제 경수로라면 노무현 정부 당시 6자 회담이든 김영삼 정부든 국제사회와 함께 다뤄왔던 주제”라며 “그런데 오랜 협상에도 북한원전이 수포로 돌아간 이유는 따로 있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실패의 역사와 영변 핵시설을 평화적 핵 이용으로 둔갑시키고 싶은 북한의 속셈을 모른 척 한 채 이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 중간에 급히 만든 원전 문건은 그래서 국민들에게 졸속 상납의 의혹을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자고 보도했던 기사 제목들 모음. 이미지=양이원영 페이스북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자고 보도했던 기사 제목들 모음. 이미지=양이원영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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