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기초법’이 청소년 ‘밑바닥 노동’으로 내몰았다”
“구멍난 ‘기초법’이 청소년 ‘밑바닥 노동’으로 내몰았다”
기초수급가정 청소년 돈 벌면 수급권 박탈…윤지영 변호사 “간접·특수고용 사라져야”

최근 모두를 안타깝게 했던 ‘세 모녀 자살 사건’으로 대두된 정부의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한계가 청소년 노동의 음성화도 부추기는 것으로 보고됐다. 

“제가 수급자여서 통장으로 받으면 기록이 뜨니까 현찰로 주실 수 있냐고 (고용주에게) 먼저 물어봐요. 어떤 곳은 4대 보험을 안 들면 일을 못해요. 그런데 저희가 보험을 들면 (소득이 잡히니까) 우리 집의 수급자격이 박탈된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어요.”(송아무개군·인문계고 2년)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지난 2007년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고 황유미씨의 7주기 추모일인 6일 오전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 열린 ‘10대 밑바닥 노동 실태조사 보고대회’에서 김성호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활동가는 “수급가정의 청소년들은 보험에 들게 되면 소득이 밝혀지게 돼 수급자격이 박탈되는 것을 우려한다”며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일 경우 해당 소득을 현금 급여액에서 공제 후 지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낮은 최저생계비는 수급자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동시에 수급가정 청소년들에게 수급비로는 생활하기 어려운 상황을 주고 있다”며 “소득이 잡히면 수급이 줄어들거나 박탈당할 수 있어 대학생의 경우 이에 대한 공제제도가 2012년부터 생겼지만 청소년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결국 적은 복지 급여로 일을 하지 않을 수 없지만, 일을 하게 되면 생계급여 외에도 다양한 혜택이 있는 수급권마저 박탈당할 수 있는 모순적 상황이 저소득 청소년들의 노동권과 인권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6일 오전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 열린 ‘10대 밑바닥 노동 실태조사 보고대회’에서는 청소년의 열악한 노동 상황에 대한 고발과 함께 이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토론이 진행됐다. 사진=강성원 기자
 
또한 많은 청소년들이 비교적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특수고용형태의 배달대행업체에서 일하는 청소년들은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2년 인천북부고용노동지청은 인천청소년노동네트워크의 질의에 대해 “배달대행노동은 고용주와 고용인의 종속관계라고 볼 수 없다”며 일종의 개인사업자라고 행정 해석을 내놨다.

이와 관련해 배경내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상임활동가는 “배달대행으로 일하는 청소년들은 법률상 노동자로서 인정받을 수 없다 보니 실제 교통사고가 나더라도 사업주가 수리비 명목으로 돈을 갈취하거나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지 못하게 협박을 해도 이들을 지원하고 보호할 대책은 없다”며 “사실상 사업주의 관리감독을 지속적으로 받고 일하는 노동자를 자영업자로 둔갑시킨 특수고용직에 갖은 부담을 떠넘기고 있는 현실을 바꾸기 위한 법적, 정책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청소년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것 중 하나가 노동과정에서 벌어지는 사용자·관리자의 비인격적 대우이다. 호텔연회장에서 서빙 일을 했던 차아무개양(17)은 이날 영상보고에서 “호텔 직원이 우리가 대기하고 있다가 좀 시끄럽게 떠든다 싶으면 욕설을 한다”며 “우리가 조용히 안 한다 싶으면 일어나서 ‘너 일어나서 저기 연회장 문 보고 서 있어’라고 벌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윤지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청소년 노동은 언제나 불안정했고, 청소년이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는 시간제 노동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나마 이전에는 사용자와 청소년 노동자 간에 직접고용 관계가 형성돼 있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용자를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었다”며 “달라진 청소년들의 간접고용과 특수고용 하에서는 노동관계에서 발생하는 책임을 물을 사용자가 없거나 모호하기 때문에 결국 청소년 노동자의 지위가 더욱 열악해지고 그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변호사는 정부가 청소년 불안정노동의 새로운 양상에 대한 대책을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아무리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도록 사업주 교육을 하더라도 간접고용과 특수고용, 무급인턴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며 “간접고용 하에서는 노동관계를 좌지우지하는 자가 사용자로 인정되지 않고, 특수고용 하에서는 사용자라는 개념을 상정하기 힘들며 무급인턴 역시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청소년을 비롯한 불안정 노동의 대안이 없는 실정에 대해 윤 변호사는 “청소년 노동자의 권리 보호를 아무리 얘기해도 전체 노동시장에서의 불안정 노동의 확산을 막지 못한다면 결국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며 “전체 노동시장에서 간접·특수고용 등 불안정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이 청소년 노동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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