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가 오늘 내려진다. 사안을 보도한 대다수 언론이 재계의 ‘선처 호소’ 탄원 소식을 주로 다룬 가운데, 한겨레는 이같은 언론의 보도 경향을 사설로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1면에 고 이건희 삼성 회장 미술품 감정 소식을 올렸다.

한겨레 “이재용 총수역할론은 견강부회”, 조선 1면에 “이건희 고미술 애정”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며 뇌물을 준 혐의로 2017년 2월 구속기소됐다. 2심에서 뇌물액이 크게 깎였으나 대법원은 86억원을 뇌물로 인정하고 파기환송했다. 관심은 재판부가 선고할 형량에 모아진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4일 대법원에서 징역 20년형을 확정받았다.

▲18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18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동아일보와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는 재계의 선처 호소를 주요 소식으로 전했다. 이들 신문은 일제히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 등 “이 부회장을 선처해 달라’는 탄원서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신문과 세계일보, 조선일보는 “이재용 ‘운명의 날’”이라고 제목에 달아 이 부회장 관점으로 사건의 무게와 의미를 부여하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이날 사회면(14면)에 이 부회장 관점에서 선처와 작량감경 가능성을 타진하는 보도를 냈다. 신문은 “재판부는 2019년 첫 공판에서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 여부를 양형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게 징역 6년 이내로 선고하고, 작량감경을 적용한다면 형량이 3년 이하로 줄어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이 부회장으로선 4년 넘게 끌어온 사법 리스크의 굴레에서 벗어나 ‘뉴 삼성’을 위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와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는 재계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선처 호소를 주요 소식으로 전했다.
▲동아일보와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는 재계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선처 호소를 주요 소식으로 전했다.

한겨레는 이 부회장 선고 건에 사설을 내 언론의 ‘선처 호소’ 논리를 일축했다. “이재용 선고, ‘시대착오적 경제논리’ 배제해야”에서 “극히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언론들도 이런(선처 호소) 주장에 가세하고 있다”며 “과거 삼성 총수들이 불법·비리를 저질러 사법적 단죄를 받게 될 상황에 처했을 때마다 나왔던 ‘경제위기론’, ‘삼성 역할론’”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이 부회장 개인의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을 기업의 위기, 나아가 국가 경제의 위기로 연결짓는 경제논리는 그 자체로 시대착오적이다. 이 부회장이 구속돼 있던 2017년 2월~2018년 2월 삼성의 경영이 별 차질을 빚지 않았다는 사실만 봐도 견강부회임을 알 수 있다”고 했다.

▲18일 한겨레 사설
▲18일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설치·운영을 양형에 반영한다면 이 또한 변형된 경제논리일 뿐”이라며 “사후적으로 준법경영을 약속했다고 해서 선처의 근거로 삼는다면 불법행위를 단죄하는 사법 정의의 실현은 불가능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준감위 활동을 평가한 전문심리위원 가운데 재판부가 지정한 강일원 위원이 16개 평가 항목 중 14개 항목에서 미흡한 점을 지적한 사실도 언급했다.

한겨레는 “재벌 총수에게만 일반 시민과 다른 ‘특별한 법리’가 적용된다면 특권층의 존재를 용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법 앞에 만인의 평등’이라는 대원칙을 확인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했다. 선고는 18일 오후 2시5분 서울고법에서 열린다.

한편 조선일보는 1면에 “이건희 미술 컬렉션, 삼성, 감정 평가 의뢰”란 제목의 기사를 내고 ‘재산·상속세 미술품 대납제’를 꺼냈다. 조선일보는 “삼성이 이건희 회장의 개인 미술 소장품에 대한 가격 감정을 지난달 국내 미술품 감정 단체 세 곳에 의뢰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며 “이 같은 움직임은 이건희 회장의 별세 이후 재산 규모 확정 및 상속 문제와 관련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라고 했다.

▲18일 조선일보 1면
▲18일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는 대상 미술품 숫자는 약 1만2000점, 감정가는 총합 조 단위일 것이라며 “미술계는 이건희 회장의 재산 상속과 관련된 사안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건희 회장은 국내외 미술에 조예가 깊은 초일류 컬렉터였다”며 “이 회장이 ‘국보 수집 프로젝트’를 추진했을 정도로 한국 고미술에 큰 애정을 보였던 만큼 지정문화재도 다수 포함됐다”고 했다.

▲18일 조선일보 2면
▲18일 조선일보 2면

조선일보는 이 회장과 삼성의 서양 미술 컬렉션 두고선 “만약 이 미술품이 외국으로 나가면 문화 자산이 사라지는 국가적 손실”이라는 ‘화랑 관계자’ 말을 전한 뒤 “현재 재산세 및 상속세를 미술품으로 대납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재·미술품 물납제’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했다.

거리두기 연장…“시혜 아닌 권리” 정부 책임 묻는 목소리 커져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 거리두기와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식당·카페 등 주요 다중이용시설의 밤 9시 이후 영업제한 조치가 1월 말까지 유지된다. 다만 오늘부터는 식당처럼 카페에서도 밤 9시까지 취식이 가능하다. 지난달 8일 시작된 수도권 2.5·비수도권 2단계 조치가 50일 넘게 이어지게 됐다.

경향신문은 “물리적 거리두기가 이달 말까지 연장되며 생계난에 내몰린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영업 손실을 국가가 보상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5면에 보도했다. “다중이용시설의 집합금지·운영제한 등을 골자로 한 정부의 방역조치로 야기된 피해인 만큼 ‘시혜’가 아닌 ‘권리’로 재난 보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유흥시설을 제외한 집합금지 조치를 해제하고, 시설면적 8㎡당 1명의 이용인원 제한 등으로 영업을 허용했지만 수입을 회복하기엔 역부족”이라며 “오후 9시 등 영업시간을 통제하거나 면적당 인원으로 손님 수에 제한을 걸면서 노래연습장·헬스장 등 집합금지의 직격탄을 맞았던 업종들은 ‘달라진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18일 경향신문 5면
▲18일 경향신문 5면

신문은 “3차례 대유행을 거치며 누적된 피해와 한계까지 온 인내심은 ‘재난 지원으로는 턱도 없다’는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코로나19 초기만 해도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를 국가가 도와야 한다는 ‘시혜 관점’이 지배적이었다면 최근에는 국가 결정에 따른 손실을 자영업자의 영업권을 침해당한 것으로 보는 ‘권리 관점’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했다. 자영업자들의 요구가 ‘3차까지 모두 받아야 1000만원도 안 되는 재난지원금’에서 ‘영업제한으로 생긴 피해를 충당할 손실보상금’으로 바뀐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 책임을 묻는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코인노래방협회는 18일 서울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고 감염병예방법에 손실보상을 규정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한다. 전국카페사장연합회는 지난 14일 정부를 상대로 18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수도권의 학원 원장, 필라테스·피트니스 종사자, 호프집·PC방 등 집합금지 업종에 종사하는 업주들도 소송 또는 헌법소원에 뛰어들었다.

경향신문은 당정도 이 같은 문제의식으로 해법 마련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피해를 보상하는 ‘소상공인 구제 특별법’이나 ‘감염병예방법’ 등 방역당국 조치로 인한 소상공인 피해에 대한 국가 책임을 명시한 법안들이 제출된 상태다. 최근엔 미국 정부가 지난해부터 사업주에게 인건비·임차료 등을 무담보 대출해주고 고용을 유지하면 이를 탕감해주는 미국식 PPP(Pay Protection Program)가 제안됐다.

▲18일 서울신문 20면
▲18일 서울신문 20면

폐업이나 정리해고, 사업 부진 등 비자발적 이유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 200만명을 넘어섰다. 한겨레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위축 탓”이라며 “특히 임시·일용직과 영세사업장 등 취약층에서 비자발적 실직자가 많았다”고 밝혔다.

17일 통계청의 경체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보면, 지난해 12월 기준 일을 그만둔 지 1년 미만인 비자발적 실직자는 전년(137만 5000명)보다 48.9% 급증한 219 6000명이었다. 실업 통계 기준이 바뀐 2000년 이후 가장 많다. 외환위기 여파가 이어진 2000년이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온 2009년보다 많았다.

특히 직장이 휴업하거나 폐업해 직장을 잃은 실직자는 전년보다 150% 가까이 늘었다. 서울신문은 “비자발적 실직의 충격은 주로 고용취약계층을 향했다”고 했다. 실직 사유 가운데 ‘임시 또는 계절적 일의 완료’가 가장 많았고 ‘일거리가 없어서 또는 사업 부진’, ‘명예·조기퇴진, 정리해고’, ‘직장의 휴업·폐업’ 등이 뒤를 이었다.

▲18일 한겨레 1면
▲18일 한겨레 1면

경향신문은 국내 코로나19 첫 발병 뒤 1년 동안 비정규직 10명 중 4명이 실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또 절반 이상은 코로나19 이전보다 소득이 줄었다. 정규직 실직 비율의 9배에 달하는 수준이나, 취약 노동자 보호정책 수혜를 받은 경험은 정규직보다 적었다.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은 17일 이 같은 내용의 전국민 19~55세 직장인 1000명 대상 여론조사결과를 공개했다.

권두섭 직장갑질119 대표는 “영업 제한 업종 대부분이 5인 미만 사업장이지만 이곳 노동자 60%가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다”며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코로나19 종식 때까지 최저임금의 70%라도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