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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메뚜기’ 비정규직 없이 8시 뉴스 못 만든다
‘2년 메뚜기’ 비정규직 없이 8시 뉴스 못 만든다
[전태일 50 ‘제2의 이재학들’] ⑦ 보도국 파견·기간제 즐비, 뉴스 PD도 프리랜서화… “열정으로 시작해 일회용으로 끝난 느낌”

‘2년짜리 메뚜기’. 계약직이 최대 일할 수 있는 기간인 2년 터울로 방송사를 옮기는 방송 비정규직을 말한다. 대표 직군이 ‘뉴스 AD·PD’다. 뉴스 프로그램 제작·진행을 맡는데 ‘2년 메뚜기’가 대부분이다. 뉴스 프로그램은 오래 유지되고 업무도 변하지 않지만 2년 단위로 잘린 일자리가 즐비하다.

10여년 차 뉴스 PD 최진명(가명)씨는 지금까지 방송사를 8번 옮겼다. 그중 5번이 계약직이고 3번은 프리랜서였다. 진행해 본 프로그램만 8개가 넘었다. PD를 꿈꿨던 그는 뉴스 AD로 발을 들여 지금까지 버텼다. 방송이 적성에 맞아 더 잘하고 싶어 욕심을 낸 시간이 15년. 그런 그는 이제 “애정도 열정도 없다”고 말한다. “일회용처럼 소모되고, 열심히 하면 ‘계약직이 나댄다’는 힐난을 듣고, 열의를 다한 대가가 결국 이거냐는 생각이 든다”고 최씨가 말했다.

뉴스 프로그램 하나를 내보내는 데에 기자·PD·앵커 외에도 다양한 비정규직 노동이 있다. 촬영 현장 오디오맨부터 AD, 작가, 그리고 분장사들까지 뉴스 생산 과정에 참여하지만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는 이들이다.

▲MBC 드라마 '그 남자의 기억법' 중 뉴스 프로그램 진행 장면 갈무리.
▲MBC 드라마 '그 남자의 기억법' 중 뉴스 프로그램 진행 장면 갈무리.

 

“비정규직이 장 보면 데스크가 주문하고 PD가 요리”

뉴스 PD는 대표적 비정규직이다. 파견, 2년 기간제, 프리랜서 등 3종류 고용이 다 확인된다. 연륜 있는 기자들도 이 일을 맡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섞여 있다. KBS의 경우 자회사로 고용했다가 불법파견 소지가 발견돼 지난해 9월 모두 본사 직원으로 직접 고용했다.

핵심 업무는 뉴스 진행이다. 시청자가 보는 화면 뒤로 뉴스 PD의 큐 사인이 쉴 새 없이 오고 간다. 화면이 바뀔 때나, 자료 사진이나 자막을 넣고 뺄 때마다 뉴스 PD는 ‘멘트하세요’, ‘1번(화면) 콜’, ‘자막 인’, ‘아웃’, ‘스탠바이’ 등 사인을 먼저 보낸다. 앵커 1명을 비출지, 2명을 비출지, 각도는 어떻게 잡을지도 뉴스 PD가 정한다. 우리가 보는 뉴스는 PD의 분초 단위 지시로 진행된 결과물이다.

이들은 뉴스 전엔 큐시트를 짜고 필요한 사진·영상 자료도 찾는다. 앵커 뒤 화면에 깔린 사진은 모두 PD나 AD가 서버를 뒤져 그래픽 담당자에게 넘긴 것들이다. 방송사별로 업무는 다양하다. 뉴스 자막까지 작성하는 PD도 있고 ‘오늘의 주요 뉴스’ 같은 코너 원고를 작성하기도 한다.

▲보도전문채널 YTN 부조정실 내부 모습. 왼쪽에 앉은 사람이 뉴스 PD다. 사진은 2019년 7월21일 '시민데스크 YTN 이야기' 갈무리
▲보도전문채널 YTN 부조정실 내부 모습. 왼쪽에 앉은 사람이 뉴스 PD다. 사진은 2019년 7월21일 '시민데스크 YTN 이야기' 갈무리

 

최씨는 뉴스 방송을 요리에 빗댔다. “뉴스 방송이 나가기까지 그림, 그래픽, 오디오, 멘트, 원고 다 필요해요. 요리에 비유한다면 누군가 시장에 가서 신선한 재료를 담아 오겠죠? 메뉴 주문이 들어오면 주방 요리사는 주문서를 갖고 총지휘를 해서 요리를 만들어요. 장을 보는 사람이 AD, FD, 작가들이에요. 기자·데스크가 주문하면 PD가 싹 담아서 요리를 합니다.”

뉴스 AD·FD, ‘부수적 필수업무’ 몽땅 처리

AD·FD는 대부분 기간제나 파견직이다. 2년이 최대 계약 기간이다. 한 뉴스 작가 ㄱ씨는 “일부 방송사엔 아직 프리랜서가 남아있긴 하지만 대부분 계약직”이라며 “프리랜서를 쓰면 노동법 위반 소지가 있어 불리하니 직종별로 기간제, 파견직이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씨는 “AD 없인 뉴스가 돌아갈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은 사진, 영상, 오디오 등 프로그램에 쓰일 자료를 준비해놓는다. 앵커 옆 ‘어깨걸이’부터 화면 배경 사진을 미리 찾아서 기술팀에 넘긴다. 기자 업무를 보조하고 생방송 현장의 메신저 역할도 한다. 리포트에 쓰일 자료를 미리 찾아서 편집자에게 넘기거나 시시각각 바뀌는 큐시트·원고를 뽑아 스튜디오에 일일이 전달하는 일이다.

한 지상파 방송사 정치부에서 일했던 AD 얘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실험을 해요. 그럼 핵 관련 그림을 찾고, 조선중앙방송 이런 데서 그림 따와서 편집자가 바로 쓸 수 있게 파일을 등록시켜요. 과거 유사한 그림도 찾아놔야 해요. 국회 같은 곳에서 씽크(음성) 딸 게 있으면 또 다 뒤져요. CG 필요한데 기자가 CG실과 소통못하는 상황이면 AD가 대신 뛰어요. 바쁜 기자가 현장에서 녹음해주면, 오디오 받아서 파일 변환시켜 또 편집자에게 줘요.”

AD·FD 일은 방송사 수요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정해지기도 한다. 어떤 회사는 PD를 뽑아놓고 AD 업무를 시키고, AD에게 FD를 시킨다. 부조정실 자막 기기 앞에 앉아서 자막을 입력하는 AD도 있고, FD처럼 스튜디오에서 PD 지시를 전달하며 앵커가 보고 읽는 프롬프터를 다루는 이도 있다. 보통 한 프로그램당 3~6명이 있다. 최씨는 “PD·기자·앵커·출연진 손발이 돼주는 보이지 않는 숨은 일꾼”이라고 했다.

▲스튜디오에서 인터컴을 쓰고 뉴스 PD 지시를 전하는 일은 AD나 FD가 맡는다. 사진은 MBC 드라마 '그 남자의 기억법' 갈무리.
▲스튜디오에서 인터컴을 쓰고 뉴스 PD 지시를 전하는 일은 AD나 FD가 맡는다. 사진은 MBC 드라마 '그 남자의 기억법' 갈무리.

 

AD 상당수가 20대 청년이다. 이들은 한 번씩 “우리가 나이가 어려서 갑질을 당하는지” 생각한다. 5여년 전 한 종합편성채널 뉴스 프로그램에 악명높은 두 앵커가 있었다. 한 번은 이들이 뉴스 시작 전 원고를 전달하러 스튜디오에 들린 AD 얼굴에 원고를 던졌다. “내 말 못 알아들어?”라고 소리치면서. 매일 하인 부리듯 위압적으로 명령해 원성이 자자한 이들이었다.

한 전직 뉴스 AD는 “초등학교도 못 나왔냐?”는 말을 동료들 앞에서 듣고 펑펑 운 적도 있다. 4년 전 모 지상파 방송국에서 일할 때였다. 기자가 쓴 리포트 오타를 지적했더니 “기자가 잘못 썼겠냐”며 데스크가 질책했다. 그 당시 AD들은 데스크 통장 정리부터 약이나 간식을 사오는 심부름도 했다. 교대근무로 밤을 새우던 이들은 데스크의 모닝콜 지시도 받았다.

예외없는 100% 프리랜서 뉴스 작가

뉴스 앵커가 코로나19 확산 대응 방법을 두고 의료전문가를 인터뷰할 때,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두고 법학자와 언론학자가 토론을 벌일 때 출연자들은 모두 준비된 원고를 읽는다. 이 원고를 작가들이 쓴다. ‘아침 주요 뉴스’나 ‘연예뉴스’ 같은 세부 코너는 무조건 작가가 배치된다. 구성과 원고를 맡을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원고 없는 뉴스는 없다. 즉 작가 없는 뉴스 프로그램도 드물다.

담당 뉴스가 아침 6시 시작한다면 작가는 적어도 새벽 3시 출근한다. 전날 밤에 미리 출근하는 작가도 있다. 아이템 선정, 섭외, 원고 작성, 앵커 멘트 작성, 자막 입력, 출연자 안내, 출연비 지급 등이 업무 종류다. 필요하면 취재도 나간다. 작가는 모두 프리랜서다. 한 뉴스 작가 ㄱ씨는 “2년마다 바뀌는 AD들을 보고 한 기자가 ‘프리랜서로 뽑으면 오래 일해서 좋을 텐데’라고 하더라”며 “보도국 프리랜서 상당수가 ‘무늬만 프리랜서’인지 모르고 하는 소리인데, 근로기준법 보호도 못 받는 처지가 뭐가 더 낫단 말인가. 철저한 사용자 관점의 말”이라고 토로했다.

▲한 뉴스 작가가 쓴 코너 원고에 데스크가 첨삭을 본 표시가 있다.
▲한 뉴스 작가가 쓴 코너 원고에 데스크가 첨삭을 본 표시가 있다.

 

편집자, 계약 2년 채우고 2개월 쉬고 2년 파견

2분 가량 리포트는 20~30여개 영상·그림과 음성으로 구성된다. 이를 자르고 붙이는 일을 영상편집자가 한다. 정규직 편집자가 상당수지만 계약직도 남용된다. 올해 초 MBC 보도편집실 인력 30여명 중 9명 정도가 계약직이었다. 정규직, 전문직(무기계약직), 기간제, 파견직 등 4종류 일자리가 섞여 있다. 한 방송사 계약직 편집자 ㄴ씨는 “자체 계약직(기간제)과 파견직은 반반씩 섞여 있다. 1년 단위로 계약한다. 일을 잘하면 1년 더 계약해 2년 일한다”고 말했다.

이 경우 한 비정규직 편집자가 6년 넘게 한 곳에서 일했다면 기간제와 파견직을 ‘왔다 갔다’ 한 것이다. ㄴ씨는 “1년 기간제로 들어와 갱신해 2년을 채우면 2~3개월 쉬고 파견노동자로 들어온다. 또 2년을 일한 후 몇 개월 쉰다. 다시 기간제로 계약해 2년 일한다”고 했다.

간혹 계약직을 대상으로 정규직 전환 기회가 오지만 “로또”다. 언제 전환 채용이 열리는지, 채용 기준이 뭔지 명확히 공지되지 않는다. 올해 중순 MBC에선 계약직 3명이 전문직으로 전환됐다. 이 중엔 실제 기간제와 파견직을 모두 거쳐 5~6년을 근속한 계약직도 있었다.

▲자막CG를 맡는 다온분회 조합원이 대구MBC 부조정실에서 스포츠 중계를 운행하고 있다. 사진=다온분회
▲자막CG를 맡는 다온분회 조합원이 대구MBC 부조정실에서 스포츠 중계를 운행하고 있다. 사진=다온분회

 

여성화된 일자리 자막·CG

‘문발언니’는 방송계 은어다. ‘문자발생기 언니’의 준말로 자막을 주로 제작하는 감독을 칭한다. 자막·CG 제작 인력 대부분이 여성이다. 최근 방송계 종사자들은 엄연한 감독인데도 여성이 주로 맡는 일이라며 폄하하는 뉘앙스가 있어 이 용어를 잘 쓰지 않는다.

자막 제작자는 PD나 기자가 주는 문구를 받고 CG 그래픽 툴로 자막과 자료 사진을 제작한다. 인력 상당수가 계약직이다. KBS만 절반가량이 정규직이다. 출퇴근 시간과 근무 장소가 명확하고, 방송사의 지휘·감독 하에서 일해 프리랜서 남용은 적지만 프리랜서가 없진 않다.

대구MBC에서 10여년 일한 CG 제작자 윤미영 언론노조 대구MBC비정규직다온분회장은 “대구MBC는 자막, CG 인력을 프리랜서로 채용한다. 관련해 다른 계열사나 방송사의 고용 형태를 조사한 적이 있는데 대부분 계약직을 쓰고 있었다”며 “프리랜서는 근로기준법 보호는 전혀 못 받지만 2년 넘게 일하고, 계약직은 법의 보호는 일부분 받지만 2년까지 일한다. 정규직 없이 프리랜서, 계약직 중 양자택일”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실이 지난 국정감사 때 발표한 공공부문 45개(MBC·KBS 제외) 방송사 프리랜서 분석에 따르면, CG그래픽(32명) 및 자막(3명) 직군 프리랜서 35명 중 27명(약 77%)이 여성이다. 8월 말 기준 1인당 한 달 평균 수입은 CG그래픽 32명 경우 240여만원, 자막은 220만원이다. CG그래픽 프리랜서의 한 달 최저 수입은 200만원, 자막 프리랜서는 194만원으로 조사됐다.

▲촬영기자. 사진=이치열 기자
▲촬영기자. 사진=이치열 기자

 

SBS 뉴스 촬영 기자는 자회사 소속

촬영현장으로 가면 오디오맨과 VJ가 있다. 오디오맨은 촬영기자 보조를, VJ는 촬영 업무를 분담한다. 오디오맨도 대부분 파견 계약직이다. 촬영 장비를 운반하고 현장에서 마이크 설치 등 촬영기자 일을 돕는다. 방송 제작에 관심 많은 20대 청년들이 업계를 경험해보고 싶어서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공개 채용’을 제외하면 촬영감독이 되는 방법이기도 하다.

SBS는 촬영 직군 자체를 외주화했다. 촬영기자, 촬영감독 등 유관 인력은 모두 자회사 SBS A&T 소속이다. SBS 직원 ㄷ씨는 “촬영감독 기준 전체가 60명이면 내부 정규직은 30명, 나머지 30명은 프리랜서다. 이들 프리랜서들은 오디오맨부터 시작한 이들이 많다”며 “5~6년 가량 카메라 보조를 하다가 눈에 띄면 내부자가 될 수 있는 시험 자격이 주어진다. 아주 혹독한 과정과 시험을 통과해야 내부자 명단에 들어가는데, 이 기회 자체가 매우 드물다”고 전했다.

VJ는 소위 ‘6mm 카메라’로 취재 현장을 촬영한다. 6mm는 촬영기자 장비인 ENG 카메라 외 규모가 작은 카메라 기기를 통칭한다. 촬영기자와 VJ 업무가 어떻게 구분되냐는 질문에 방송기자 ㄹ씨는 “올해엔 VJ와 함께 일한 날이 더 많았다. 몰래 촬영해야 하거나 잠입 취재할 땐 다 VJ가 간다. 언론 윤리 때문에 촬영기자를 나가지 못하게 하는데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며 “회사에서 편집을 하는 VJ도 봤다. 고용 형태를 모른 채 근무 모습만 보면 사실 구분이 잘 안 간다”고 말했다.

임금 인상 없는 분장사, 방송사 옮겨다니며 알바

앵커, 리포터를 포함한 모든 뉴스 출연자는 분장실을 들린다. 헤어·메이크업 분장사들이 일하는 곳이다. 보통 뉴스 시작 2~3시간 전 출근해 뉴스가 끝나면 분장실을 나간다. 생방송 도중 추가로 분장해야 할 상황이 생길 수 있어 뉴스가 끝날 때까지 대기한다.

▲ⓒpixabay.
▲ⓒpixabay.

 

이들 대부분은 외주업체 소속이다. 근로계약서도 1년 단위로 쓰는 경우가 많다. 소수 경력직을 제외하면 법정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분장사가 있을 정도로 임금 수준이 높지 않다. 적지 않은 분장사들이 ‘알바’를 뛴다. 오전엔 A 방송사를 갔다가 저녁엔 B 방송사를 가는 식이다. 분장사 ㅁ씨는 “방송사 입찰을 따려고 단가 경쟁을 하는 데다, 업체가 자기 이윤도 챙기니 수입이 잘 오르지 않는다. 2~3년차나 9~10년차나 임금이 같을 때가 많다”고 전했다.

외주업체가 방송사와 계약이 만료되면 일자리를 잃는다. 또 다른 분장사 ㅂ씨는 “계약 해지와 이직은 이 업계에서 다반사”라며 “앵커 취향에 따라 일을 못하기도 하는데, 모멸감까지 주는 사람이 있어 그 스트레스가 제일 크다”고 말했다. 가령 새로 고용된 분장사의 적응 시간을 기다려 주지 않고 면전에다 일을 못한다고 힐난하는 경우다. 앵커 의견이 방송사를 통해 외주업체로 의견이 전달되면 분장사들은 교체된다. 프리랜서일 경우는 그대로 일자리를 잃는다.

일부 지역 방송사들은 비용 절감 때문에 외주업체 분장사를 전속처럼 쓰기도 한다. 동일한 분장사가 아침 뉴스부터 저녁 뉴스까지 분장실을 지키면서 출연진을 꾸민다. ㅂ씨는 “머리부터 의상, 화장까지 전 분야를 맡는 이들도 있다. 전속으로 일하는 분장사는 방송사 직원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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