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인 4월 23일 아침, 초대형 쓰나미가 이명박 정권을 덮쳤다. ‘이명박  대통령’을 만드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6인회’의 핵심이자 ‘그의 멘토’라는 전 방송통신위원장 최시중이 전 국무총리실 차장 박영준과 함께 건설 시행업자한테서 61억 원을 뇌물로 받았다는 사실을 검찰이 파악했다는 보도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그 기사에 대해 곧바로 ‘사실무근’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최시중 본인이 자기 집 앞에서 승용차에 탄 채, YTN 기자의 물음에 직접 대답한 내용을 들으면서 많은 사람들은 귀를 의심했을 것이다. 그는 “이 돈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받아 쓴 돈이지 의혹이 제기된 것처럼 인허가 청탁의 대가는 아니었다”고 금품 수수 사실을 시인하면서 ‘뇌물’이나 ‘로비 자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기자의 질문에 반말 투로 대답하는 그의 표정은 태연했다. “내가 하는 일을 00(브로커 이 씨를 지칭)이가 평소에 알기 때문에 그때 당시에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나한테 지원을 해줬어.” “00이가 가까이 지내고 내 입장을 잘 알기 때문에 내가 2006년부터 여러 가지 일을 많이 했잖아. MB하고 직접 협조는 아니더라도 내가 독자적으로 여론조사를 하고 했거든. 그걸 비롯해서 아까도 말했지만 정치는 사람하고 돈 빚지는 거 아니야? 그래서 그 부분을 00이가 협조를 한 게 있어.”

최시중은 언론이 검찰의 수사 과정을 취재해서 보도한 사실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한겨레의 기사에 따르면, 서울 양재동에 파이시티라는 대규모 유통센터를 건설하려던 (주)파이시티 대표 0 씨는 최시중의 고향 후배인 이 아무개 씨를 통해 인허가 로비 자금으로 최시중과 박영준에게 2008년 5월까지 모두 61억 5000만 원을 건넸다고 한다. 그런데 최시중은 돈의 주인인 파이시티 대표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가까이 지내는 브로커 이 아무개가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나를 지원해줬다’고 주장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확보했다는 파이시티 대표의 ‘로비 자금 전달’ 진술은 앞으로 최시중과 박영준에 대한 수사, 그리고 그들이 기소된다면 재판 과정에서 사실 여부가 밝혀질 것이다. 정작 심각한 문제는 최시중이 브로커한테서 받은 거액의 돈을 2007년 제17대 대통령 선거 기간에 이명박 후보를 위한 여론조사에 썼다고 주장한 사실이다. 그는 당시 한나라당 선거대책위윈회 상임고문으로서, 오랜 기자 생활과 여론조사기관 회장 근무를 통해 쌓은 전문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이명박 후보의 대통령 당선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거기까지는 법적으로 잘못이 없다.

그런데 대통령후보로서 선거법을 지켜야 할 이명박 자신은 상임고문 최시중이 거액의 여론조사비를 지출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을까? 아니면 알고도 묵인한 것일까? 그 진상은 이명박 후보 선대위가 중앙선관위에 제출한 ‘선거비용 사용 내역’을 확인해보면 금세 드러날 것이다. 만약 최시중이 브로커한테서 받은 거액의 자금이 그 내역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선대위의 상임고문이 불법적 선거운동을 한 것이다. 이명박 후보가 그런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면 그는 선거법 위반으로 법정에서 ‘당선 무효’를 선고받아야 했을 것이다.

‘최시중게이트’가 터지자 언론에는 ‘최시중이 수뢰 혐의를 혼자 쓰기 싫어  이명박 대통령을 물고 들어가려는 것’이라는 분석기사가 실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국민의 비상한 관심에 대해 명백하게 사실을 밝혀야 한다. 그는 ‘이것은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이 저지른 일일 뿐’이라고 변명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1957년에 맏형 이상득의 대학 동기인 최시중을 처음 만난 이래 55년 동안 ‘정치적 스승’으로 모시면서 온갖 자문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 초대와 2대 방통위원장에 최시중을 임명하는 데 대해 야당과 언론계가 격렬하게 반대하는 것을 무릅쓰고  그 자리에 앉힌 뒤 그가 직무 한계를 넘어 정권의 ‘제2인자’처럼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데도 방임한 책임을 마땅히 져야 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 사건에 관해 국민을 납득시키는 길은 최시중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사실관계를 명확히 가리고 자신의 잘잘못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다. 그것은 스승에 대한 제자의 도리이기도 하다.

이 사건에 대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박근혜는 ‘법대로 하면 된다’고 언론에 말했다. 물론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이 안고 있는 법적, 윤리적 문제가 어디 이것뿐인가.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이 관련된 ‘민간인 불법 사찰’을 비롯해서 국가의 근간을 뒤흔든 사건들에 관해 새누리당은 19대 국회가 문을 여는대로 청문회를 열어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들을 처벌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