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노조 파업 중단, 출구인가 자충수인가
MBC 노조 파업 중단, 출구인가 자충수인가
비대위 전격적인 결정 파장…조합원 동력 '주목'

전격적이었다. MBC 노조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10일 총파업 일시 중단과 현장 복귀를 결정했다. 전체 조합원 총회에서 최종 확정이 되지 않았지만, 조합원들은 노조의 결정 배경을 두고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집행부는 총파업 36일째 투쟁 전환 방침을 밝혔지만, 상당수 조합원들의 입장은 갈렸다. 현장 복귀시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엇갈린 해석이 나왔다. 노조 집행부의 결정을 둘러싼 내부 고민을 살펴봤다.

▷'끝장 투쟁' 부작용 우려= 우선 노조가 파업 중단을 결정한 것에 MBC 사내외적 환경이 영향을 끼쳤다. 노조가 "김재철 사장의 정치적 사망 선고"라고 평가할 정도로 그동안 내부적으로는 사장 퇴진 여론이 높았다. 그러나 천안함 국면과 맞물려 사회적으로 MBC 파업이 크게 이슈화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노조의 결정은 조합원들의 파업 동력을 '현장 투쟁'으로 전환해 추후 사회적인 이슈화까지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검사 스폰서'를 폭로한 보도나 선거 보도 등에서 제 역할을 하자는 것이다.

   
  ▲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MBC 본사 1층 '민주의 터'에서 열린 MBC 노조 전체 조합원 총회 모습. 이치열 기자 truth710@  
 

또 '끝장 투쟁'으로 인한 부작용도 고려됐다. 그동안 사측과의 물리적 충돌을 자제해 온 노조가 폭력을 사용할 경우 감당할 역풍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또 사측이 파업 장기화로 인한 프로그램 훼손에 무대책인 것도 노조의 고민을 더했다. 연보흠 노조 홍보국장은 "희생을 잘못 치러서 우리의 공정방송을 내주는 투쟁을 전개해선 곤란하다"며 "한 사람 퇴진보다는 방송을 지키겠다는 각오를 다진 것이 더 큰 성과"라고 밝혔다.

▷출구 없고, 싸움 상대 없는 파업= 집행부의 내부적 고민은 더 깊었다. 무엇보다도 파업의 '출구'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았다. 애초 '출구 없는 파업'이라고 밝힌 것처럼 파업을 언제 어떻게 끝낼지 고민이 지속됐다는 것이다.

신정수 부위원장은 "싸움이 언제 끝날지 계속 의문이 들었다"며 "신경민 앵커 교체, 김미화 교체 시도, 방문진 논란 등 지난 2년 간 싸웠는데 이 정권 하에서 싸움이 끝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정권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MBC 파업을 고의적으로 방관하고 있다는 내부 불만도 작용했다. 권철 전 언론노조 사무처장은 "노조는 싸워야 할 링 위에 올라가 있는데 '큰집'은 링에 없었다"며 "노조가 스스로 힘만 빼고 있는 국면"이라고 분석했다.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총파업이 길어질수록 오히려 투쟁의 대상인 정권에게 이롭다는 분석이다.

▷왜 현 시점에서 국면 전환?= 주목되는 점은 집행부는 파업을 일단 접자고 하는데 조합원들은 "싸우자"는 형국이다. 조합원들은 △외부 여론의 냉대 △파업 성과물 미비 △장기 파업 선례로서 적절한지 여부 등을 지적했지만, 무엇보다도 '왜 현 시점에서 국면을 전환하는지' 의문이 컸다. 그러나 이근행 언론노조 MBC 본부장은 "파업 동력이 좋을 때 그만 두는 것이 전술적으로 유리하다"며 "동력 없을 때 현장 투쟁을 할 수 있나"고 되물었다.

일부 조합원들은 이전 파업의 선례를 들며 사측과의 이면 합의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 1996년 파업 당시 방문진 이사장이 파업 중재를 통해 사장 해임을 비밀리에 약속하자 노조위원장 해임이 우선 진행된 바 있다. 그러나 이근행 본부장은 총회에서 "이면 협상을 하고 이런 결정을 하면 저는 벼락 맞아 죽는다"고 합의설을 일축했다.

▷ 공정방송 투쟁 가능할까?= 향후 관건은 노조 집행부의 방침대로 향후 얼마나 '공정방송' 투쟁이 진행될지 여부다. 노조는 제도적 장치로 △공정보도 강화 특별위 △PD수첩 사수 및 프로그램 공영성 강화 특별위 △노조 탄압 분쇄 특별위 △지역 MBC 사수 특별위 △방문진 개혁과 MBC 장악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위를 제시했다. 파업 이후 이같은 위원회가 마련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문제는 조합원의 동력이 얼마나 결집될 수 있느냐다. 현재 조합원 내부에선 KBS YTN 사례처럼 노조의 현장 복귀시 사측의 대량 징계·방송 공영성 훼손 등을 우려하고 있다. 또 파업 동력이 현장에서 점차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현재 MBC 노조 집행부에 대한 신임 여론이 높고, 노조의 내부 분열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아 MBC 노조가 타사와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번의 '끝장 투쟁'이 아니라 끝이 안 보이는 '끝장 투쟁'에 나선 노조 선택의 향배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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