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1시간 쪽잠 제보에 제작사 ‘3주 뒤 답변’
매일 1시간 쪽잠 제보에 제작사 ‘3주 뒤 답변’
스튜디오드래곤 “주5일 촬영, 최소 8시간 휴식보장, 실질 대안 위해 논의중”
한빛센터 “CJ ENM, 외주 제작사 근로시간 가이드라인 논의 중이라는 말만”

“현재 촬영 중인 ‘아는 와이프’ 스태프입니다. 요 며칠 쪽잠 1시간을 자고 연달아 출근하다 보니 코피가 나는 코를 부여잡고 눈물만 나네요. 드라마 스태프는 사람 아닙니까? 제작부의 갑질에 아무 말도 못 하는 염전 밭 노예보다 못한 존재입니까?”

해당 글은 tvN드라마 수목드라마 ‘아는 와이프’ 스태프가 지난달 18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이하 한빛센터)에 제보한 내용 일부다.

▲ tvN 드라마 아는와이프 화면 갈무리. 사진=tvN
▲ tvN 드라마 아는와이프 화면 갈무리. 사진=tvN

한빛센터는 지난 9일 오후3시 tvN드라마 ‘아는 와이프’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과 면담을 진행했다.

탁종열 한빛센터 소장은 “며칠간 1시간 쪽잠만 잤다는 ‘아는 와이프’ 스태프가 제보한 내용이 보도된 지 3주가 지났고 지난 9일 추혜선 정의당 의원실의 tvN드라마 ‘아는 와이프’ 촬영일정 공개 발표가 있고서야 스튜디오드래곤 제작사 측을 겨우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빛센터는 지난 10일 스튜디오드래곤 제작사 측과 만나 이야기한 내용을 공개했다. 한빛센터는 면담을 통해 △사업장 규모와 근로자성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스태프에게 1주 5일, 1주 68시간 근로시간 제한을 위한 제작가이드라인(1일 15시간 2시간 휴식 보장, 주 3시간을 촬영준비와 정리 시간으로 근로시간 포함 등) 제정 △드라마 제작현장에 대한 한빛센터 조사 협조 등을 요구했다.

이에 스튜디오드래곤 측은 ‘아는 와이프’ 스태프들에게 △촬영 일자를 주 5일로 할 것 △촬영종료 후 휴식시간 최소 8시간 이상 보장을 약속했다. 이 두 가지가 안 지켜진다면 ‘인원충원’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최진희 스튜디오드래곤 대표는 “68시간 노동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며 실질적인 안을 마련하기 위해 내부 논의 중이다. 하반기에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와 협의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탁종열 소장은 “지난달 1일부터는 68시간제가 도입됐지만, 제작사는 한 달이 지난 지금도 근로시간 가이드라인을 두고 내부 논의 중이라고만 한다. 스튜디오드래곤이 직접 외주제작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되는데 그걸 또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와 협의해서 만들겠다는 거 자체가 하나의 시간 끌기일 수도 있고 책임을 나누려는 식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토로했다.

탁 소장은 “그래서 저희가 계속해서 제작사협회와 방송스태프노조, 한빛센터, 스튜디오드래곤과 다 같이 만나서 협의하자고 제안했으나 CJ ENM은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탁종열 소장은 “9일부터 B팀을 투입해 촬영시간을 단축하겠다고 했으나 촬영은 지난 6월부터 시작했고 이제 촬영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제보 사실이 보도된 이후에도 제작환경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비춰볼 때 뒤늦은 조치”라고 말했다.

▲ ‘고 이한빛PD 사망사건 대책위’는 지난해 24일 오전 서울 상암동 CJ ENM 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J ENM이 사망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진심어린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을 약속하라고 주장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 ‘고 이한빛PD 사망사건 대책위’는 지난해 4월24일 오전 서울 상암동 CJ ENM 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J ENM이 사망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진심어린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을 약속하라고 주장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끝으로 한빛센터는 “CJ ENM은 제작사에 책임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직접 근본적인 개선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한빛센터는 앞으로 CJ ENM이 근본적인 제작환경 개선책을 발표할 때까지 국가인권위원회 긴급구제신청과 제작현장 방문, CJ ENM 대표의 국정감사 참고인 출석 추진 등 적극적인 감시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2016년 10월 이한빛 tvN PD가 열악한 방송제작환경의 문제를 제기하며 고인이 됐다. CJ ENM은 이 피디의 명예회복을 위한 대책을 지난해 4월 18일 기자회견 당시 발표했다. 회사는 △문화와 복지, 인프라 개선을 통한 선진 업무 환경 구축 △ 방송 제작 인력 처우 개선 등을 약속했다.

탁 소장은 “아직까지 나아진 것은 없다. 방송사 스태프들에게 여전히 똑같은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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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8-08-12 17:43:20
누군가 또 죽어야 하는가.

더조은 2018-08-12 12:24:08
저녁이 있는 삶은 천국 즈음 될 것 같다.
적폐는 곳곳에 포진해 있다. 다만, 누군가 희생 되어야만 드러나는게 안타까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