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수 YTN 사장이 간호사들과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 자신의 과거 트윗에 대해 사과했다. 최 사장은 18일 오전 기자와 만나 “과거 여성들에게 (트위터를 통해) 상처를 줬다”며 “스스로를 반성하고 성평등을 위해 YTN 사장으로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머니투데이방송(MTN) 시절인 지난 2010년 자신의 트위터에 “으악 오늘 간호원은 주사도 아프게 엉덩이도 디따 아프게 때린다 역할 바꿔보자고 하고 싶당ㅎㅎ”, “흐미 간호원 아가씨 궁디에 주사 두방 두드려주는 손은 좋은데 주사는 영~~ 채식하라는데요. 아궁 고기가 두드러기 원인일수 있어서 아흑~” 등의 글을 남겼다. 이 밖에도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각종 트윗을 올려 물의를 빚었다.
한국여성민우회도 “사적으로 친한 사람들과 SNS를 통해서 웃기기 위한 농담을 주고받은 것”이라는 최 사장 해명에 대해 “사적인 이야기는 성희롱이 아닌가요? 그럼 여성들이 마주한 수많은 성희롱 발언은, 사적인 이야기니까 넘어가야 하는 건가요? 과연 이렇게 성희롱 발언을 일삼는 이가 공정한 언론, 성평등한 언론을 위해 일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최 사장은 지난 17일 대한간호협회에 사과의 뜻을 전했다. 최 사장은 협회 측을 직접 찾으려 했으나 협회 사정상 사과문을 전하는 것으로 양측이 의견을 좁혔다. 최 사장이 보낸 사과문은 “대한간호협회원들과 전국 여성분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드려 죄송하다”, “앞으로 SNS를 비롯해 다양한 소통 과정에서 이번 일을 교훈으로 삼겠다”, “국민 건강에 있어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간호사분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 등의 내용으로 채워졌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1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어제(17일) 오후 사과문이 왔고 협회도 공식 사과문으로 받아들였다”며 “최 사장이 직접 협회를 오신다고 했는데 협회 사정이 여의치 않아 사과문을 받는 걸로 대체했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YTN에 와서 보니까 YTN 간부 중 여성 비율은 낮았다”며 YTN 여성 간부 비율 개선을 시사했다. 최 사장은 “MTN에서도 간부들이나 직원들에게 성 관련 불미스러운 일이 있을 경우 엄정히 처리했다”며 “MTN 사장실에 붙어있는 반투명 용지를 걷어내 여성 간부가 보고할 때 밖에서 다 볼 수 있게끔 스스로 엄정하게 경계했다. 지금 이렇게 오해받는 상황이 참혹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YTN 사장으로서 회사 시스템 등을 포함해 성평등 개선 문제에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국언론노조 YTN지부(지부장 박진수)는 지난 8일부터 ‘사장 출근 저지 투쟁’을 하고 있다. 회사로 들어서지 못하고 있는 최 사장은 18일 오전 서울 상암동 YTN 사옥 인근 카페에서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노조는 △보도국장 지명 문제 등을 논의했던 지난해 12월24일 ‘노사 합의의 파기’ △‘MB 칭송’ 칼럼 논란 △‘성희롱 트위터’ 논란 등을 이유로 조속한 퇴진이 필요하다고 거듭 주장했다. 최 사장은 노조 조합원들에게 “사퇴할 사유는 되지 않는다”며 “민주적 절차에 의해 사장에 임명됐다. 사퇴가 책임지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자와의 인터뷰는 50분간 최 사장과 대치했던 노조 조합원들이 돌아간 후 같은 장소에서 이뤄졌다.
- 대한간호협회에 공식 사과했나?
“원래는 직접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들을 찾으려 했다. 협회 측에서 ‘그렇게 안하셔도 된다’고 했다. 성평등을 위해 YTN 사장으로서 노력하겠다는 말도 전했다. 사과문으로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그 시절 (트위터로 인해) 여성들에게 상처를 줬다. 지금은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 4~5년 동안 그런 내용을 올린 적이 없기도 하고…. MTN에서도 간부나 직원들에게 성 관련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을 때 엄정히 처리했다. 사장실에 붙어있는 반투명 용지를 걷어내 여성 간부가 보고할 때 밖에서 안을 다 볼 수 있게끔 스스로 엄정하게 경계했다. 지금 이렇게 오해 받는 상황이 참혹하다. YTN에 와서 보니까 YTN 간부 중에 여성 비율이 낮더라. 앞으로 YTN 사장으로서 회사 시스템 등을 포함해 성평등 개선에 더 노력할 것이다.”
- 노조는 지난 8일부터 ‘사장 출근 저지’에 나서고 있다. 회사는 노조가 보도국 인사권을 요구했다고 주장하지만 노조는 “허위 사실”이라는 입장이다.
“노조가 보도국 인사권을 요구한 적 없다고 주장하고, 노종면 부장(앵커실 부장)도 (기존 ‘보도국장에게 인사권이 필요하다’는 요구에서) 생각이 바뀐 것처럼 이야기한다면 ‘사장의 인사권 행사시 보도국장 의견을 존중하고 협의한다’는 부분에 대해 노사 이견은 없는 것 같다. 남은 이슈는 보도국장 지명 이슈인데 이 이슈는 쉬운 것이라 생각한다.”
- 노사 갈등은 해소될 기미가 안 보이는데.
“오늘처럼 (노조 조합원들과) 다대일로 접촉하는 건 효율적이지 않다. 대표자들을 만나 대화할 필요성이 있다.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에게 중재 요청을 한 바 있고, 최강욱 변호사(방송문화진흥회 이사·전 YTN사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에게도 요청했다.”
- 업무 보고를 외부에서 받고 있다.
“업무 보고를 받으며 느낀 생각은 ‘보도국 독립은 자동으로 이뤄질 것 같다’는 것이다. 경영 쪽에 좋은 사업들이 너무 많아서 보도 개입을 하라고 해도, 경영에 전념하느라 시간이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안타깝다. KBS도 곧 문제가 해결될 것 같은데 YTN 사태도 잘 해결되어야 한다. 이번 사태를 겪은 뒤 보도국을 더욱 독립적으로 운영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난 1월부터 발목이 잡혀 있지만 협상의 물꼬를 틀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