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는 아직도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겨울철 강제퇴거라는 비인도적 조치는 이번 겨울에도 이어지고 있으며 그 곳 마다 용산참사의 망루가 다시 설치되고 있다. 동작구 상도 4동 재개발구역은 현재 가장 용산과 가까운 곳이다.

서울시가 2007년 이 일대를 재개발구역으로 지정한 뒤 철거작업을 진행하면서 이곳 원주민들이 갈 곳을 잃었다. 결국 7차례에 걸친 강제철거 끝에 현재 30여 가구 만이 남아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상도 4동 구역의 강제철거는 이어지고 있다. 13일 용역업체가 빈집을 중심으로 16채의 주택을 강제 철거한데 이어 16일 철거 용역업체는 철거민들이 사용하고 있는 사무실 유리와 벽면을 망치로 부수며 퇴거할 것을 종용했다.

상도동에 거주하는 김영희씨는 16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공용으로 쓰고 있는 사무실 건물이 있는데 최근 학생들이 빈활을 오고 사람들도 여럿이 오가니 오늘 포크레인으로 구멍을 크게 내놨다”며 “전철연 식구들이 와서 보수를 해 놓았지만 다시 와서 구멍을 뚫어놓고 갔다”고 말했다.

김씨는 용산참사 당시 남편 천주석씨와 함께 전철연 소속으로 연대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망루에 올라갔던 천주석씨는 크게 부상당하고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하고 검찰에 의해 구속됐다.

김씨는 “현재 우리가 있는 지역에서는 사람이 살고 있는 5채의 건물만 남기고 모조리 구멍을 내놓은 상태”라며 “나는 하도 험한 일을 많이 봐서 무섭지 않지만, 이 추운 겨울에 갈 곳 없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에 강제철거를 계속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일산구 덕이동에 사는 김명자씨도 영하의 한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보도블록 한 켠에서 천막을 치고 살고 있다. 가구 공장을 운영하며 어렵지만 가족과 단란하게 살고 있던 김 씨는 재개발 소식을 모르고 땅 주인과 계약을 했다가 턱 없이 낮은 보상금을 제안 받고 이에 불복, 2009년부터 재개발 지역 한가운데 천막을 치고 살고 있다.

김명자씨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그동안 몇 번이나 죽음을 시도했다”며 “우리 아이들이 말리고 교회 목사님도, 목사님이 소개시켜준 전철연 동지들도 절대로 목숨을 해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용산 동지들이 생각이 난다”며 “동지들이 죽는 모습을 보고 너무 어이가 없었고 아이들에게도 이제 엄마는 해볼 것 다 해보겠다고 말했다”고 울먹였다.

김 씨는 “다들 합의해 나가고 이곳에는 우리만 남아있다”며 “벌금 낼 돈이 없어서 69일 동안 감옥도 다녀오고 악의적으로 모함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또한 “용역 깡패들은 ‘×××이 월세방이라도 줄라 그랬더니’라고 욕을 하는 등 인간으로 견딜 수 없는 모멸감까지 줬다”며 “이 나라는 철거민에게 여지없이 죄를 뒤집어씌운다. 이런 세상에 아이들을 놔둘 수 없다”고 말했다.

인천 도화동에서도 지난해 여름부터 철거작업이 시작되었다. 이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최영민씨(가명)는 “사람이 살고 있는 곳 주변 빈 집에 용역업체가 불을 지르고 창문을 깨서 사람을 못살게 만든다”며 “이를 못하게 말리면 주민들을 때리고 폭행하는 일이 잦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그냥 막막하다”며 “현 송영길 시장도 예전 용산참사 현장에 와서 우리와 대화를 나누었고 시장이 되면 철거민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하겠다고 했는데 현재 애로사항 청취도 안하고 있다”고 한숨지었다. 그는 “세입자나 힘없는 사람들은 강제로 이사 비용만 받고 나가는 수밖에 없고 남은 사람들도 집회하고 시위하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국 곳곳에서는 철거민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들은 대체로 세입자인 경우가 많아 개발이익은커녕 생존권 지키기에도 급급할 지경이다. 이들의 주거지를 철거하고 세운 뉴타운에는 원주민 정착률이 10~20%에 지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원주민들은 오랜 삶터를 떠나 시 외곽으로 떠돌이 생활을 시작한다.

경찰과 구청도 이들의 어려움에는 눈을 감고 있다. 오히려 용산참사처럼 공권력인 경찰특공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우도 잦다. 김영희씨는 “만약 용역이 우리 집에 오면 내가 몸으로 막아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경찰, 구청, 건설회사, 용역업체가 같은 팀이기 때문”이라고 성토했다.

전철연과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는 이 때문에 ‘강제퇴거금지법’ 제정을 요청하고 있다. 조희주 공동대표는 “용산 3주기는 추모 뿐 아니라 이 세상에 철거 없는 세상을 위해 강제퇴거금지법 제정을 촉구할 것”이라며 “2012년 노동자 민중 빈민들이 힘을 모아 자본에 맞서는 투쟁을 시작하는 각오로 용산 3주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추모기간인 18일 국회에서 정동영 민주통합당 의원과 함께 입법 발의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정동영 의원실 장형철 보좌관은 “현재 개발사업과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법률이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는데 강제퇴거 부분에 대해서는 하나의 종합된 법안이 필요하다”며 “거주민들이 일방적으로 쫓겨나고 재정착 등의 주거권이 법적으로 명확히 규제가 안 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법률로 명시하는 한편 강제 퇴거 사전 고지부터 진행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금지사항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용산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이 퇴거이후 생존과 생활이 보장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아무 방비 없이 무리한 강제퇴거 조치를 실시했다는 점”이라며 “이런 일이 용산 뿐 아니라 두리반, 명동 등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고 그 모든 것이 제2, 제3의 용산참사를 예정하고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 큰 논란거리는 경찰과 정부에 의한 여론조작이었다. 1월 28일 오전 경찰청은 해당 사건과 관련된 여론 조사에 참여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광주경찰청은 산하 경찰서 직원들에게 ‘용산 사건 관련 인터넷 여론조사 적극 참여 요망’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2009년 2월에는 청와대 이성호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이 경찰청 홍보담당관에게 용산 참사를 무마시키기 위해 경기 서남부 지역 연쇄 살인 사건을 적극 활용하라는 이메일을 보내 문제가 됐지만 청와대는 관계자를 문책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 용산참사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망루 위에서 부친을 잃고 그 자신도 병원에 있다가 구속된 이충연 철거민대책위원장은 아직도 감옥에서 시린 겨울을 보내고 있다. 반면, 과잉진압 논란을 빚었던 김석기 전 경찰청장 내정자는 오사카 총 영사관으로 ‘영전’ 됐다가 최근에는 경북 경주에서 한나라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에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철거민에게 중형을 확정 판결한 양승태 판사는 대법원장에 임명됐다.

더구나 법무부는 올해 설을 앞두고 일반 형사범 955명에게 특별사면·감형·복권을 단행했지만 용산참사와 관련해 구속된 철거민들은 사면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들의 범죄가 중대하다는 것이 법무부의 설명이다. 이 같은 상황 속 지난 15일 용산 남일당 건물 앞에서 열린 ‘용산참사 3주기 추모주간 선포식’에서는 현실을 개탄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망루위에서 목숨을 잃은 이상림 씨의 처 전재숙씨는 “구속돼야 할 사람은 떳떳하게 세상 호의호식하고 살아가는데, 없는 철거민들은 차디찬 감방에서 중형을 받고 살아야 하는지 알 수 없다”고 절규했고 용산참사 3주기 추모 준비위는 “신년 특별사면은 개발사업의 피해자들을 여전히 가둬둔 채, 개발 비리를 저지른 건설자본에만 특혜를 준 꼴”이라고 비판했다.

추모 준비위는 용산참사 3주기를 앞두고 15일부터 추모기간을 선포하고 추모상영회와 토론회, 북콘서트 등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도시개발의 피해자이자 참사에서 가까스로 생존한 구속 철거민들에 대한 즉각적인 석방을 다시금 강력히 촉구한다”며 “제2, 제3의 용산참사 재발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강제퇴거금지법’의 제정을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2012년의 정치변혁은 용산 문제의 해결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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