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나라를 살리는 새로운 대학체제
대학과 나라를 살리는 새로운 대학체제
[2017 새 민주공화국 제안] 4. 시민교육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 대학생들은 대부분 주립대학에 다니므로 등록금의 중위값은 5천달러(구매력평가환율, 이하 동일) 정도이지만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대부분 사립대학에 다니므로 등록금의 중위값은 9천달러 정도이다. 미국보다도 등록금 부담이 더 높은 나리이다. 그러면서도 대학 교육의 질은 가장 낮다. 미국은 1인당 2만6천달러의 교육비를 쓰고 있고, 유럽은 1만5천달러의 교육비를 쓰고 있다. 우리는 1만달러의 교육비를 쓰고 있다. 사립대학에서 유럽수준의 교육을 하려면 등록금이 50% 올라야 하고, 미국 수준의 교육을 하려면 150% 올라야 한다.

대학을 망치는 구조조정 평가와 서열체제

교육비를 선진국 수준으로 교육비를 늘리지 않으면서 선진국 수준으로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경제뿐만 아니라 교육에도 공짜 점심은 없다. 대학평가만 해서 경쟁만 시키면 대학교육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는 교육부의 생각은 어리석은 것이다. 실제로 지난 수년 동안 계속되어 온 대학평가를 통한 구조조정은 대학교육을 황폐화시켰다. 비정규직 교수와 직원이 늘어났다. 교육부에서는 정규교원으로 평가해 주지만 실제로는 비정규직인 가짜 정규교원이 늘어났다. 교수의 의무 강의시간이 늘어났고, 강좌 개설은 줄어들었다. 졸업 이수 학점이 낮아졌다. 기초학문 교수 채용도 줄어들었다. 대학평가 서류 준비하고 교육부에서 나눠주는 돈벌이 사업하느라 연구할 시간이 없어졌다. 지방대학이 몰락하면서 지방경제도 죽어가고 있다.

▲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붙어 있는 선행 학습 홍보 현수막. ⓒ 연합뉴스
▲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붙어 있는 선행 학습 홍보 현수막. ⓒ 연합뉴스
우리 대학 교육의 또 하나 큰 문제점은 대학서열체제라고도 할 수 있다. 대학서열체제는 초중등 공교육을 왜곡하고 사교육을 부추겨 엄청난 피해를 낳고 있다. 한 해 30조원 가까운 돈이 사교육에 낭비되고 있다. 고액의 사교육비는 가계지출을 압박해서 장시간 노동을 부추기고 있다. 정규직의 장시간 노동으로 청년들을 위한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좋은 학원들이 밀집된 지역의 땅값을 상승시켜 전국적으로 부동산 투기를 일으켰다. 주거비 상승은 가계 부채를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늘렸고 가계소비를 위축시켜 불황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런 모든 폐해가 뭉쳐서 나타난 종합 증상이 저출산이다. 헬조선에서 누가 아이를 키우고 싶겠는가. 인구 감소로 인한 장기 불황은 일본의 30년 불황의 피해를 능가할지 모른다.

새로운 대학체제를 만들기 위하여

이제 무너지고 있는 대학과 나라를 다시 세우려면 근원적인 해법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 대학서열체제를 해소하고, 연구와 교육의 질을 높이고, 교육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과제들을 수행하여야 한다.

좋은 대학을 만드는 첫 작업은 국공립대학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다. 대학서열체제는 하루아침에 없앨 수 없다. 오랫동안 장기적 투자가 필요하다. 대학서열체제 해소를 위해서는 좋은 대학을 많이 만드는 수밖에 없다. 국공립대학 네트워크는 네트워크에 가입하는 것을 희망하는 국공립대학들로 구성된다. 가입의 조건은 고등학교 교육을 정상화시키는 입시를 공동으로 실시하는 것과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는 학사과정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것 두 가지이다.

▲ 서울 배화여자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보고 있다. ⓒ 연합뉴스
▲ 서울 배화여자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보고 있다. ⓒ 연합뉴스
고등학교 교육을 정상화시키는 입시방안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수능을 자격시험으로 간주하고 내신만으로 선발하는 방법, 한 걸음 더 나아가 내신만으로 입학을 보장하는 방법, 모집단위를 네트워크 소속 대학 전체로 확대하는 방법, 전공형성입학을 확대하는 방법, 등이 있을 수 있다. 어느 정도 수준에서 고등학교 교육 정상화에 기여할 것인지는 소속 대학들과 초중등 교육주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합의를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대학은 자기 전공 챙기기, 자기 대학 챙기기 등의 이기적 행위를 멈추고 무너져가는 대학과 나라를 살리는 자세로 논의에 임해야 할 것이다.

국공립대학 네트워크에 속한 대학들에 대해서는 국내 최고수준의 교육 및 연구 여건이 되도록 투자를 늘려간다. 예를 들어 수도권 소위 명문 사립대학의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20명이라면 네트워크 대학의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15명이 될 때까지 투자를 늘려가도록 한다. 반면 학생들이 부담하는 등록금은 독립사립대학의 1/4 정도로 유지한다.

아울러 희망하는 사립대학들은 공영형 사립대학으로 전환한다. 공영형 사립대학이 되려면 이사의 과반수를 공익이사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해야 하고, 교육 여건과 대학 자치 수준이 일정 기준에 도달해야 한다. 공익이사는 교육부 장관이나 지방정부의 장이 임명하는 이사이다. 종교사학의 경우에는 종단 소속 신도나 성직자 중에서 공익이사를 임명하여 종단 설립 이념을 존중하도록 한다. 희망하는 사립전문대학도 같은 원칙에 입각해서 공영형 사립전문대학으로 전환한다.

공영형 사립대학도 국공립대학 네트워크와 마찬가지로 고등학교 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는 입시 방안을 공동으로 실시하고,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학사과정을 공동으로 운영하도록 한다. 공영형 사립대학의 수가 늘어나면 권역별 네트워크로 운영하도록 한다. 반면에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대학이 되도록 정부의 재정 투자를 늘려나간다. 학생들이 부담하는 등록금은 독립사립대학의 1/2 정도가 되도록 한다.

교육재정은 대통령이 직접 관리

대학개혁을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 투자가 필수적이다. 학부모의 등록금을 올려서 선진국 수준의 대학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부의 재정 투자는 두 가지 원칙에 입각해서 추진되어야 한다. 첫째는 경제 성장률 이상으로 대학에 대한 투자를 유지해야 한다. 정치인이나 관료들이 자의적 판단에 의해서 예산 규모를 바꾸도록 하면 곤란하다. 둘째는 교수 충원율 등 몇 가지 핵심적 지표를 제외하고서는 대학이 스스로 지출을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교육부 관료들이 나서서 행하는 재정사업은 대학의 연구와 교육에 방해가 될 뿐이다. 이 두 가지 원칙에 적합한 재정 투자 방식이 교육재정교부금 방식이다.

대통령 선거가 진행되면서 후보들의 공약이 제시되고 있지만, 만족스럽지 못하다. 특히 증세를 하면 선거에 불리하다는 위축된 생각 때문에 촛불 시민이 바라는 공약을 제대로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이 정도 개혁하려고 촛불을 들었던 것은 아닌데 하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 나오고 있다. 증세를 공약하지 못하는 후보는 촛불 민심을 제대로 읽고 있지 못한 후보이다.

지금까지 경험에서 보면 개혁 정부이건 보수 정부이건 새 대통령은 취임한 즉시 경제관료들에 의해서 포획되었다. “그 사업에 쓸 예산이 없습니다, 아니면 경제가 망합니다”라는 경제관료들의 말 한 마디에 자신의 귀중한 공약들을 헌신짝처럼 던져버리기 일쑤였다.

어떻게 대통령이 경제 관료들에게 포획되지 않고 자신의 공약을 지킬 수 있을까?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은 이 문제를 고민하다가 예산부서를 백악관으로 이전시켰다. 그렇게 해서 자신의 공약을 실천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도 이 전통은 이어지고 있다. 우리도 새 대통령은 예산부서를 청와대 안으로 옮겨야 한다. 예산을 마련하지 못하는 대통령은 교육개혁을 할 수 없고, 복지국가를 만들 수 없으며,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없다. 대통령의 통치능력은 바로 예산능력인 것이다.


# 연재

1. 총론 :

촛불 시민혁명과 주권자 시민의 탄생, 그리고 민주·평등·공공성의 민주공화국

2. 정치 개혁 :

촛불 광장이 요구하는 정부와 의회의 민주적 개혁

권력기구 분권화 없이 민주주의 회복은 불가능

지방자치 혁신 없이 참 민주주의 실현 없다

민주주의의 기반 언론: 공공성 강화하고 시민의 공론장 참여 확대해야

3. 외교·안보: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정책적 제언

4. 시민교육

신자유주의 지배구조에서 공공적 자치구조로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유초중등 교육 패러다임으로 교육복지를 실현해야

③ 대학과 나라를 살리는 새로운 대학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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