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서 개정안을 다시 국회로 돌려보냈다.

박 대통령은 “당선된 후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이 심판해주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의결한 법안을 거부하는 동시에 국회와 정치권을 배신집단과 심판 대상으로 맹비난한 것이다. 불신이 높은 정치권과 대립각을 세워 여론의 지지를 얻겠다는 포석인 동시에 메르스 사태로 흔들리고 있는 국정 동력을 회복하겠다는 의도가 실린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국회법 개정안을 재의결하지 않고 폐기하기로 당론을 결정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의사일정 전면 중단을 거론하며 반발하고 있어 정국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포함해 15조 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해 경기를 부양하기로 했다. 하지만 예산 사용 계획이 모호하고 장밋빛 전망만을 상정한 계획이라 주먹구구식 경기 대응으로 나랏돈만 낭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도 노조를 만들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이주노동자도 단체 행동권을 비롯한 노동 3권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이주노동자들이 소송을 제기한 지 10년만이다.

다음은 6월 26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다.

 

경향신문 <“배신의 정치, 심판해야”…국회에 전쟁 선포한 대통령>
국민일보 <朴“배신의 정치…선거로 심판”전면전 선언>
동아일보 <朴대통령 “배신의 정치, 국민이 심판해야”>
서울신문 < 朴, 국회 맹공…국정 장악 ‘거부권 승부수>
세계일보 <朴대통령 “배신의 정치 선거에서 심판해야”>
조선일보 <朴대통령 “배신의 政治, 국민이 심판해달라”>
중앙일보 <“배신의 정치”… 박 대통령, 유승민 공개 비판>
한겨레 <대통령의 독선, ‘정치’를 짓밟다>
한국일보 <청와대發 ‘6ㆍ25 전면전’>

 

   
▲ 한겨레 1면.
 

“정국을 파국으로 모는 대통령의 협박 정치”

한겨레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16분 정도 이어진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앞부분에 메르스 관련 정부 대응을 짧게 주문한 뒤, 나머지 12분을 국회와 여야 비판으로 모두 채웠다. 굳은 표정으로 국회법 개정안을 거부하는 이유를 설명했고, 이어 격앙된 목소리로 정치권과 여당을 차례로 비판하며 “선거에서 심판해 달라”고까지 말할 정도로 날을 세웠다. 한겨레 박 대통령이 국회법 거부권 행사를 메르스 정국 돌파를 위한 또다른 계기로 삼으려 한 것 아니냐는 분석마저 나온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대통령 임기가 2년 8개월이나 남은 만큼 여야 정치권에 매달리기보다는 국민과 직접 상대하며 ‘일하는 대통령’ 대 ‘발목 잡는 국회’의 대결 구도를 만들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는 것이며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는 대목도 야당이 아닌 여당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권 ‘새판 짜기’에 들어갔다는 얘기다. 

경향신문은 사설을 통해 일개 법안을 두고 국가위기까지 운운하며 고집을 부려온 의도는 독자적 목소리를 내온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를 찍어내고 비박 지도부를 길들이는 권력투쟁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하며 재의요구를 헌법에 따라 본회의에 부쳐 당당한 표결을 통해 처리하는 것이 의회주의를 지키는 길이라고 전했다.

한겨레는 경제민주화며 복지며 대선 과정에서 남발했던 박 대통령의 공약은 모두 휴지 조각이 돼버린 상황에서 국민에게 최대의 배신감을 안겨준 사람이 바로 박 대통령이라며 ‘당선 뒤 배신’이야말로 박 대통령을 설명하는 열쇳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겨레는 거부권 행사를 ‘파국’을 담보로 한 일종의 ‘협박 정치’라며 박 대통령은 지금 ‘파국을 맞고 싶으면 재의를 한번 해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이 여당을 향해선 숙제를 내주듯 법안 처리만을 일방적으로 주문했고, 야당과의 대화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제 정치권 비판을 넘어서 국회와의 관계를 어떻게 꾸려갈 것이며, 주요 국정 현안은 또 어떤 방식으로 추진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 조선일보 3면.
 

유승민 원내대표의 판정승? '갈 길이 첩첩산중' 

박근혜 대통령이 여당 원내대표를 직접 거론하며 ‘불신임’하는 이례적 상황이 벌어졌지만, 소속 의원들이 의원총회에서 ‘재신임’한 것을 두고 국민일보는 유 원내대표의 판정승이라는 해석도 있다고 전했고 중앙일보는 25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유 원내대표의 사퇴나 책임론을 언급한 이는 7~8명에 불과했다며 임기 중반 여권 내의 권력지형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있다고 전했다. 반면 경향은 유승민 원내대표가 당·청 갈등의 상징이 된 데다가 친박계에서 언제든 ‘사퇴론’에 다시 불을 지필 수 있고, 이때마다 몸을 낮출 경우 ‘유승민표’ 정책과 원내 전략이 뿌리부터 흔들리게 된다며 갈 길이 ‘첩첩산중’이라고 전했다. 

 

   
▲ 한겨레 4면.
 

새정치민주연합 내홍 ‘일단은 숨 고르기’

돌발적인 ‘거부권 정국’에 야당의 집안싸움은 잦아들은 모양새다. 야당은 국회일정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당무 거부를 선언한 지 하루 만인 25일 ‘거부권 정국’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했고 비노(비노무현) 진영의 반발도 주춤해지고 있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가 사무총장을 공천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최근 최재성 사무총장 인선을 놓고 불거진 당내 계파 대결을 중단하라는 의미에서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혁신위원과 함께 2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 지도부의 대리인으로서 공천에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사무총장을 공천과 관련한 모든 기구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정책위의장 등 핵심 당직 인선을 둘러싼 마찰도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노 진영은 범(汎)친노인 강기정 정책위의장의 유임에 반대하며 최재천 의원으로 교체할 것을 요구해왔지만 이마저도 사실상 유야무야될 분위기라고 동아는 전했다. 

 

   
▲ 경향신문 8면.
 

사용처 명시 없는 ‘깜깜이 추경’

정부는 빚을 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는 등 15조원 이상의 경기 부양책을 마련키로 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추경 재원은 메르스와 가뭄 피해를 추스르는 사업에도 사용되지만, 내수 진작을 위한 일자리 사업을 늘리는 데 상당액 투입될 전망이다. 다만 이날 구체적 추경 규모는 밝히지 않았고, 부처별 자금 수요를 파악해 7월 초에 추경 규모를 확정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기업과 가계의 투자·소비 진작 방안을 마련했다. 정부가 돈 보따리를 풀 테니 기업과 가계도 돈을 더 쓰라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이번 추경이 정부 기대만큼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우려를 전했다. 지난 추경과 달리 정부가 마땅히 쓸 곳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추경의 효과를 최대한 높이기 위해서는 사회간접자본(SOC)에 써야 하지만 정부는 SOC가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보고 내년도 SOC 예산도 올해보다 20조9000억원(15.5%) 줄이기로 한 처지다. 복지, 교육 부문도 추경을 쓰기 위해 항목을 잡게 되면 내년과 그 이듬해에도 계속 지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재정에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연내 돈을 쓸 수 있는 분야는 메르스 피해 지원과 가뭄 극복, 일시적 고용확대 정도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향은 박근혜 정부 3년 중 2년을 추경으로 메꾸게 되면서 경기부양은 국채에 의존해야 했던 만큼 재정이 건전해질 틈이 없다고 전했다. 2012년 425조1000억원이던 중앙정부의 채무는 지난 4월 현재 529조3000억원으로 약 100조원가량 늘어났다. 

 

   
▲ 한국일보 1면.
 

이주노동자 노조 합법화…대법 “불법체류자도 노조가입 정당”

대법원은 근로자로 인정하는 데에 불법 체류자 신분 여부는 기준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이주노동자 역시 노조 결성과 가입이 가능하다고 판결했다. 조합원 수가 1천 100명으로 늘어난 이주노조는 판결 직후부터 합법 노조가 됐고, 앞으로 임금협상 등 단체교섭은 물론, 단체행동권과 단결권 등 노동 3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불법 체류자라는 이유로 최저 임금조차 받지 못했던 부당한 근로 여건도 노조를 통해 개선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노조활동을 허용했다고 해서 불법체류자가 취업 자격을 얻거나 체류가 합법화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노조 설립 신청이 정치적 목적 등 노조법이 허용하지 않는 사유가 있을 때는 적법한 노조로 인정하지 못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겨레는 노동계와 법조계에서는 쟁점이 복잡하지도 않은 이 사건을 대법원에서 8년이나 끈 것은 직무유기라는 비판이 제기돼왔다며 이주노동자들이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체류 자격이 없더라도 노동삼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상식’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전했다. 

 

   
▲ 중앙일보 2면.
 

이응준 “신경숙, 의식적인 표절 … 문인들의 침묵은 자살 행위”

지난 16일 소설가 신경숙씨의 일본 소설 표절 의혹을 제기해 논란을 일으킨 이응준 소설가가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이 씨는 “나는 신씨의 해명을 제대로 된 표절 인정으로 볼 수 없다. 하지만 검찰의 개입에는 반대”라며 “문인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문단에 대해 “성채 같은 그곳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황당한 사건들이 벌어진다. 이 왕국의 가장 무서운 점은 비판자의 늑대 유전자를 꼬리 치는 애완견의 유전자로 바꿔 버린다는 점이다. 문제가 있다면 하나님에게라도 이의를 제기해야 하는 문인들을 ‘문단공무원’으로 전락시켜 버린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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