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들 “내가 유족이어도 KBS 꼴도 보기 싫을 것”
KBS 기자들 “내가 유족이어도 KBS 꼴도 보기 싫을 것”
KBS 새노조 길환영 사장 퇴진 촉구…“사퇴 거부하면 총파업 통해서라도 반드시 퇴진”

세월호 참사 관련 망언으로 촉발된 김시곤 KBS 보도국장의 사퇴가 내부의 ‘사장 퇴진’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는 조합원 총회를 열고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14일 오후 KBS 민주광장에서 열린 총회 자리에서 KBS 새노조 조합원들은 “가뜩이나 KBS에 실망해 온 국민들은 김시곤 보도국장의 폭로(길환영 사장이 보도에 사사건건 개입했다) 이후 극심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공영방송 KBS의 정상화를 위한 첫 걸음이 청와대 부역사장 길환영 퇴진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대국민사죄와 사퇴를 거부할 경우 길환영 사장을 더 이상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고 총파업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퇴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이 세월호 참사와 교통사고를 비교한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고, 김 국장의 발언과 KBS의 불공정보도를 항의하기 위해 세월호 유가족 100여명이 KBS 앞에서 상경 항의 집회를 열었다. 유가족들은 사장의 사과와 보도국장의 파면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청와대로 향했다. 결국 김시곤 보도국장은 사퇴 의사를 밝히고 길환영 사장은 유가족들에게 사과했다.

   
권오훈 새노조 위원장이 총회를 마친 뒤 KBS 신관에 설치된 천막농성장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하지만 KBS를 향한 분노는 멈추지 않았다. 김시곤 보도국장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길환영 사장이 그간 사사건건 보도에 개입해 왔으며, 청와대와 권력 밖에 모르는 사람이라고 폭로했기 때문이다. 백운기 신임 보도국장이 청와대 인사를 만난 뒤 임명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KBS 기자협회는 지난 12일 총회를 열고 길 사장 퇴진을 비롯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제작거부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제작거부 투표는 전체 투표 인원 중 94.3%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14일 새노조 조합원 총회에 참석한 조일수 기자협회장은 “평상시 현안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던 선배님들의 참여가 있었다. 보직간부 중에 위임장을 주신 분도 있었다”며 “이 문제가 결코 후배 기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공감대가 있고, 보직을 맡아 데스크에 앉아 있고 회의에 참석하는 선배님들조차 이 문제가 심각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조 협회장은 “12일 열린 총회 자리에서 세월호 보도 관련 지적은 많았지만 KBS의 독립성과 관련된 이야기는 별로 나오지 않았다. 이미 기자들 마음 깊숙이 KBS의 독립성 침해가 거론할 필요가 없는 문제로 자리잡고 있다는 뜻”이라며 “이 문제는 노조만의 문제도, 특정 직종의 문제도,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14일 KBS 민주광장에서 열린 KBS 새노조 조합원 총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홍진표 KBS PD협회장 역시 “(길환영 사장은)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같은 직종의 선배라고 해서 용인할 수 있는 부분을 넘어섰다”며 “기자협회가 결정한 사항에 PD협회도 전적으로 지지를 보내고 같이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KBS 사내게시판에 세월호 보도 관련 반성문을 올렸던 38기 강나루 기자도 참석했다. 강나루 기자는 “세월호 사고 나자마자 노트북을 들고 진도 현장에 갔다. KBS 38기~40기 기자들은 현장에 가장 가까이 있었던 기자들”이라며 “근데 시간이 갈수록 팽목항에 갈 수가 없었다. 가족들이 우리를 향해 눈을 흘기는 것이 현장에서는 느껴진다. 데스크는 느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 기자는 “우리가 반성문을 올린 이유는 누군가를 선동하기 위해서도, 정치적인 목적 때문도 아니다. 내가 있는 KBS가 이런 식으로 가면 안 될 것 같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올린 글”이라고 밝혔다.

강 기자는 또한 “실종자 가족들이 구조작업이 지지부진하다고 주장하면 당연히 팩트 취재해서 내보내야 하고 비판적인 보도로 구조작업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KBS는 그렇게 안 했다”며 “대통령이 체육관에 왔을 때 항의하는 유가족 목소리를 배제하고 박수소리만 나갔다. 내가 가족들이어도 KBS가 꼴도 보기 싫었을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조합원들은 국민들에게 보내는 사과문을 낭독하고 머리를 숙였다. 함철 KBS새노조 부위원장은 “너무 멀리 왔고 너무 늦었음에 사죄드린다”며 “아직도 우리에게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허락된다면 국민 여러분이 우리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총회를 마친 조합원들은 KBS 신관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길환영 사장 퇴진 촉구’ 농성에 돌입했다. 새노조는 오는 15일~17일 3일 간 길환영 사장에 대한 신임 투표를 실시하고, 21일부터 23일 간 총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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