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에이즈 사건, 언론만 시끄럽고 보건당국은 조용했다
부산 에이즈 사건, 언론만 시끄럽고 보건당국은 조용했다
[미디어 현장] 김준용 부산일보 기자

“그날은 부산시와 보건소가 쉬는 날인데, 쉬는 날 범인을 잡다보니 협조가 잘 되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부산 전역에서 에이즈에 감염된 채 성매매를 한 20대 여성을 10월 14일 토요일 긴급체포한 경찰의 말이다. 지난 9월 경찰은 부산 해운대구에 사는 A씨(27)에게 성매매특별법 위반 혐의로 출석 통지서를 보냈다. 남성 10~20명과 지난 5월~8월 사이 성매매를 했다는 혐의였다. 조건만남 관련 단속을 하던 중 에이즈 감염인이란 사실을 안 경찰은 3차례 A씨에게 출석요청을 했지만 A씨는 경찰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경찰은 어느 때보다 빨리 움직였다. 검찰의 지휘를 받아 법원을 통해 구속영장도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반면 부산시와 보건복지부는 달랐다. 기자가 경찰이 A씨를 잡았다는 사실을 제보를 통해 파악하고 부산시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우리도 당황스럽다”, “우리가 어떻게 24시간 에이즈 환자를 쫓아다니냐”였다. 그들은 이번에 검거된 A씨가 지난 2010년에도 에이즈 감염 사실을 알고 성매매를 한 적이 있다고 말하면서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부산에서 유일한 집중관리 대상 에이즈 환자였는데 유감스럽다고 했다. 경찰이 A씨를 체포한 토요일. 보건 담당자들은 쉬는 날이었고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는 경찰의 푸념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부산시와 보건당국이 ‘쉬는 날’이었던 반면 언론은 분주했다. 부산일보가 10월19일자 단독보도로 부산에서 20대 에이즈 여성이 성매매를 해왔다는 사실을 보도하자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사이트가 어뷰징 기사로 들끓었다. 인기검색어로 ‘에이즈’, ‘부산 에이즈’, ‘에이즈 증상’들이 줄을 이었다. 단독 보도 이후 쏟아지는 관심이었지만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사건의 중심을 빗겨나간 보도들이 후속 보도라는 이름을 달고 ‘에이즈’라는 단어만 넣어 쏟아졌기 때문이다. 포털사이트가 아무런 필터링 없이 이런 기사들을 받아주는 구조도 뉴스 유통의 민낯으로 여실히 드러났다. 에이즈 예방법, ‘에이즈 걸리면 어떻게 되나’와 같은 기사들이 19일 하루만에 5000건이 쏟아졌다.A씨의 에이즈 감염 사실, 보건 당국의 안일함, 경찰 수사 과정 등을 꾸준히 써내려간 단독 보도들은 에이즈 어뷰징 기사 속에 점점 시민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 같았다.

언론이 들썩였지만 보건당국과 부산시는 조용했다. 그들은 ‘우리보고 어쩌라고’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에이즈는 예방이 중요한 질병이다. 하지만 보건당국과 부산시는 에이즈 사건을 에이즈 질병 예방 대책으로 해결하는 모습이 아니라, 경찰이 성매수 남성을 뒤쫓고 그들을 입건시키면 종결되는 것처럼 여겼다. 에이즈 단독 보도 이후 부산에서만 879명의 에이즈 감염 환자 중 80명이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추가로 보도된 것만 봐도 보건 당국의 에이즈 관리 민낯을 볼 수 있다.

▲ 김준용 부산일보 기자
▲ 김준용 부산일보 기자
“에이즈 환자에게 약값을 지원하는 것이 사실상 우리 역할입니다.” 한 보건소 관계자는 보건소의 역할을 이렇게 한정지었다. 이번을 계기로 바뀌어야한다.  에이즈가 마치 좀비 바이러스라도 되는 냥 걱정하는 이들, 성매수 남성들로 인해 우후죽순 에이즈가 퍼져나 걸 것을 우려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언론이 쏟아내는 어뷰징 기사가 아니다. 부산시와 보건소에서 에이즈 예방법을 알리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에이즈가 어떤 질병인지 알리는 것과 함께 에이즈 감염 환자들의 성매매 등 범죄와 연루되는 것도 더 철저하게 관리해야한다. 10월19일 포털을 장식한 ‘부산 에이즈’는 에이즈에 대한 공포, 두려움에서 시작됐다. 질병을 대하는 데 ‘쉬는 날’로 아쉬움을 표현한 경찰의 푸념을 다시는 듣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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