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시끄럽다.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디도스 공격으로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가 마비된 사건에, 모 방송인의 사생활 유포 동영상까지 터졌다. 여기에 국회를 통과한 한미 FTA와 관련된 법조계의 SNS 공방까지 겹치면서 인터넷 토론방과 댓글 게시판이 시끄럽다. 물론 여러 사건들이 아직 조사 중에 있고 민감하기 때문에 섣불리 결론을 내리기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복잡한 세 가지 사건의 본질

필자는 이번 사건들을 보면서 현재 인터넷의 복잡한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여러 생각이 든다. 이 사건들은 하나같이 세상을 발칵 뒤집을 정도로 놀라운 사건들이다. 또 인터넷 문화의 여러 복잡한 단상을 보는 것 같아 착잡한 기분도 든다.

먼저, 선관위의 디도스 공격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그야말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린 사건이다. 선거일에 소수의 사람이 국가기관 그것도 가장 공정하고 중립적인 선관위를 공격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많은 이들이 우려하고 있듯이 이 일은 민주주의의 가치와 관련된 중요 범죄다. 이는 인터넷을 넘어서는 것이며 반드시 진상규명과 엄중처벌이 필요하다.

 

또 사생활 침해 역시 심각한 범죄행위다. 그것이 어떤 목적에서건 다른 사람에게 이중, 삼중의 피해를 입힐 수있다는 점에서 자중해야할 일이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나중에 알려지겠지만 그 이전에 네티즌들은 섣부른 판단으로 타인에게 악의적인 피해와 상처를 주는 것은 삼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 성숙한 인터넷 문화를 만드는데 초석이 될 것이다.

한미 FTA와 관련한 공방은 다른 문제다. 그것은 오히려 정치적 의사표현 자유의 영역이고, 발언자의 처신을 문제 삼는 것은 올바르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사회적으로 알려진 지식인이나 공인들은 정치문제에 입을 닫아야 한다는 말인가. 사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의 왜곡된 정치의식의 반영이다. 찬성과 반대를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다원주의에 기치를 둔 민주주의다. ‘반대하는 사람은 나쁘고 찬성하는 사람은 좋고’라는 이분법의 문제가 아니란 것이다. 오히려 인터넷 공간이 다양한 의견을 모아내는 여론의 용광로 역할을 해 줌으로써 물리적 충돌이 아닌 논리와 상식의 다툼이 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인터넷 규제,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인터넷 공간은 다양한 현실의 반영이다. 그런 만큼 인터넷은 현실 공간에서 나타날 수 있는 모든 일이 그대로 드러나게 마련이다. 때문에 사용자들은 인터넷의 생리에 대한 많은 이해가 필요하다. 필자가 두려워하는 것은 자칫 이번 일로 인해 ‘섣불리 또 다시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아닌가’다. 과거 우리 정부는 이런 사건이 있을 때마다 재발 방지라는 명목으로 오히려 규제를 강화했다. 이미 <국경없는 기자회>에서 인터넷 감시국으로 낙인이 찍힌 마당에 몇몇 사건으로 인해 또 다른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인터넷은 아직도 진화하고 있는 생태계다. 때문에 인터넷 진화의 법칙과 자유스러운 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 등을 보호할 수 있는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서는 극단적인 자유주의자에서 규제주의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중요한 것은 이를 조율하고 적절하게 완충시킬 수 있는 사회적 합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 시점에서 고민해야 할 부분은 섣부른 대응보다는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인터넷의 규제와 표현의 자유, 그리고 불법, 유해정보의 기준 등을 논의할 틀이 필요하다. 이것이 선행되어야 인터넷에서의 불법, 유해정보를 차단하고 건강한 인터넷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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