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 뉴스라서 더 많이 공감하는 것도 아니고 딱딱한 뉴스라고 해서 공감을 얻기 어려운 것도 아닌 것 같아요. 젊은 세대가 느끼는 소득불평등 같은 좌절도 공감이 되잖아요”

지난 15일 미디어오늘과 만난 최진주 한국일보 디지털뉴스부 뉴스기획팀장은 뉴미디어 콘텐츠 최고 히트작인 인터랙티브 뉴스 ‘우리들의 일그러진 월급통장’이 주목받은 이유로 디자인이나 기술이 아닌 ‘공감’을 꼽았다. ‘세전 월급을 숫자로 입력해주세요’라는 문구로 시작되는 이 뉴스는 독자가 빈칸에 자신의 월급을 입력하면 바로 환산돼 독자의 현재 임금이 전체 한국 근로자 가운데 어느 수준에 해당하는지 표로 확인할 수 있게 한다. 독자와 소통하는 ‘쌍방향 인터랙티브’를 구현하는 동시에 임금불평등이라는 사회 부조리를 지적한 이 뉴스는 지난 5월 11일 올라온 이후 이틀 만에 홈페이지 조회수만 20만이 넘었고 SNS로 확산되며 호평 받았다.

 

   
▲ 지난 5월 11일 선보인 인터랙티브 뉴스 '우리들의 일그러진 월급통장' 화면 갈무리.
 

스스로의 소득수준을 파악하게끔 해보자는 것은 최 팀장의 아이디어였다. 최 팀장은 “법조계나 정부비리에 관한 뉴스는 독자가 궁금해 하기 전에 우리가 알아서 보도해야 하지만 이런 뉴스의 경우 언론이 짚어준 것을 계기로 공감하기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SBS ‘스브스뉴스’도 많은 호응을 얻고 있지만 우리는 흥미 위주가 아닌 좀 더 깊은 얘기를 하고자 한다”며 한국일보 디지털콘텐츠의 핵심은 삶과 연결된 화두에서 우러난 공감임을 강조했다.

 

   
▲ 한국일보 페이스북 페이지 '동그람이' 화면 갈무리.
 

“깊이 있는 공감이 한국일보 디지털 콘텐츠의 핵심”

디지털뉴스부가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동그람이(동물그리고사람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0월 한국일보 고은경 기자의 ‘공장식 동물생산’ 과정에서 출산을 담당하는 모견 학대의 심각성을 고발하는 기사가 홈페이지에서에서만 100만 조회수를 넘어선 일에서 출발했다. 사람들이 동물의 귀여운 모습 뿐 아니라 동물보호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고 본 디지털뉴스부는지난 3월 말부터 페북 페이지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동물에 관한 뉴스를 다루기 시작했다. 반려동물 행동 치료를 담은 ‘애니꿀팁’, 동물에 대한 지식을 담은 ‘애니팩트’, 유기동물 입양 캠페인, 동물보호 캠페인 등 다양한 주제가 폭넓게 다뤄진다. 현재 이 페이지는 1만3천명이 ‘좋아요’를 눌렀는데 이 중 대부분이 한국일보 주 독자층인 30대 후반~40대 남성과 거리가 먼 20~30대 여성인 것이 하나의 성과라고 최 팀장은 설명했다. 

꼭 무거운 얘기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눈(SNS)사람 인터뷰’도 영상과 사진, 글이 어우러져 인터뷰이와 대화를 나누는 듯한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눈길을 끌고, SNS에서 주로 유통되는 카드뉴스도 재치 있는 구성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디지털뉴스부가 자리잡고 있는 한국일보 사옥 17층 사무실. 사무실 한 켠에는 실시간 트래픽을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가 설치돼 있다. 사진=곽보아 기자
 

“앞으로의 과제는 더 많은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것”

디지털뉴스부는 운영팀, 기획팀, 제작팀, 마케팅팀 4곳으로 구성돼 있으며 총 24명이다. 이 가운데 대학생 인턴은 4명이다. 운영팀은 이슈가 있을 때 뉴스 큐레이션을 하거나 카드뉴스를 만드는 등 빠른 대응을 주로 하고 기획팀은 장기적인 목표를 두고 인터랙티브 뉴스를 기획한다. 제작팀에는 디자이너, 개발자, 퍼블리셔가 소속돼 뉴스의 디자인과 코딩, 프로그래밍 등을 맡고 마케팅 팀은 광고수익 관련 업무를 한다. 기자가 스토리보드를 써서 취재하고 구성하는 일을 맡지만 이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디자이너와 프로그래머들이 판단할 몫이 많기 때문에 모든 직군이 회의에 참석한다. 이 가운데 부장·팀장급 직원 4명을 빼면 모두 20대 후반에서 30대다. 최 팀장은 이런 멤버 구성이 한국일보의 주 독자층인 이른바 ‘X세대’(1965년∼1976년 사이에 태어나 정치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자란 세대)의 입맛에 맞는 뉴스를 제작할 수 있는 있는 이유로 짚었다.

다만 디지털뉴스부의 활동이 몇 개 콘텐츠를 제외하고는 반응이 크지 않은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한국일보의 페북 좋아요 수는 2만 5천개로 한겨레 15만, 세계일보 14만과 크게 비교 된다. 최 팀장은 “한겨레나 경향처럼 노선이 선명한 쪽의 독자들은 활발히 활동하는데 우리 독자들처럼 한국일보의 치우침 없는 스탠스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온라인에서 강렬하게 활동하지를 않으신다.(웃음)”며 “하지만 활동이 많지 않은 것 뿐 숫자가 적은 것은 아니라고 보고, 현재 하고 있는 ‘브런치N스토리’같이 각계 유명인사가 참여하는 코너를 확대해 더 많은 공감을 얻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국은 기자 개개인의 브랜드화”

이 외에도 한국일보는 모든 기자들을 대상으로 당장 취재와 기사 작성에서 이용할 수 있는 구글 독스나 액셀 등의 프로그램을 교육하고 있다. 디지털뉴스부가 아니더라도 모든 기자들이 디지털콘텐츠를 염두에 두고 평소 취재 과정에서 활용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황상진 한국일보 미래전략실장은 “막연한 외국 저널리즘 사례를 보여주기보다 수단만 알려줘도 데이터가 곧 기사가 되고 그래픽이 구현이 되니 기자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결국은 기자 개개인의 상품 가치를 높이는 것”이 한국일보 디지털 혁신의 목표라고 밝힌 황 실장은 ‘동그람이’와 같은 기자 개개인의 핵심 콘텐츠를 한국일보의 다른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전폭적으로 지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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