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야근을 하고 있던 회사선배가 시사저널 기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전해들은 바에 따르면, 미디어오늘에 전화를 건 시사저널 기자는 자신들의 싸움에 무관심한 언론계에 대해 서운함을 토로했다고 한다.

재벌과 권력에 대해 할말을 하는 몇 안 되는 시사잡지 중 하나인 시사저널이 삼성이라는 거대 자본에 포섭돼 변질되고 있다는 기자의 말은 그냥 해당 언론사 종사자의 푸념이라고 넘긴다고 하더라도 ‘무관심’이라는 말 앞에서는 마음이 가볍지 않다.

시사저널 기자들은 벌써 두 달째 편집국장도 모르게 삼성기사를 빼버린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하며 싸움을 계속하고 있지만 일부 인터넷매체 등을 제외하면 기사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시사저널 기자들이 미지근하니까 사람들도 관심이 없고, 그래서 해결이 안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주일에 한번 매체를 발행하는 것이 독자와의 약속이라고 믿고 있는 시사저널 기자들은 점심시간에 짬을 내 거리에서, 사장실 앞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편집국 책상마다 붙여놓은 편집권 독립을 요구하는 붉은 리본만 보더라도 시사저널 기자들이 이번 사태를 어떤 태도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두 달 동안 시사저널 편집국에서는 장영희 취재총괄팀장이 3개월 감봉과 직무정지라는 중징계를 받는 등 많은 일들이 있었다. 언론의 무관심 속에서 시사저널 사태는 긴 터널 속을 헤매고 있는 느낌이다.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시사저널 사태를 대하는 언론의 태도는 최근 현대가 자제와 결혼하는 노현정 아나운서의 결혼소식과 비교했을 때 달라도 너무 다르다. 시사저널 기자들과 반대로 노 아나운서는 언론의 지나친 관심에 시달리고 있다.

노 아나운서의 결혼소식이 알려진지 불과 몇 시간만에 두 사람이 언제 어디서 처음 만났는지, 프로포즈는 누가 먼저 했는지 기사화 됐다. 얼마 뒤엔 일반인인 정대선씨의 사진까지 공개됐다. 이제는 노 아나운서의 미니홈피에 올라온 게시물 하나까지 기사로 만들어지고 있다. 노 아나운서의 결혼이 대중들의 관심사항이라고 십분 이해하더라도 언론들의 편식은 지나친 면이 없지 않다. 시사저널 사태에 이만큼의 관심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욕심일까.

법정 공휴일인 광복절에도 <예비신랑 정대선씨 주식 6억 원을 소유> 기사와 <강수정 아나운서, 노 아나운서의 부케 고사> 기사가 ‘오늘의 주요뉴스’로 올라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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