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1년, 언론은 ‘여론전’의 전사였다”
“박근혜 정부 1년, 언론은 ‘여론전’의 전사였다”
‘박근혜 정부 1년간 언론의 보도행태 진단’ 토론회 열려…“박근혜 정부가 보수언론 자극한다”

“박근혜 정부 1년 동안 언론의 역할은 ‘여론전의 전사’였다. 보수신문들과 종편. 망가진 공영방송이 여론전의 주된 수행세력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열린 ‘박근혜 정부 1년간 언론의 보도행태 진단’ 토론회에서 나온 말이다. 최원형 한겨레 미디어팀 기자는 2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회 자리에서 “박근혜 정부를 지지하지 않은 48%의 목소리는 언론 보도에 등장하지 않거나 기계적 균형을 필요로 할 때만 손톱만큼씩 등장했다”며 “박근혜 정부가 언론정책의 기조를 적극적으로 내세우진 않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박근혜 정부 1년간 언론이 ‘여론전’의 전사로 기능한 대표적인 사례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관련 보도다. 국정원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조중동 등 보수언론과 KBS MBC 등의 공영방송은 서서히 드러나는 국정원 대선개입의 문제를 지적하는 대신, 침묵하거나 사설이나 칼럼 등을 통해 국정원을 편들었다. 반면 국정원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되던 와중 국정원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면서 벌어진 NLL 논란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보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 24일 오후 2시 서울 프레스센터 18층에서 언론노조와 한국기자협회 주최 하에 ‘박근혜 정부 1년간 언론의 보도행태 진단’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최원형 기자는 “정부와 여당은 국정원 대선개입이 대북심리전이라는 입장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서 언론에 대한 상징적인 의미를 읽어낼 수 있다”며 “정부에 대한 지지와 비판을 일종의 내전 상태로 받아들이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다. 그리고 보수신문과 종편, 언론장악 시도로 인해 망가진 공영방송이 여론전 수행의 주된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와중에 방통심의위원회는 정부정책에 비판하는 목소리에 개입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최 기자는 “방통심의위 기준대로라면 정부에 의해 해산심판을 당한 정당을 인터뷰하는 언론은 문제지만 야권의 기초자치단체장들을 종북이라고 비난하는 방송은 문제가 안 된다”며 “방통심의위가 가진 단 하나의 방향은 정권에 불리한 내용을 방송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진보언론과 보수언론 간의 갈등이 문제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한국 언론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상대진영을 몰아내는 보복 풍토가 있다”며 “어느 정권이 들어오느냐에 따라 시민단체 지원금이 바뀌고 언론사 사장이 바뀌는 등 정권의 변화가 기자들의 실생활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이런 네거티브 경쟁은 한국 언론의 전체적인 신뢰도를 낮추어 공멸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기주 LB컨설팅코리아 대표 역시 “한국 언론은 관찰자라기보다 참여자”라며 “진보와 보수 언론이 서로에게 총질을 한다. NLL 논란이나 국정원 사건, 채동욱 사건 등 보수매체와 진보매체들은 각자의 언론사가 유리한 팩트들을 취사선택했다”며 “겉으로는 정론지 내세우며 사실은 플레이어로 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념적 선명성을 강조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도태되는 현실 속에서 자신들이 추구하는 것이 정파적 저널리즘인지 감성적 저널리즘인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24일 오후 2시 서울 프레스센터 18층에서 언론노조와 한국기자협회 주최 하에 ‘박근혜 정부 1년간 언론의 보도행태 진단’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하지만 박근혜 정권 1년간의 언론 문제를 진보-보수 언론 간의 반복되는 대립으로 해석할 수 없다는 반론도 나왔다. 이희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과거에는 한겨레와 경향, 그리고 조중동이 각자의 의제를 퍼트리면 방송사들은 이를 관찰자 입장으로 다루었다. 그러나 현재의 방송환경은 그 때와 많이 다르다”며 “이명박 정권 들어서면서 방송장악과 언론탄압이 이루어졌고 진보언론의 발언력도 강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현재 언론환경에서 보수-진보는 95대 5 정도다. 언론의 양극화를 강조할 게 아니라 언론환경이 황폐화된 상황에서 팩트조차 보도하지 않고 누락시키는 보도행태가 박근혜 정부 들어서 더 극심해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안 그래도 극단적인 이념대결과 언론환경이 존재하는데 박근혜 정부가 극우적 시각으로 사회를 재편하려는 무리수를 두면서 언론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 처장은 “박근혜 정부가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기보다 하나의 입장을 밀어붙이다보니 종편이나 보수언론 등을 더욱 자극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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