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사태가 15일로 파행 56일째에 접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경영진과 편집국 기자들의 불신과 갈등만 증폭되고 있다. 시사저널 사태가 왜 탈출구를 찾지 못한 채 파국조짐을 보이고 있는지 살펴봤다. / 편집자

기자들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경영진 불신 팽배

지난 14일 편집국 긴급총회에 참석한 시사저널 기자들은 할말을 잃어버린 모습이었다. 회사는 이날 이윤삼 전 편집국장의 이름을 지면에서 빼지 않았다는 이유로 최근 3개월의 감봉처분을 받았던 장영희 취재총괄팀장에게 편집회의 불참을 문제삼아 또 다시 직무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삼성기사의 일방적인 삭제를 비판하며 사장퇴진을 요구하는 편집국에 ‘누가 이기는지 해볼 테면 해 보라’는 선전포고처럼 강경대응 원칙을 밝힌 것이다.

   
  ▲ 이창길 기자 photoeye@  
 
사태발생 두 달째에 접어들었지만 언론계의 무관심 속에 시사저널 사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사태발생 직후 물밑으로 사장과의 대화창구가 열려있었지만 이마저도 최근에 중단됐다. 회사가 대화 도중 징계를 내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파기하고 편집국장 대행 역할을 맡고 있던 장 팀장을 징계했기 때문이다.

장 팀장뿐만 아니라 지시를 따르지 않은 7명의 팀장 전원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하면서 경영진과 편집국 기자들은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운 정도까지 틈이 벌어져 버렸다. 기자들은 신뢰를 잃은 경영진의 지시를 따를 수 없다고 거부하고, 회사는 이를 이유로 징계를 내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사태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금창태 사장의 강경한 태도는 사태해결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금 사장은 기자들의 집단행동을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번 일을 그대로 덮어두고 넘어가면 회사의 위신이 바로 서지 않는다며 사규를 위반한 기자들은 내규에 따라 엄중하게 처리한다는 입장을 세운 것도 그 때문이다.

기자들에 따르면 징계로 인한 심리적인 반감보다 더 크게 우려되는 것은 금 사장이 대화와 설득을 통해 편집국과의 관계개선에 나서기보다 차제에 편집국 체계와 틀을 뜯어고치는 기회로 삼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금 사장은 지난 10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시사저널 개편방향을 밝히기도 했다.

금 사장은 “외부로부터 제공받은 콘텐츠와 시사저널이 자체적으로 생산한 콘텐츠를 동등하게 놓고 그 중에서 경쟁력이 높은 것을 택해서 사용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또 “이념과잉에서 탈피해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면 시사저널 기자라도 자기 매체에 기사를 한 줄도 싣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금 사장의 구상은 이미 구체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연합뉴스에 이어 중앙엔터테인먼트&스포츠(JES)·인터넷신문 뷰스앤뉴스 등과 기사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이 외에도 해외업체를 포함한 몇 개의 전문매체와 계약을 진행 중이다. 금 사장은 “외부매체와의 기사협약 확대로 일손이 남는 기자들은 온라인 쪽으로 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 사장의 이런 구상은 추진과정에서 편집국 기자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대화가 중단된 채 징계가 이어지고 갑작스럽게 기사공급 제휴가 추진되면서 편집국에서는 “짧게는 노조의 파업에 대비한 대체기사 확보를 위한 것이고, 길게는 구조조정을 위한 포석”이라며 술렁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기사공급 계약을 체결한 일부 매체가 중앙일보와 관계돼 있어 기자들 사이에서는 “(중앙출신인)금 사장이 시사저널을 ‘시사중앙’으로 만들려고 한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안철흥 전국언론노조 시사저널분회장은 “금 사장이 기자들을 점점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분회는 지난 14일 긴급총회에서 단체교섭을 통해 보다 강경한 입장으로 요구사항을 관철시켜 나가기로 결의했다. 분회는 또,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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