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네팔 청년의 죽음, 돼지농장 사장은 사과하지 않고 있다
두 네팔 청년의 죽음, 돼지농장 사장은 사과하지 않고 있다
[미디어현장] 이주 노동자들은 한국인만큼 기본권을 보장받지 않아도 된다?

지난 6월부터 석 달간 기획 ‘돼지 똥물에서 죽은 동생을 위하여’ 취재를 진행했다. 돼지 농장에서 사망한 두 네팔 청년의 죽음을 통해 이주 노동 실태를 전하려는 취지였다.

이주민에 관한 장기 기획 기사를 쓸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주어졌을 때 고려한 점은 세 가지였다. 첫째, 이주민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환경에 처했다고 판단되는 이들에 관해 쓸 것. 둘째, 이주 노동자들이 보통 미디어에서 다뤄지는 방식은 ‘이러저러한 피해를 겪었다’는 사실에 관련해서다. 피해자 정체성을 넘어서 그이들도 우리와 비슷한 농담과 고민, 꿈 속에서 살아가는 청년임을 그리고 싶었다. 셋째, 기존 기사들이 이주 노동자 문제 중 건드리지 않은 게 없는데 어떻게 좀 다르게 접근할 것인가.

이런 고민을 종합해 기사 방향을 기획하기 위해 우선 농촌 이주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려 했다. 그런데 유관 사회단체들에 자문을 구하고, 전국 각지를 다녀봐도 그들을 만나 대화하기가 어려웠다. 좁은 한국 땅에서 다 휴대폰 가진 세상에 왜 만날 수가 없는지, 다소 황당하기까지 했다. 휴일이 없다시피 한데다 그들이 일하는 고립된 현장 가까이에 극소수의 통역 지원자와 시간을 맞춰 접근하는 게 간단치 않았다. 쉬는 중인 이주 노동자들이 모이는 쉼터를 몇 군데 찾아가 봤지만 농어촌 비자를 갖고 있으면서도 말이 통하는 이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다. 내가 만나기 어려운만큼 반대로 농어촌 이주 노동자들도 필요할 때 노동부 관계자나 도움을 청할 한국인을 만나기 어려울 것이다.

결론은 그들이 일하는 현장에 들어가자는 것이었다. 일종의 위장취업 같은 기획이었는데 그게 아니고서는 어떻게 농촌 이주 노동자들과 관계를 깊이 맺을 수 있을지, 길이 잘 안 보였다. 그러고 나선 네팔이나 캄보디아 등 농어촌 이주 노동자 비중이 높은 나라를 찾아가 본국의 현실을 취재하는 방안을 슬쩍 기획안에 끼워넣으면서도 회사가 허가해 줄 것이란 기대보다 눈치가 먼저 보였다. 이주 노동자 문제가 비용을 써서 해외 취재까지 할 만한 사안인가 나도 자신 없었던 것이다.

▲ 2014년 4월27일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 소속 회원들이 서울 중구 보신각에서 이주노동자 퇴직금 출국 후 수령제도 철회를 주장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2014년 4월27일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 소속 회원들이 서울 중구 보신각에서 이주노동자 퇴직금 출국 후 수령제도 철회를 주장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애초 계획을 미뤄두고 돼지 농장 사망을 중심으로 기사를 쓰게 된 것은 고 테즈 바하두르 구룽 씨의 형 발 바하두르 구룽 씨가 사건 처리를 위해 한국에 온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였다. 돼지 똥물 속에서 죽은 청년과 그 시신을 데리러 네팔에서 찾아온 형, 그들의 길을 써 보자고 데스크가 지시했다. 유족과 돼지 농장 사장 사이 합의가 무산되면서 형제의 귀향은 자꾸 미뤄졌다.

나는 동생 구룽 씨의 시신이 돌아갈 때 맞춰 네팔로 떠났다. 구룽 씨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한국에 오지 못한 처비 럴 차우다리의 가족을 만나는 게 일단의 목적이었다.

한국에서 이미 한 달 간 유족 취재가 진행된 터라 네팔에 가서 얼마나 새로운 이야기를 가져올 수 있을까, 비효율적이지 않나 싶어 불안했다. 데스크이기도 한 사장은 망설임 없이 다녀 오라 하였다.

기획 ‘돼지 똥물에서 죽은 동생을 위하여’는 모자란 게 많았지만 그 점에서 새로운 시도였다고 자평한다. 정치 인사나 투사도 아닌 평범한 젊은이 둘, 힘없는 나라의 외국인들의 죽음과 삶을 무게감 있게 오래 좇아볼 수 있었다. 이는 언론사의 시간과 비용 지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 김여란 셜록 기자
▲ 김여란 셜록 기자
취재하는 석달 간 곧잘 죄책감이 들었다. 취재할수록 비참한 현실이 더 눈에 들어 오고, 이주 노동자건 한국 노동자건 그 사이에도 끊임 없이 죽고 다치는데 기사로 다 다룰 수는 없다. 기사 쓰는 게 일인데 오래된 문제들이 기사 몇 개로 달라지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이주 노동자들은 한국인만큼 기본권을 보장받지 않아도 된다고 허용하는 고용허가제는 건재하다. 형 구룽 씨는 한국 온 지 석 달 만에 고향에 돌아갔지만, 동생이 죽은 돼지 농장의 사장은 여전히 유족에게 사과하지 않고 있다. 현재 농장주는 정식 기소돼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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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9-17 12:24:42
일기?
사망한 날짜 등 그 문제 관한 정보가 거의 없네요.
여행가는게 눈치 보이고 죄책감든다는 수필보다 정보를 전하는 기사를 기대합니다.
고용허가제가 어떻게 차별하는 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