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언론이 강조했던 한국의 ‘방사능 안전지대’ 주장은 거짓말로 드러났다. 서울, 춘천 등 전국의 측정소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관련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윤철호 한국원자력기술원(KINS) 원장은 29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브리핑에서 “28일 오전 10시부터 24시간 동안 방사능 측정을 한 결과 12개 전 지방측정소 대기부유진 시료에서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됐고, 춘천 측정소에서 극미량의 세슘이 검출됐다”고 설명했다.

한반도에서 일본 쪽으로 부는 편서풍 때문에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온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로 넘어오는 일은 없을 것이란 기존의 정부 발표를 정면으로 뒤집는 내용이다.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1일 제61차 라디오 연설에서 “일본의 방사성 물질은 현재까지 우리나라에 아무런 영향이 없을 뿐만 아니라, 바람의 방향과 상관없이 우리나라까지 날아올 수는 없다는 것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편서풍 보호막’을 강조했던 정부·언론 주장보다 한 발 더 나아가 바람 방향과도 무관하게 한반도까지 날아올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을 펼친 지 이틀 만인 3월 23일 강원도 방사능측정소에서 방사성 물질인 ‘제논(Xe)133’이 측정됐다.

정부는 방사성 물질 검출 사실을 나흘 뒤인 3월 27일 처음으로 발표했다. 한반도에 일본 방사성 물질이 날아왔다는 점이 공개되기 전까지 정부와 언론은 ‘안전지대’ 주장을 이어갔다.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3월 15일 언론에 배포한 보도 자료를 통해 “일본 상공의 방사성 부유물질이 한반도까지 날아올 수 없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 언론은 일본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로 넘어올 수 있다는 우려를 ‘유언비어’, ‘악성루머’에 비유하며 차단막을 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1일 “방사능 낙진에 관한 근거 없는 소문이나 비과학적인 억측에, 결코 흔들리지 말아야 하겠다”고 주장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일본 방사성 물질이 한국에 상륙한 게 확인된 이후인 29일 오전 라디오 연설에서 ‘일본 원전’ 문제를 언급하며  “악성 루머를 퍼뜨리는 것은 ‘신뢰’라는 우리의 소중한 ‘사회적 자본’을 갉아먹을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하는 ‘반사회적 범죄’”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극미량’의 방사성 물질만 검출됐기 때문에 인체에 무해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 일본 방사능이 도달하지 않을 것이란 정부 발표가 이미 뒤집혔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위험이 더욱 증폭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 이미경 의원은 “지난 3년간 한국 속초(관측지점)의 편동풍 발생은 전체 관측일수 300일 중 79일이다. 이중 4월과 5월에 71건이 집중돼 있다”면서 “일본발 동풍으로 우리나라도 방사능 노출 위험지대에 놓여 있다”고 우려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정부가 방사성물질 검출정보를 움켜쥐고 있으니 사회불안이 증폭되는 것”이라며 “투명한 정보공개만이 사회를 안정시킬 수 있음을 아직도 깨닫지 못했는가”라고 비판했다. 윤기돈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언론도 정부의 예상 시나리오에 따른 명확한 대응계획은 무엇인지 국민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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