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초 당시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를 만나 독도의 일본 땅 표기를 두고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고 말했다는 요미우리신문의 보도가 사실이라는 외교문서가 발견돼 파문을 낳고 있다.

이 대통령의 소위 ‘독도 발언’은 수많은 비판을 받아왔지만 우리 정부와 일본 정부는 시종일관 발언 사실을 부인했고, 법원조차 ‘사실이 아니다’라고 판단했었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독도관 및 대일 역사관 뿐 아니라 도덕성(거짓말)에 대한 논쟁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경향신문이 19일 입수한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미국 외교전문을 보면, 강영훈 주일 한국대사관 1등서기관은 교과서 문제에 대해 이 대통령이 후쿠다 총리에게 “기다려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한 것으로 나와있다.

이 전문은 강 서기관의 발언 다음날인 2008년 7월17일 작성된 것으로, 위키리크스가 지난해 8월 공개한 문서에 포함돼있다고 경향은 전했다.

강 서기관은 당시 주일 미국대사관의 정치담당관을 만나 일본의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 발표에 대해 “특히 이 대통령이 후쿠다 총리에게 ‘기다려달라’고 직접 부탁한 직후(particularly after Lee directly appealed to PM Fukuda to ‘hold back’)여서 한국 정부 관료들은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고 경향은 보도했다.

당시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고 말했다는 이명박 대통령 발언을 보도한 요미우리신문 보도에 한국 정부는 즉각 부인했으나 그 이튿날 정작 주일 한국대사관 관계자가 확인을 해준 셈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7월9일 홋카이도(北海道) 도야코(洞爺湖)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서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로부터 ‘중학교 사회과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명)를 일본땅이라고 명기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을 통보받고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고 말했다고 같은 달 15일 보도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1월 백아무개씨 등 1886명의 국민소송단이 요미우리신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하면서 이 대통령이 ‘기다려달라’고 말한 사실은 없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한편, 위키리크스는 2008년 한·일 정상회담 직후 외교전문을 인용해 주한 일본대사관의 정치참사관이 “이명박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보다 ‘두꺼운 피부’를 가져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사소한 트러블(한·일 간 마찰)을 견뎌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참사관은 이어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과거와 영토 문제에 대한 논의를 피하면서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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