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신노사구상 ‘확성기’ 구실 톡톡
YS 신노사구상 ‘확성기’ 구실 톡톡
신문- 여론조사까지 동원 경총 반대입장 부각 … 형평성 상실

방송- 문민정부 업적 포장에만 급급
정리해고제등 심층 분석 회피 … 노동절행사는 눈에 안띄게





신 문

지난달 24일 김대통령이 신노사구상을 발표하면서 많은 후속 보도들이 있었다. 민실위는 이달 1일 근로자의 날 행사까지의 신문보도를 분석하면서 과거 노동운동에 가해졌던 일방적 왜곡의 문제가 극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상당히 위험하고도 지나칠 수없는 보도의 문제점을 보여줬다고 평가하게됐다. 그것은 형평성의 문제다.

‘참여와 협력’ ‘제도와 의식의 세계화’ 등을 구호로 내세운 신노사구상은 몇가지 점에서 주목할만한 큰 뉴스였다. 우선 이 구상은 “우리의 노사 관계가 과거의 틀을 깨지 않고는 21세기 무한 경쟁시대에 살아남을 수없다는 위기감”(동아 25일자 사설)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이 구상을 기본 틀로 해 정부는 제3자 개입금지조항을 폐지하고 복수노조와 노조의 정치적 활동을 허용하며 반대급부로 사용자측에 유리한 내용으로서 변형근로제, 정리해고제, 근로자 파견제 등을 근간으로 하는 노동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김영삼 정부가 외쳐오던 민생 개혁의 출발점으로 노사 문제를 다룬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었다.

그런 점에서 김대통령이 구상을 발표하던날 각 신문들이 제각기 상당한 지면을 할애, 그 당위성을 홍보한 것은 수긍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민실위는 보았다. 그러나 그 이후의 신문보도를 보면 원칙으로 고려돼야 할 형평성이 지켜지지 않은 채 어느 일방의 의견과 주장이 크게 다뤄지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먼저 경영자총연합회의 반대 의견이 대다수 신문에 크게 실린 것을 들 수 있다. 그 의견은 대체로 급격한 변화는 없어야 한다든지 복수노조를 허용하되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노측에서 이런 저런 양보를 해야한다는 주문이 많았다.

여론조사도 동원됐다. 노동부 산하 노동교육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15%가 노조의 정치활동에 찬성하고 53%가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의 허점은 우리 국민의 인구 구성을 무시한듯한 표본의 직업분포에서 찾을 수 있다. 응답자의 35%가 판매·서비스직이고 24%가 주부, 10%가 기업체 간부, 6.9%가 생산직, 6.3%가 전문직 4.9%가 공무원이었다.

이같은 표본 설계를 고려치 않은 조사 결과의 단순한 인용보도는 결국 한쪽의 손만을 들어주는 결과를 자초했다.

재계 노무담당 간부들의 회동이 크게 다루어진 반면 근로자의 날 행사 관련 보도는 아예 제쳐 놓다시피했다. 신노사구상 발표날에 비해 너무나 초라한 지면할애, 잘해야 사진 2단에 기사 1단이었다. 어떤 신문은 러시아의 메이데이 행사는 1면 컬러로 싣고, 2면에 노총의 행사사진을 흑백으로 실었다.

신문이 노동법 개정 등 신노사구상에 그토록 열성적이었다면 당연히 했어야 할 일을 하지 않은채 정부와 재계의 목소리를 확성시키는 역할에만 충실했다면 지나친 말일까.

청와대의 노사대표 만찬기사를 다음날 2면 4단등으로 다루는 것을 보면서 다수 근로 대중은 어떤 생각을 하고 신문을 대할 것인가 두렵기까지 하다. 같은 날 제일제당 그룹의 출범식이 있었다. 화려했다. 전날 육사 50주년 특집은 또 어땠을까. 사회세력의 비중 등 여러 각도에서 노사관계 보도에 대한 신문의 각성이 요구된다고 민실위는 본다.


방 송

요즘 방송과 신문을 보고 있노라면 노사문제에 관한한 한국은 전례없는 태평시대를
구가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지난해 4월말 사측의 고소로 비롯돼 한달여의 투쟁끝에 경찰력
투입으로 막을 내린 한국통신사태 이후의 상황은 더욱 그러하다.

당시 언론, 특히 방송은 한국통신사태의 본질은 덮어둔채 국민을 볼모로 한 파업임을
강조하고 검찰과 정부의 강경대응 방침만을 대대적으로 홍보해 사태의 강제진압에 일등공신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당시 담당기자를 제외한 다른 기자들조차 한국통신 사태가 무엇때문에 비롯됐는지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접근은 철저히 외면하고 말았다.

그 이후 1년동안 노동계는 방송의 위력 앞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데 신중을 기하면서
조금씩 위축돼 갔고 방송은 노동현장의 작은 목소리들에 대해 외면으로 일관해 왔다. 제
106주년 세계 노동절을 맞은 지금도 상황은 달라질 것이 없다.

OECD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는 노동계가 줄기차게 주장해온 복수노조 설립 허용과
제3자 개입금지 조항의 철폐를 수용할 뜻을 밝혔고 방송은 이를 문민정부의 큰 업적
가운데 하나로 평가하면서 대대적인 홍보에 힘을 쏟고 있을 뿐 정부 방침이 포장만
그럴싸하고 알맹이는 없는 부실 선물꾸러미가 될 우려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지적이 없다.

앞으로 설치될 노사개혁위원회에서는 노동계의 주장뿐만 아니라 자본가들의 요구 역시
검토대상에 올려놓을 것이고 그렇게 될 경우 노동환경의 열악화를 가속시킬 정리해고제나
변형근로제 역시 수용될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는데도 방송은 이 문제에 대해 견제의 역할은
커녕 치적에 대한 칭송이나 기껏해야 타협의 문제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을 뿐이다.

지난 1일 노동절 당일의 메인 뉴스도 그러한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동절행사
소식을 한 꼭지로 정리하고 끝내 버리거나(SBS) 두 세꼭지를 다루더라도 노사개혁 청신호
노조활동 새바람(MBC), 전향적 타협 필요(KBS)등으로 장밋빛 미래만을 섣부르게 예상하고
본질적 문제에 대한 심층 분석은 회피해 버렸다.

뉴스 아이템 선정등 전체 편집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일부 방송의 경우 당일 행사 소식을
전달하는 보도의 화면처리도, 보라매 공원의 민주노총 행사는 물론 한국노총의 행사까지
현장의 집회 열기를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화면은 모두 빼버리고 정지 화면에 가까운
답답한 편집으로 일관해 방송이 노동계에 대한 보수적 태도를 아직 굳건하게 견지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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