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에는 세 가지 큰 뉴스가 있다. MBC 뉴스의 중심이 되는 , 정치·경제를 모두 아우르며 대담으로 채워지는 2시 , 그리고 아침을 여는 . MBC뿐만 아니라, 지상파 방송 3사의 굵직한 뉴스 편성은 이렇게 저녁 메인뉴스, 낮 뉴스, 아침 뉴스가 트로이카로 편성되는데 각 뉴스마다 채워지는 뉴스의 색깔과 진행 방식은 공식화되어 있다. 모든 리포트는 저녁 메인 뉴스를 중심으로 생산된다. MBC의 경우 오전 10시에 첫 편집회의가 열리는데, 이때 보도국의 모든 부서가 전날까지 있었던 뉴스를 리뷰하
전두환의 손자 전우원 씨가 지난달 귀국해, 입국하자마자 광주를 찾았다. 5.18 희생자 유가족과 피해자에게 사죄하고 싶다고 했다. 죄를 지은 것은 그가 아니라 그의 조부이므로 엄밀히 말해 그가 사죄할 이유는 없었다. 그래도 유가족들은 그에게, ‘고맙다’라며 눌린 마음을 토했다. 전우원 씨가 광주에 간 것은 더 이상 사죄받을 대상이 없어 잊힐 뻔한 유가족들의 상실을 다시 되살려 ‘기억하는 일’이었다. 전 씨는 ‘기억하는 일’로 그들의 아픈 등을 쓸어주었다. 수십 년 만에 이루어진 치유의 장면이었다.‘기억하는 일’은, 잊지 않기 위한
지난달 넷플릭스 시리즈 의 성공에 이어 곧바로 새로운 기록이 터졌다. 플릭스패트롤이 공개한 넷플릭스 순위에 따르면 은 공개 이틀 만에 한국 차트에서 TV시리즈 부문 1위를 차지했다. , , 등 10위 권 내 다른 작품들이 모두 드라마‧예능 시리즈라는 것을 보더라도 다큐멘터리로서의 선전은 이례적이다. 지난 3일 공개된 는 사이비 종교단체 JMS 정명석, 오대양 사건의 박순자와 유병언, 아가동산의 김기순, 만민중앙교회 이재록을 둘러싼
매주 화요일이 기다려진다. 운동 좀 한다하는 사람들 100명을 모아 ‘오징어 게임’처럼 상금을 두고 경쟁하는 넷플릭스 예능 콘텐츠, 다음 화가 공개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은 공개 직후 뜨거운 관심을 모았는데, 그 관심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까지 이어지며 더 주목을 받았다. 1월 27일 기준 넷플릭스 TV 쇼 세계 5위다.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동양권 국가에서는 1위를 기록했고, 미국에서도 5위다. 총 9회 분량 중 현재(2/7)까지 5회가 공개됐으니 회를 거듭하며 쇼가 정점을 달릴수록 더욱
건강검진은 연말이면 꼭 하는 숙제다. 직장인 건강검진은 산업안전보건법에 정해진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의 의무라 사업장·직종에 따라 1년, 또는 2년마다 꼭 수검을 해야 하는데 MBC의 경우 모든 직원이 매년 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1년 내 언제든 하면 되는데, 꼭 미루고 미루다 연말에 “미수검시 과태료 부과” 같은 공지사항을 보고 나서야 부랴부랴 검사 예약을 하게 된다. 지난해에도 결국 마감을 열흘 앞두고 겨우 검진을 받았다. 아직 30대 중반인 나는 대부분의 지표가 양호하게 나왔는데, 한 가지 항목에 형광펜으로 표시가 그어져 왔
* 블랙 미러(Black Mirror): 넷플릭스 SF 시리즈의 제목으로, 사람들이 신체의 일부처럼 들고 있는 스마트폰과 각종 스크린을 ‘블랙 미러’, 검은 거울로 묘사하며 미디어와 기술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현대 사회의 모순과 비극을 그렸다.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일주일이 흘렀다. 세월호 때 상처가 채 아물기 전에 그 위로 다시 깊은 생채기가 났다. 뉴스에서는 정신의학과 전문의가 나와 ‘집단적 트라우마’가 우려된다며, 그날의 충격을 되새길 수 있는 영상을 멀리하고 뉴스 시청도 자제하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매일 같이 참사 소식을 전해
다이어트를 시작한 지 한 달 반. 6kg 정도 감량했다. 더 이상 다이어트 실패는 없다는 일념으로 우선 공부부터 했다. 과거 실패 사례를 종합해보면, 무조건 안 먹고 많이 움직이는 원칙하에 어느 정도 감량하다 결국 요요를 겪는 악순환이었다. 공부 끝에, 살을 빼려면 먹어야 한다는 걸 알았다. ‘다이어트(diet)’의 원래 뜻이 ‘식습관’인 만큼, 운동 이상으로 뭘 어떻게 먹는지가 중요했다. 세 끼를 다 챙겨 먹되 탄단지(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구성을 철저히 지켜 먹는 게 핵심. 그러다 보니, 임의로 영양 비율을 깨뜨려 만든 가공
‘역대급 위력의 제 11호 태풍 힌남노가..’ 기자가 쓴 앵커멘트를 지웠다, 다시 써 넣었다 했다. ‘역대급’은 ‘대대로 이어 내려온 여러 대. 또는 그동안’이라는 의미의 ‘역대’와 계급이나 등급 따위를 이르는 ‘급’의 합성어인데 표준어처럼 자주 쓰이고 있지만 사실은 2010년쯤 인터넷 문화권에서 생긴 신조어다. 사전적으로만 따지고 보면 ‘대대로 이어 내려온 등급’이라는 의미로, ‘사상 최대(고)’라는 뜻으로 쓰이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그런데도 지난 집중호우 때와 폭풍 ‘힌남노’ 특보 때 여지없이 가장 빈번히 쓰였다. 전 세계적인
MBC 아나운서로 복귀하기 위해 회사와 싸우던 동안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 전태일재단 같은 노동계부터, 촛불문화재 무대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모으던 박진 인권활동가, 법률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연대해 준 직장갑질119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그리고 애정 어린 마음으로 MBC를 시청하는 시민들도 힘을 모았다. 이들은 아나운서들에게 연대한 건, “언론사 MBC가 그래선 안 된다”는 이유였다. (관련 칼럼=‘나는 계약직 아나운서’) 그 중 A는 언론사 지망생인 대학생이었다. 아나운서들의 가처분 소송 때 그는 A4 용지 두
연세대학교 학생 세 명이 시급 440원 인상과 샤워실 설치 등을 요구하며 농성 중인 청소 노동자를 상대로 민·형사상 고발을 진행했다. 두 시간 수업 중 한 시간여 수업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농성 소음이 심해, 도저히 수업을 제대로 받을 수 없었다는 이유다. 학교는 학생들로부터 등록금을 수령하고 수업을 제공하는 영업을 하는 주체인데, 이러한 학교 영업 행위를 방해했다는 이유 등으로 형사 고소, 소음으로 인해 학생들이 받은 학습권 침해와 정신적 피해를 보상하라는 취지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에 나선 것이다. 특히,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입사 동기 김수지 아나운서가 최근 작사가로 데뷔했다. 대표곡은 윤하의 ‘나는 계획이 있다’, 레드벨벳 ‘In my dreams’, 박정현의 ‘나의 봄’ 등. 그중 레드벨벳의 ‘In my dreams’ 는 레드벨벳 멤버 ‘예리’로부터 ‘가사가 아름다워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는 평을 얻어내며 네티즌을 중심으로 순식간에 유명세를 얻었다. 이 곡이 공개되자마자 KBS 디지털뉴스부에 초대받아 ‘작사가’ 김수지로 인터뷰를 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최고 인기를 달리는 인터뷰 콘텐츠, tvN의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했다. ‘유퀴즈’를 통
난분분 꽃가루가 날린다. 보송한 바람에 올라탄 꽃씨를 마주치면 나도 모르게 몸을 휙 돌려 길을 내주게 된다. 봄의 절정에 든 5월의 첫 월요일. 드디어 실외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다. 봄바람이 들어 어딘가 떠나고 싶은 마음은 나뿐이 아닌가 보다. 유럽 많은 국가에서 미접종자에게까지 입국자 자가 격리를 면제했다. 우리나라도 백신 접종자에 대해 입국 시 자가 격리 의무를 전면 해제하면서, 유럽 패키지여행 상품은 매진 사태다. 2년 넘게 얼어붙었던 인천 공항에 조금씩 활기가 돈다. 당장 떠나지 못하는 이들은 도시의 밤을 실컷 즐
매 정시마다 방송되는 라디오 뉴스를 하기 위해 부스에 들어가면 국어사전이 놓여있다. 아나운서들이 뉴스를 하기 전에, 헛갈리는 발음이나 장단음을 확인하라고 준비된 것이다. 항상 그 자리에 놓여있긴 해도, 따로 사전을 찾기보다는 스마트폰 검색을 하면 되니까 펼칠 일이 없었는데 최근에 한 번 어떤 단어를 찾아보았다. 혐오: ‘미워하고 꺼림’, ‘싫어하고 미워함.’ 사실 이 단어가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지는 오래 되었지만, 그 뜻이 뭔지 가만히 곱씹어 본 적은 없는 것 같아 사전에 쓰인 풀이가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굳이 사전을 펼쳐 이 단어
*볕뉘: 그늘진 곳에 미치는 조그마한 햇볕의 기운점심시간, 겨우내 여몄던 재킷을 살짝 풀고 봄이 서린 거리를 산책하기 좋은 날이 되었다. 새 학교에 등교한 아이들을 맞는 플래카드가 교문 앞에 펄럭이고, 도로 곁에 촘촘히 놓인 가로수에 어느새 동그랗게 싹이 텄다. 누렁한 밭을 고르고, 거름을 뿌리는 바지런한 농부들의 잰 발걸음이 그려진다. 언제부터 썼는지 이제는 셈하기도 뻔해진 마스크 사이로 그래도 스며드는 봄 내음이 반갑다. 잊지 말고 새순을 트이자! 때를 일러주듯 봄이 찾아왔는데, 둘러보면 바깥세상은 설렐 것 하나 없이 팍팍하다.
거대한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에게 작은 호감의 표시를 한다는 건 참 간단치 않은 일이다. 불편한 마음을 전하는 일은 더 그렇다. 남에게 할 땐 그가 들을까, 직접 할 땐 의도가 엇나갈까 조마조마한 걸 생각하면 ‘차라리 말지’ 싶다.그러니 면전에 대고 저주를 퍼붓는 일은 웬만한 각오로는 힘들다. 할 말을 되새겨 마음먹고, 그 사람을 바라보고, 입을 떼는 것. 다 마음을 전할 때 드는 품이다. 물건을 보낼 때 박스에 포장을 해서 여러 과정 손을 타야하는 것처럼 속을 드러내는 일도 물건처럼 무게가 있다. 우리는
2022년 새해 시무 키워드는 ‘통제’다. 지난 해 연말 치솟은 확진자 여파로 강화한 방역지침이 2주 연장되면서, 새해를 맞아 분주해야 할 거리의 얼굴이 적막하다. 영업시간 및 인원 제한이 풀리지 않아 애타는 자영업자들뿐만이 아니다. 새해 첫 주(1월3일)부터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시설 이용 및 출입 제한이 강화되면서, 사람들 발길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노란 통제선이 쳐진 듯하다.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정도 수준의 상황을 벗어났다. 정부 당국의 방역 지침이 공동체 안전과 개인의 기본권 사이에서 아슬한 줄타기를 해 온 건 오래지만,
치킨값 2만 원 시대라더니 정말이다. 지난 주말 시켜 먹은 1만8000원짜리 치킨에 배달료가 3000원 붙어 2만1000원이 나왔다. 치킨값 1만8000원에서 가맹비를 제하고 쿠팡이츠나 배민 같은 플랫폼 수수료로 치킨값의 10%를 빼고, 소비자와 점주가 배달비를 반반 부담하는 배달료까지 빼버리면 대략 5200원이 남는다. 인건비며 매장 임대료, 부가세 같은 부대비용을 고려한다면 치킨 한 마리에 3000원도 남지 않는다. 게다가 거리 할증, 날씨 할증, 시간대 할증. 이런저런 이유로 배달비가 오르기 일쑤인데, 이러면 소비자와 점주가
최근 MBC 공공성위원회가 발족하면서 젊은 사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주니어 보드가 꾸려졌다. 10명의 사원급 인재들이 모여 MBC의 미래를 고민하는 자리에 어쩐 일인지 나도 선정되어 참여하고 있다. 주니어보드에 주어진 첫 번째 과제가 마침 “MBC는 어떻게 공적 책임과 동시에 창의성을 구현할 것인가”였는데, 시의적절하게 ‘놀면 뭐하니’의 ‘미주’가 답을 냈다. ‘미주’를 둘러싼 논란은 MBC 시청자 위원회로부터 시작됐다. 한 시청자 위원이 ‘놀면 뭐하니’ 속 ‘미주’에 대해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 ‘백치’ 캐릭터로 소화되는 것에
학교 폭력 논란으로 국내 배구 리그에서 사실상 퇴출당한 배구선수 이재영, 이다영이 그리스 리그에 합류하기 위해 출국했다. 한 발짝도 걸어 나가기 힘들 정도로 많은 취재진이 자매를 에워쌌고, 둘은 고개를 푹 숙인 채였다. 앞서 쌍둥이 자매는 “피해자들을 떠올리면 마음이 무겁다”며 평생 사죄하고 반성하겠다고 했다가, 학교 폭력을 인정한 지 두 달 만에 피해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조용히 출국한 선수들이 또 있다. 2021-2022 국제빙상경기연맹 쇼트트랙 월드컵 1차 대회가 열리는 중국 베이징으로 떠난 쇼트트랙 대표팀이다. 20
* 드라마 ‘오징어 게임’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차라리 죽는 것이 나은 현생을 살아가는 고액 채무자 456명이 서바이벌 게임을 펼친다. 첫 번째 게임에서 진짜로 목숨을 잃고 나서야 참가자들은 게임의 대가가 목숨이라는 것을 깨닫는데, 최종 상금은 456억. 플레이어 한 명당 목숨값이 1억이다. 사람 목숨을 돈으로 매겼다는 잔혹함에 참가자들이 술렁이지만 게임의 주최자는 ‘자유’, ‘기회’, ‘공정’ 이라는 키워드로 참여를 독려한다. 참가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전제가 된,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