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15세부터 만24세까지의 청소년들이 스스로 노동인권을 지키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26일 오전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소년유니온’ 출범을 알렸다.

지난달 20일 CJ제일제당 충북 진천 공장에서 근무하던 고교생이 기숙사 건물에서 투신하는 일이 발생했다. 김아무개(19)씨는 숨지기 사흘 전 친구에게 “내 생애 회사 다니다가 싸대기 맞게 될 줄 몰랐다…엎드려 뻗치라고 하고 힘들어서 좀 흔들리니까 신발로 머리 밟고”라는 문자를 보냈다. 그는 대전의 한 전문계 특성화고 3학년 학생으로 해당 회사에 지난해 11월 생산직 공채로 입사했다.

지난 10일 울산에서도 같은 나이의 현장실습생 김아무개(19)씨가 사고로 숨졌다. 폭설이 내리면서 공장 지붕이 무너진 것이다. 당시 김씨는 야간작업 중이었다. 김씨의 사망 사고 일주일 후 발생한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는 빠른 속도로 사과와 보상 등이 진행되고 있지만, 김씨는 아직 장례식조차 치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 청소년유니온이 26일 오전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조합 출범을 알렸다. 사진=이치열 기자
 
사실 이 같은 고교실습생 문제는 매년 논란이 됐다. 2011년에는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의 고교실습생이 작업 도중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고, 2012년 경기도 군포의 한 금형공장의 고교실습생은 기계에 손가락이 뭉개지는 사고를 당했다. 매년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지만 여전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극단적인 사고가 아닌 일상적인 노동권 침해 역시 심각하다. 남윤인순 민주당 의원의 지난 국감 자료를 보면 청소년 고용사업장 중 87.3%가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적발됐다. 주요 적발 사항으로는 최저임금 미달이 가장 많았고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경우가 뒤를 이었다. 당시 남 의원은 “청소년들의 취업 수가 2012년 말 기준으로 23만을 넘어서고 있지만 이들의 노동권은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하(20) 청소년유니온 위원장은 “청소년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사업주에게 성폭력을 당하고, 실습에 나가서 사고를 당해도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이 사회를 보면서, 청소년들에게도 스스로의 노동인권을 말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며 청소년유니온 출범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은 “청소년들이 노동의 사각지대로 몰리는 이유는 정규 교육과정에서 노동인권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삼각함수와 구운몽의 주제의식은 가르치면서 일터에서 월급 떼이지 않는 방법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라며 “이러한 조건에서는 이들이 성인이 된다 한들 스스로 노동의 권리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청소년유니온이 26일 오전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조합 출범을 알렸다. 사진=이치열 기자
 
이에 이들은 청소년들에게 노동인권교과서 제작, 특성화고 현장실습 문제 개선, 청소년 아르바이트 인권침해 문제 개선 등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공론화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소년유니온 출범을 함께 준비한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지금은 조합원이 24명이지만 확대사업을 통해 점점 확장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국(82) 노년유니온 부위원장도 이날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청소년유니온의 출범을 적극 환영한다”며 “큰 손자가 중학교 1학년인데, 아르바이트를 당하다 어려움이 생기면 청소년유니온을 적극적으로 추천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청소년유니온은 청년, 노년에 이은 3번째 세대별 노동조합이다. 이들은 27일 고용노동부에 설립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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