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 정치부기자-사장은 편파방송 운명체”
“KBS·MBC 정치부기자-사장은 편파방송 운명체”
방송3사 노조 “최악의 편파방송… 낙하산 사장 있는 한 대선도 똑같을 것”

방송사 총선보도에서 여론을 왜곡하는 일관된 패턴이 나타났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모니터 결과 방송사 뉴스는 선거보도가 아니라 선거개입에 가까웠으며,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올해 대선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반복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KBS·MBC·YTN에서 방송을 만드는 방송3사 기자들이 패널로 참여한 26일 <언론장악의 결과로 본 19대 총선보도> 토론회에서 이들 기자들은 자사 총선보도에 대해 이렇게 총평했다. “지난 4·11 총선보도는 방송뉴스의 힘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선거였다. 그리고 역대 최악의 편파 선거보도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성재호 특임국장은 이 자리에서 “KBS 총선보도는 조중동 보수언론의 프레임을 확대하는 재생산 공장에 불과했다”고 혹평했다.

MBC와 YTN은 편파 방송을 하면서도 최소한 기계적 균형이라도 지키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KBS는 일방적으로 청와대와 여당의 주장을 재생산하는 편파적 보도행태로 일관했다는 주장이다.

성 국장은 대표적인 사례로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와 문대성 김형태 새누리당 후보 보도를 들었다. 문 후보의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된 건 지난 3월26일이었는데, KBS 부산총국에서만 기사를 다뤘을 뿐 KBS 정치외교부는 이 기사를 보도하지 않았다. 전국뉴스에서도 한 번도 소개되지 않았다.

문대성 표절 논란이 전국뉴스로 등장한 것은 이른바 김용민 후보의 막말 논란이 공개된 다음 날인 지난 4일이었다. 이날 <뉴스9>에서는 <막말, 표절 논란…자질 공방>이라는 리포트로 김 후보의 막말 논란을 전하면서 문 후보의 논문 표절을 뒤에 갖다 붙이는 식으로 보도했다. 제목은 ‘공방’ 이었지만 비중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김 후보에 대한 막말 논란은 7문장, 문 후보에 대한 논란은 3문장이었다.

이후 KBS 총선보도 뉴스는 김 후보의 막말 파문으로 뒤덮였다. 문 후보의 표절 논란을 다루지 않았던 KBS는 5, 6, 7, 8일 나흘 내내 김용민 후보의 사퇴 논란 보도를 이어갔다. 성 국장은 ‘유례를 찾기 힘든 편파 보도에 전형적인 물타기 보도’였다고 자사 뉴스에 대해 혹독한 평가를 내렸다.

KBS 출신인 김형태 새누리당 후보의 성추문 이슈도 총선 판을 뜨겁게 달궜지만 KBS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9일에서야 포항 KBS에서 기사가 나왔는데, 2줄짜리 단신이었다.

MBC본부 이재훈 민실위 간사도 MBC의 이번 총선보도에 대해 “이보다 더 편파적일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권에 불리한 내용은 누락하거나 뒤늦게 보도하고, 보도하더라도 정부여당의 해명이나 반론을 집중적으로 다뤄 균형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일례로 총선 기간 중인 지난달 20일 이영호 전 청와대 비서관이 자신이 사찰의 몸통이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당일 <뉴스데스크>에서는 다른 언론들과 달리 이 발언의 진실성에 의혹을 제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현 정부를 음해하기 위한 음모이자 정치공작”이라는 이 전 비서관의 주장만을 강조했다.

지난달 27일 언론들이 장진수 전 총리실 주무관이 “민간인 사찰 관련자들은 청와대가 직접 관리했고, 이 사실이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보고 됐다”고 일제히 보도했지만 <뉴스데스크>는 방송3사 메인뉴스 중 유일하게 대통령과 관련된 의혹을 전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MBC는 그 다음날 오전까지도 이 내용을 보도하지 않다가 정오뉴스에서야 3줄짜리 단신으로 짧게 언급하는데 그쳤다.

반면 야당에 불리한 보도는 신속하고 비중도 주요뉴스로 메인뉴스 앞머리를 장식했다. 김용민 후보의 막말 논란이 터지자 <뉴스데스크>는 4일부터 선거 전날인 10일까지 일 주일 동안 김 후보의 막말 논란을 다뤘다. MBC도 KBS와 마찬가지로 문대성 후보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다가 김 후보 막말 논란을 보도하면서 양적 균형을 맞추는 것처럼 끼워 넣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간사는 또 “군사정권 이래 가장 편파적인 총선 영상”이었다고 비판했다. 과거 군사정권에서 ‘여당은 사람들이 많이 모인 선거유세의 부감샷을 풀샷으로 쓰고 여당 후보는 항상 웃고 손을 흔들거나 악수하는 장면만 나와야 된다’거나 ‘야당 후보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곳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유세와 찡그린 표정을 써야 한다’는 보도지침이 부활한 것 같았다는 주장이다.

이 간사는 “박근혜 위원장은 항상 웃고 악수하고 손 흔들고 지지자로부터 꽃까지 받는 장면들이 자주 나온 반면, 한명숙 대표는 그냥 혼자 걸어가는 장면이나 악수를 하다 말고 빠져나가는 모습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 새누리당은 야외 선거유세 장면이 90%, 실내 기자회견 장면이 10%였던 반면 민주통합당 보도에서 유세영상은 56%에 불과했다. 나머지 44%는 실내 회의나 기자회견, 자료화면을 썼다. 또, 선거당일 개표방송에 쓰인 각 당 후보의 사진 역시 야당 후보들은 뭔가 찜찜한 표정들의 사진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YTN 임장혁 공추위원장은 YTN의 총선보도는 ‘물타기’로 압축된다고 밝혔다. 지난 1일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 기사가 대표적이다. YTN의 이날 기사 배치는 “지난 정부에서도 불법사찰 있었다”는 청와대 해명, “사찰 문건 정치적 이용 바람직하지 않다”는 총리실 입장, “어느 정권 할 것 없이 불법사찰”이 있었다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발언 순이었다.

맨 마지막에 민주당의 입장을 보도했지만 “참여정부 사찰 문건은 공직기강 보고자료”라는, 새누리당의 공세에 수세적으로 반박하는 모습의 리포트였다. 민주당이 현 정권의 불법사찰 사실을 규탄하는 내용은 반영조차 되지 않았다.

결국 방송3사의 총선보도 모니터를 종합하면 ①청와대나 여권에 의혹이 제기됐을 때는 보도하지 않는다. ②여권의 입장이 나오면 해명 위주로 보도한다. ③이후엔 사실여부 보다 양쪽의 공방으로 처리하는 방식으로 정치권 전반에 대한 염증을 일으킨다. ④반면 야권에서 문제가 터졌을 때에는 신속하고 비중 있게 다뤄 논란을 키운다는 공통적인 패턴이 발견된다는 분석이다.

임 위원장은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에 대해 “보도를 기획하고 지휘한 주체가 사실상 ‘언론’이 아닌 ‘정권’ 이었기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불법사찰의 산물들인 현 낙하산 사장들이 퇴진하고, 보도의 주체들이 공정성과 독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인사들로 채워지고, 낙하산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화가 실현되지 않는 한 선거보도가 편파, 불공정 보도였다는 비판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KBS노조 성재호 국장은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생각해보니 결국 그런 보도를 한 기자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며 “정치부 기자들과 MB특보 사장이 공동운명체가 돼 마치 전쟁을 치르는 것처럼 총선보도를 했다는 것이 오히려 이번 총선 편파 보도의 진짜 본질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성한 미디어스 편집국장은 “기자들의 윤리의식과 공정방송을 하려는 내부 세력의 견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은 총선”이었다며 “특히 수도권을 제외한 농어촌과 중장년층 이상에서의 KBS의 영향력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선거였다”고 촌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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