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2년 여 만에 제2의 재미과학자 두 명이 합조단 보고서의 허점에 대해 논박하면서 천안함 침몰원인이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미 샌디애고에 거주하고 있는 버클리대 전기·컴퓨터공학 박사 출신의 유도무기와 대잠수함전 전문가인 안수명 박사(69)와 미국 퍼듀대 화학공악 박사로 알루미늄 촉매·부식 및 폭약전문가인 김광섭 박사가 그 주인공.

안수명 박사는 1년 여 만에 미 해군으로부터 건네받은 ‘토머스 에클스 제독의 (천안함) 보고서’를 통해 “에클스 제독이 내린 결론(요약)이 천안함 합조단의 중간 보고서(최종보고서도 동일)의 결론과 다르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안 박사는 백령도 해상 조건에서 기뢰 가능성을 배제했다면, 어뢰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하면서 민군 합조단이 제시한 이른바 북한의 1번 어뢰에 의해 천안함이 피격돼 두동강 날 확률은 0.0000001%라고 비판했다.

김광섭 박사는 최근 화학공학과에 발표예정이던 ‘천안함 침몰사건-흡착물과 1번 글씨에 근거한 어뢰설을 검증하기 위한 버블의 온도계산’ 논문을 토대로 한 강연문에서 “천안함 합조단의 알루미늄 흡착물질 분석이 잘못됐다는 점과, 1번 어뢰의 인양장소가 ‘1번 어뢰설’을 증명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이 같은 두 박사의 연구는 강태호 한겨레 탐사보도팀 부장의 취재(23일자 토요판)에 의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강 부장은 25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안 박사와 접촉한 것은 지난달 중순부터 천안함 연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접촉하게 됐다”며 “또한 김 박사는 화공학회 발표 때문에 서울에 방문했다가 논문 내용 문제로 발표가 취소됐다. 그래서 모 신문사에 소개할 수 있는지 의사타진을 했으나 김 박사 연구의 결론이 ‘신문사 방향과 다르다’는 이유로 실리지 않게 돼 지난달 초 대신 내가 접촉하게 됐다”고 밝혔다.

안 박사의 연구에 대해 강 부장은 “미 해군의 크루즈 미사일 프로젝트 개발과정에 참여해 잠수함전에 전문적”이라며 “합조단이 북한 어뢰에 의한 천안함 격침 증거가 하나도 제시하지 못해놓고 어떻게 북한으로 지목할 수 있느냐는 것이 안 박사의 주장”이라고 말했다.

특히 우리 군이 1977년 육상조종기뢰를 부설했다가 위험성에 대한 주변 어민들의 언급에 따라 제거했지만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다. 이는 김태영 전 국방장관과 합조단 보고서도 일부 시인하면서도 조종장치가 제거됐기 때문에 폭발이 불가하다는 입장이었다. 이를 두고 강 부장은 “그러나 당시 기뢰를 제작한 제일정밀공업 기술자들은 ‘갤바닉(부식의 형태)’ 현상에 의해 폭발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며 “국방과학연구소가 이에 동의하지 않았을 뿐 논쟁의 지점이 있는데도 기뢰 가능성을 배제했다는 것이 안 박사와 내 의견”이라고 분석했다.

음향항적 및 음향수동 추적방식을 사용한다는 ‘1번 어뢰(CHT-02D)’에 대해 강 부장은 “안 박사에 따르면, 어뢰가 천안함이 내는 음파를 탐지한다는 얘기인데, 백령도 서해바다 조건에서 이를 구분할 수가 없다”며 “결국 우연히 쐈는데 맞았다는 것 밖에 안되니 확률이 제로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 박사의 연구에 대해 강 부장은 “수중폭발에 의해 생긴 물질 가운데 어뢰에 붙어 있는 것과 선체에 붙은 것이 동일한지에 대해 합조단이 내놓은 데이터로는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합조단은 내놓은 물질 분석에 대한 주장을 스스로 포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박사는 합조단의 중간조사결과 발표 이후 윤덕용 민간조사단장에게 흡착물질 분석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는데도 이를 수용하지 않은 채 조사결과를 정치적 선전의 용도로 활용했다고 밝혔다고 강 부장은 전했다.

흡착물질이 침전물에 가깝다는 양판석 미 매니토바대 교수와 정기영 안동대 교수의 연구에 대해 김 박사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흡착물질이 생길 수 있는데, 침전설만으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고 강 부장은 전했다.

두 박사의 연구의 의미에 대해 강 부장은 “지금까지 합조단 보고서로는 북한이 천안함을 공격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북한이 범인이 아니라고 확언할 수도 없지만, 합조단이 내놓은 보고서는 과학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거나, 잘못된 과학을 들이대 스스로를 부정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강 부장은 천안함 검증과 추적에 언론이 무심하다는 지적에 대해 “언론이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여러 문제가 있다보니 파고들어봐야 결론을 낼 수 없다는 ‘불가지론’적 한계에 대한 인식, 정부가 조작까지 하겠느냐는 인식, 남북관계가 적대적인 상황에서 북한이 했을 개연성 높다는 인식, 이 정부가 천안함 의혹제기자들을 빨갱이로 몰아가고 있는 상황 등 때문”이라며 “재판에서까지 많은 의혹이 나오는데, 한겨레를 포함한 언론이 제역할을 다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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