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에서 큰 신뢰와 영향력을 가진 시사저널이 큰 위기를 맞고 있다. 경영진이 편집과정에 개입하여 삼성에 대한 보도를 삭제하라고 명령하였고, 이를 거부한 편집국장이 항의 사표를 수리하는 등 편집의 자유를 심각히 침해하였다. 이후 경영진과 편집국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위기와 혼란 속에서 나오는 시사저널은 역시 날카로움이 사라진 무딘 칼에 불과하다. 그래서 언론에 관심 있는 많은 사람들은 시사저널의 표류에 안타까워하면서 사태가 빨리 수습되기를 바라고 있다.

   
  ▲ 전국언론노조 시사저널 분회(분회장 안철흥)가 지난달 3일 서울 충정로 시사저널 편집국에서 창립대회를 열고 편집권 독립 투쟁을 선언하고 있다. 이창길 기자 photoeye@  
 
시사저널은 일간지가 지배하는 인쇄매체 시장에서 언론으로서 입지를 쌓는 데 성공하였다. 음습한 구석이 없는 ‘깨끗한 언론’이라는 이미지가 시사저널의 매력이다. 소재 결정, 보도의 방향, 공정성 등 모든 방면에서 시사저널은 일정한 수준을 잃지 않았다. 전문성이나 독립성도 높은 편이었다.

그래서 시사저널이 자본력에서는 다른 거대 언론기업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약소하지만 영향력과 신뢰는 이들에 떨어지지 않았다. 이렇게 시사저널이 거대 매체기업이 아니면서도 우리 사회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한편 언론으로서의 높은 신뢰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언론으로서 시사저널이 지켜왔던 독립성에 있다고 본다.

어떤 사회에서든지 믿을만한 언론을 갖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자본의 성격, 기자의 자질, 언론환경 등 모든 것이 완비되어야 공신력과 영향력을 함께 가진 언론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시사저널 같은 독립 언론의 존재를 뒤흔드는 것은 사회적으로 자원의 낭비가 아닐 수 없다. 하나의 매체가 탄생하여 언론으로서 신뢰를 쌓기까지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의 소비를 수반한다. 그런 사회적 자원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만큼 시사저널의 상징적 가치가 크다는 뜻이다. 그럼으로 시사저널의 위기가 독립 언론의 토대를 위협하는 상황까지 가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나는 경영진과 편집국이 시사저널이 위기라는 데 동의하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함께 생각하고, 함께 가는 것이 전통 있는 언론매체를 살리는 유일한 길이다. 경영진이 시사저널은 내 것이라고 오판하는 한, 편집국 기자들이 경영진이 잘못했다고 몰아세우는 데 급급하는 한, 사태는 더 꼬이고 악화될 것이다. 사회적으로 신뢰와 영향력을 갖고 있는 언론은 경영진의 사유물도 아니요, 편집국의 소유물도 아닌 사회적 자원인 것이다. 이런 의식이 노사 쌍방에 있다면 못 풀 문제가 없다.

시사저널은 하루빨리 독립성 수호라는 언론의 제1원칙을 회복시켜 위기를 수습해 나가기를 바란다. 편집의 자유가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는 언론이 발붙일 자리는 없다. 밖에서는 시사저널의 훌륭한 전통을 생각해 볼 때 얼마든지 큰 상처를 내지 않고 위기를 잘 헤쳐나갈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오늘의 진통이 독립 언론의 성장에 소금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낙관적 생각을 갖고 시사저널의 현명한 사태 수습을 기대한다.

김승수 교수(전북대·신문방송학)는 한양대 신문학과를 거쳐, 서울대 신문학과 석사와 영국 래스터 대학 언론학 박사과정을 마쳤고, KBS 책임연구원·방송개혁위원회 실행위원·EBS 시청자위원·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저서로는 한국언론산업론(나남, 1995), 매체경제분석(커뮤니케이션북스, 1997), 디지털 제국주의(나남, 2000), 매체소유연구(언노련, 2002), 디지털방송의 정치경제학(언노련, 2003), 언론산업의 정치경제학(개마고원, 200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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