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그 이름과 전태일의 어머니 이소선을 견주고 싶진 않다. 기대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너무 가시밭 길이어서다. 더구나 나는 먹물로 지내며 그 길을 권하기란 염치없는 짓이다.
‘나라에서 운영하는 기업’의 ‘상상도 못했던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착하고 성실했던 아들이 참사를 당했기에 어머니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추궁하듯 하소연했다. 행여 어머니에게 악성댓글이 인터넷에 오르내릴까 싶어 “누가 이 어머니에게 ‘정치적’이라 비난할 것인가. 아니 나는 차라리 이 어머니가 진정으로 정치적이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썼다
[ 관련 칼럼 : 김미숙의 슬픔, 문재인의 사과 (2018년 12월18일) ]
기우였다. 어머니 김미숙은 여의도 정치판과 당당히 맞섰다. 국회의사당으로 들어가 ‘김용균법’ 통과를 국회의원들에게 다그쳤다. ‘국가 경제’를 언죽번죽 들먹이는 자유한국당을 압박해 마침내 법안 통과를 이뤘다. 그랬다. 김미숙은 2018년 세밑 국회의사당의 촛불이었다. 제 잇속이나 제 사람 챙기기로 일관해온 정치판의 짙은 어둠을 온 몸으로 여울여울 밝혔다.
대통령의 늦은 만남 제안에도 냉철을 잃지 않았다. 진상조사와 책임자 규명조차 전혀 이뤄지지 못한 상황에서 만나면 자칫 상황이 종료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대책위에서 일하는 박석운 민중공동행동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여러 차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진상조사와 정규직화를 지시했는데, 대통령 령이 안서는 건지 사장들이 항명하는 것인지 납득이 안 된다”고 개탄했다. 정말이지 나도 궁금하다. 대통령의 지시를 왜 내각과 비서실이 수행하거나 점검하지 않는가. ‘친정체제’ 노영민 비서실장이 치열하게 짚어볼 사안이다. 내각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구현하지 않고 있는 사안은 하나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머니 김미숙은 그 자신도 비정규직 노동인으로 알려졌다. 인터뷰에서 우리는 아들 잃은 고통의 시간을 어머니가 어떻게 견뎌내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힘들다. 잠을 거의 못 잔다. 2~3시간 자다가도 벌떡벌떡 깬다… 지금 이때 나서지 않으면 (사안의 관심이 떨어져) 아무것도 못 이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건 다 하려고 한다. ‘나라가 어떻게 하면 바뀔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용균이 동료들을 살릴까’ 자다가도 이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데 그럴 때면 휴대폰에 이것저것 적는다.”
그 적바림을 바탕으로 김미숙은 집회에서 읍소한다. 어머니는 아들이 숨지기 전에 이미 11명이 참사를 당했다는 사실이 되우 안타깝다. 자신이 가만히 있으면 13명 째 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어머니를 용기 있는 실천에 나서게 했다.
묻고 싶다. “나라가 어떻게 하면 바뀔 수 있을까”를 오늘의 어머니처럼 밤잠 설치며 고심하는 정치인이 지금 국회에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청와대 비서실과 내각에는 또 얼마나 있을까.
외동아들 빼앗긴 비정규직 노동인 김미숙의 정치는 정치판의 촛불이다. 글로나마 서툰 연대의 인사를 건넨다. 힘내시라. 수많은 민중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머니를 응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