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이 조선, 중앙, 동아, 매일경제 등 보수신문들이 운영하는 종합 편성채널(이하 종편)이 방송광고판매대행사인 미디어렙을 거치지 않고 앞으로 2년간 직접 광고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미디어렙 법안 처리를 여당인 한나라당과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참으로 한심하고 어처구니 없는 처사다. 여태껏 날치기로 처리된 미디어법에 대해 강력한 반대 입장을 펼치며 종편의 저지를 외치던 민주당이 갑자기 입장을 바꿔 종편에 일방적인 특혜를 주는 한나라당의 방침을 대부분 수용하며 미디어렙 법안 처리에 졸속으로 합의한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종편은 태생부터 현 정부의 보은으로 갖가지 특혜를 받아 논란이 됐다. 정부와 여당은 선진국에서도 여론 독과점을 우려해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금지하고 있는 것에는 아랑곳 없이 우리나라 신문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보수 언론사들에게 방송사를 허가해 주기 위해 온갖 반대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날치기로 미디어 법안을 통과시켰다. 더 나아가 종편이 성공적으로 방송시장에 안착 하도록 도와주기 위해 지상파 방송과 달리 주로 시사, 코미디, 드라마, 여행 등 전문분야별로 특성화된 채널로 운영되는 케이블 방송에 전혀 듣도 보도 못한 종합편성 채널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을 제작, 방송할 수 있게 허가해 지상파 방송사와 같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었다. 뿐만 아니라, 채널 배정에서도 지상파 방송의 채널과 인접한 채널 번호를 배당해 주어 지상파와 같은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기틀까지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방송광고 영업도 미디어렙의 규제없이 자유로이 할 수 있도록 허가해 주기 위해 종편이 광고영업을 미디어렙에 의무적으로 위탁하는 것을 2년 동안 유예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만약 이대로 법안이 통과가 된다면 앞으로 2년 동안 종편은 합법이라는 미명 아래 약탈적인 광고영업을 직접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개국과 동시에 신문사라는 힘을 이용해 기업들에게 자신들이 운영하는 종편에 광고를 하도록 무언의 압력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종편의 광고영업을 미디어렙에 의무적으로 위탁하는 것을 2년동안 유예하면 종편들의 약탈적인 광고영업이 더 활개를 치게 될 것이고, 이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보수 신문사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기업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해 방송 광고시장이 혼탁해 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유예기간이 끝나는 2년후도 문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합의한 미디어렙 법안을 보면 종편의 자유 방송광고 영업 유예기간이 끝나는 2년 후, 이들 종편의 방송광고 판매를 위탁 판매하게 될 민영 미디어렙 지분의 40%까지 한 개의 방송사가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어 사실상 종편들이 2년후 자사 미디어렙을 설립해 운영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고 있다. 결국 2년의 유예기간이 끝난후 종편들이 자사 민영 미디어렙을 설립해 운영하게 되면 종편들이 아무런 구속 없이 자유롭게 광고영업을 하는 것과 전혀 다를 바가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마치 2년 후에는 종편들이 민영 미디어렙에 속하게 되어 광고영업의 규제를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재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합의한 법안을 근거로 하면 이는 눈속임에 불과할 따름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종편들은 2년 후나 지금이나 동일한 조건하에서 광고영업의 특혜를 누리게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번 미디어렙 법안은 종편에게 주어지는 또 다른 특혜 법안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처럼 종편에 일방적인 특혜만 주는 민영 미디어렙 법안을 민주당이 졸속으로라도 처리하려 하는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민주당 결정에 환영의 뜻을 표한 언론노조는 이번 여야 합의로 “MBC와 SBS의 자사 민영 미디어렙 추진에 제동이 걸렸고, 종편이 2년후 민영 미디어렙에 위탁되는 것을 정당하다는 사회적 확인을 받기 위해서” 라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지적했듯이 종편이 자유 광고영업 유예기간 2년이 지난 후 광고영업을 민영 미디어렙에 위탁을 하게 되더라도 신생 민영 미디어렙의 지분을 종편이 40%까지 소유하게 되면, 이는 결국 형식적으로는 종편이 광고영업을 민영 미디어렙에 위탁 판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자사가 소유하고 있는 민영 미디어렙을 통해 광고판매를 대행하게 되므로 자유 방송광고 판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즉 눈 가리고 아웅하는 짓이다.                               

결국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합의한 민영 미디어렙 법안은 MBC의 직접광고 영업을 막는 것이 주 임무이다. MBC의 직접 광고영업을 막기 위해 종편에게 또 다른 특혜를 주는 이러한 무책임한 태도는 즉시 시정되어야 한다. 시간에 쫓겨 졸속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것이 아니라 여론의 다양성과 방송의 공정성, 그리고 공영성이 확보되는 제대로 된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종편이 온갖 특혜를 통해 방송 시장 지배력을 확장하게 되면 이는 여론의 다양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뿐만 아니라 결국 부메랑이 되어 야당인 민주당을 공격하는 도구로 사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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