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SBS 성착취방 운영자 조주빈 실명보도, 왜 논란인가
SBS 성착취방 운영자 조주빈 실명보도, 왜 논란인가
SBS ‘박사방’ 보도 이후 찬반 논란, 일부 악마화·관음증 보도도…SBS 측 “구조 문제, 후속보도 준비 중”

경찰이 피의자 신상공개 여부를 결정하기 하루 전인 23일 SBS가 텔레그램 성착취 영상방 운영자 실명을 공개했다. 앵커는 “추가 피해를 막고 또 아직 드러나지 않은 범죄를 찾아서 수사에 도움을 주자는 차원,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피의자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한다”고 실명보도 이유를 밝혔다. 사건의 실체를 밝히고, 재발을 막기 위한 공익 차원의 보도라는 설명이다. 

대중의 반응은 다른 곳에 모였다. SBS 홈페이지와 포털 네이버에서 해당 기사에 달린 댓글 중 공감을 가장 많이 받은 댓글은 각각 ‘미국처럼 징역 1480년 때리자’, ‘미국이면 150년 때린다’는 내용이다. ‘나머지 26만명도 공개해달라’, ‘사형’ 등의 댓글 역시 공감을 많이 받았다. 

시청자 반응은 SBS 의도와 무관할 수 있다. 미성년자까지 착취한 범죄자를 공개해 사회적으로 망신(또는 경각심)을 주고 강하게 처벌하자는 여론이 강하게 나온다. 기저에는 그간 공권력이 성범죄 등을 법·제도 미비, 안일한 태도로 제대로 처벌하고 근절하지 못했다는 불신이 깔려 있다. 이는 SBS도 밝혔듯 기록적인 청와대 국민청원 숫자에서도 드러났다. 

여기서 SBS 보도가 적절했는지 논쟁이 발생한다. SBS가 실명보도한 23일은 대통령이 성착취방 회원 전원을 조사하라며 이 사건이 이슈 전면에 등장한 날이다. 경찰이 이번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도 SBS의 보도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서 나온다. 

▲ SBS 23일 보도화면 갈무리
▲ SBS 23일 보도화면 갈무리. 피의자가 학교성적이 좋았다는 내용.

 

이번 사건은 성폭력처벌법으로는 첫 신상 공개 사례다. 즉 현재 국민청원으로 대변되는 여론과 언론보도, 정치인들의 발언 등이 영향을 끼치고 경찰 안팎 7명으로 구성한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 결정까지 ‘사회적 합의’를 완성하는 과정에 있다. 

아무리 언론사라도 어떤 한 주체가 임의로 공개를 결정할 때 이 사회적 합의가 무력해지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다.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N번방 관련 해시태그 운동에서도 보듯 이번 사회적 합의는 소위 ‘악마’들을 색출하는 것보다 왜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지, 법사위 회의에 드러났듯 국회와 정부가 얼마나 안일하게 생각했는지, 피해자가 얼마나 처참한 고통에 파묻히는지 공감하는 맥락으로 진전해 왔다. 

이를 최초로 파헤친 대학생 기자 ‘추적단 불꽃’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자극적인 제목을 피하고 단어 선정까지 신경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결방안과 보도 이후 처벌과정을 풍부하게 다뤄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SBS가 명시적으로 밝힌 보도이유와 달리 이런 선정적인 이슈를 과연 최근 분위기와 공익 관점에서만 보도했다고 시청자들이 믿을지 의문이다. 

경찰이 보도 하루 뒤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로 한다면 ‘어차피 공개될 거 하루 먼저 공개하면 어떠냐’는 생각이 가능하다. 이는 알‘권리’를 가진 다수 국민의 입장이지 정보공개를 결정할 언론인의 고민 지점이 아니다. 결과의 시비보다 과정의 정당성이 중요하고, 결과를 위해 어떤 수단을 선택하거나 희생시킬지를 결정하는 과정 자체가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경찰이 피의자 신상을 공개할 가능성이 높아진 시점에서 공개한 점이 선정성, 상업성에 기댄 보도라는 의구심을 높여준다. 이 사건을 꾸준히 보도해 온 한겨레 등의 과거 기사를 보면 범죄자 개인에 집중하기보단 이런 사태가 얼마나 만연했고, 단죄와 재발방지가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범죄자 개인을 특정하는 순간 이목은 그 개인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 

▲ SBS 23일 보도화면 갈무리. 피의자 학창시절 동료가 피의자를 평범하다고 묘사하는 장면.
▲ SBS 23일 보도화면 갈무리. 피의자 학창시절 동료가 피의자를 묘사하는 장면.

 

도시 스릴러 영화장르가 무서운 이유는 평범한 얼굴을 한 악마가 일상에 숨어있을 수 있다는 공포감 때문이다. 이미 언론보도는 도시 스릴러로 흐르고 있다. 가장 이목을 끌 수 있는 기사다. 여러 매체에서 범죄자 개인의 특이점을 찾아내고 있다. 평범한 생활과 악한 내면은 어느 쪽이든 스릴러를 완성한다. 

모두 사건의 본질과 동떨어진 보도다. SBS도 피의자의 학교, 주변의 평가 등을 리포트했다. SBS 보도 이후 기다렸다는 듯 채 하루도 안 돼 여러 매체에서 그의 성적취향, 봉사이력 등을 보도했고, ‘악마’라는 단어를 기사제목에 배치한 곳도 여럿이다. 이런 폭력이 가능한 사회구조의 단면을 피의자 개인의 특성이나 취향으로 통찰할 수 없다. 사법제도의 무기력한 단점은 범죄가 가능했던 사회분위기를 고려하지 않고 범죄자만 단죄한다는데 있다. 언론이 이를 차용하는 모양새다. 

최근 언론에는 자신들의 보도가 가져올 파장까지 고려해야 하는 높은 책임성을 요구한다. SBS 보도는 결과적으로 경찰의 신상공개 이전에 이미 피의자를 악마화하는데 일조했다. 직원들에게 갑질한 것으로 유명한 양진호 사건으로 디지털 성범죄 카르텔을 종식하지 못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우려했고, 반복해왔던 일이다. 

▲ 텔레그램 성착취영상방 피의자를 악마와 함께 엮은 기사들
▲ 텔레그램 성착취영상방 피의자를 악마와 함께 엮은 기사들

 

물론 SBS 보도의 의미가 없다고만은 볼 수 없다. 언론계뿐 아니라 온라인상에선 피의자의 신상정보가 떠돌고 있었다. 한 방송사의 A기자는 2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운영자 ‘박사’가 누구냐를 두고 찌라시 등으로 두 명이 피의자로 추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레거시 미디어에서 정확하게 보도하는 게 현실적인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반인륜 범죄이며 범인이 혐의를 인정한 점 등 피의자 실명보도시 고려할 점을 SBS가 어느 정도 충족한 점은 인정할 수 있다. 

보도책임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 SBS는 범죄자 실명보도에 적극적인 언론사다. SBS는 2008년 ‘그것이 알고 싶다’, ‘8뉴스’ 등에서 범죄자 신상공개에 적극적인 해외사례를 소개하며 신상공개 찬성 여론을 만들었다. 2009년 연쇄살인 피의자 강호순의 얼굴을 공개하는 과정에서도 MBC와 KBS에선 내부 논란이 있었지만 SBS에선 얼굴공개에 큰 이견이 없었다. 

A기자는 “90년대 후반 대법 판결 이후 범죄 내용을 공개하는 건 괜찮지만 범죄자 실명공개가 공익성이 없다는 판결 이후로 익명보도 분위기가 퍼졌지만 실명보도가 원칙이고 익명보도가 예외”라며 “과거엔 범죄보도에서도 실명을 보도했고 미국 등 해외에서도 그렇다”고 했다. 

엄밀하게 공권력의 신상공개와 언론사의 실명보도는 각 기관 판단에 달렸고 결과가 다를 수 있다. 김우식 SBS 사회부장은 24일 미디어오늘에 “앵커가 말한 대로 피해자 중 미성년자가 16명이나 있고, 범행이 잔혹해 추가피해를 막고 수사에 도움을 주자는 차원과 알권리 차원에서 취재한 내용을 공개했다”며 “법적미비사항 등 구조적인 문제를 다룰 후속보도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의자의 동료 평가, 학교정보 등이 불필요하지 않았냐는 지적에는 “피의자가 어떤 동기나 심리적인 상태로 범행을 했는지, 팩트를 확인하는 과정을 공개한 것”이라며 “사익과 공익을 따져보고 공익이 우선된다고 생각해 보도본부와 법무팀 협의를 한 뒤 보도가치가 있다고 판단해서 리포트를 내보냈다”고 말했다. 

아쉽지만 23일 보도 이후 이 사건은 SBS의 손을 떠났다. 경찰의 신상공개는 뒷북이 됐고, 피의자 새로운 신상정보를 담은 기사들이 경쟁하고 있다. 우리 곁에 숨어있던 악마를 사회에서 격리하는 수준의 처벌이 필요하다는 논의로 이어질 예정이다. 

범죄자를 나쁘다고 말하는 것만으로 언론의 역할을 다하는 시대는 지났다. 사회구조를 말한다는 건 어렵고 피곤하며 불편할 일이다. 어쩌면 총선을 앞두고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이 외면하기 쉬운 영역이다. 

처벌이 경미한 걸 신상공개로 대체하는 건 별개의 문제이며 미약한 처벌이 사건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역시나 크게 바뀌지 않은 토양에서 시간이 흐르면 혼자 남을 피해자들의 삶을 정부와 사회가 얼마나 살펴볼 수 있을까. 

이번 ‘사회적 합의 결정’의 의미를 회복하고, 해외공조수사까지 벌여야 하는 어려운 해법에 더 방점을 둘 언론은 많지 않다. 성착취방에 돈을 지불하지 않았더라도 이 문제에 공감하지 못했거나 성착취를 외면해온 위정자들과 이 사회의 분위기를 어떻게 바꿀지 고민할 매체는 몇이나 될까. 언론이 다뤄야 할 다양한 논쟁점이 묻혔고 사건은 단순해졌다. 이제 카메라는 25일 오전 검찰 앞에 나타날 피의자 얼굴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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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20-03-24 20:49:44
"경찰이 보도 하루 뒤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로 한다면 ‘어차피 공개될 거 하루 먼저 공개하면 어떠냐’는 생각이 가능하다. 이는 알‘권리’를 가진 다수 국민의 입장이지 정보공개를 결정할 언론인의 고민 지점이 아니다. 결과의 시비보다 과정의 정당성이 중요하고, 결과를 위해 어떤 수단을 선택하거나 희생시킬지를 결정하는 과정 자체가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 동의한다.

단무지 2020-03-24 23:16:41
이 사건으로 윤석열 장모사건 덮히는건가요?
검찰이 흘려주고 경찰이 받아 먹은건가?
n번방 텔레그램 사건도 강력한 처벌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