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 4사는 정부의 종편정책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해왔다. 하지만 채널협상 과정만 보더라도 종편 정책에 상당한 문제점을 노출했다는 평가다. 채널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지난 9월이다.

JTBC, TV조선, 채널A, MBN 등 종편 4사는 개별적으로 채널협상을 해온 관례를 무시하고 한국종합편성채널협의회(종편협의회)를 구성해 공동협상에 나섰다. 이 때만 하더라도 종편들의 기세가 높았다. 당장 종편과 채널협상을 해야하는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사이에서는 ‘종편들이 세를 과시해 협상을 유리하게 끌어가려 한다’는 볼멘소리들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협상과정은 정반대였다. 9월을 넘기고 11월까지도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12월1일을 개국일로 못박은 종편사들의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종편 내부에서 ‘MSO들이 갑이고 우리가 을이다’라는 얘기들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MSO들이 이 정도로 권력인줄 몰랐다’는 한탄까지 터져나왔다.

이는 지난 11월 14일 강대관 SO협의회장의 기자회견으로 정점을 찍었다.

강 회장은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종편이 ‘채널 연번제’는 할 수가 없구나‘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했다”고 밝혔다. 종편협의회 구도가 깨지고 개별협상으로 전환됐음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종편으로서는 굴욕적인 자리였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채널협상은 진전되지 않았다. 방송업계에서는 종편이 안정적으로 방송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5일 전에는 채널을 확정해야 한다는 마지노선을 제시했다. 하지만 종편과 MSO 협상단은 개국 1주일 전까지도 채널을 확정짓지 못했다. 종편으로서는 벼랑 끝까지 내몰린 셈이었다.

 

개별협상 과정에서 종편사들이 보여준 모습도 혼란 그 자체였다. 특정 종편이 협상에서 상당부분 이익을 양보하면서 앞 번호를 확보하려고 할 때마다 다른 종편사들이 MSO들에게 어깃장을 놓아 번번히 협상타결이 무산됐다는 후문이다. 한 종편채널 관계자는 “낮은 채널번호를 놓고 입장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제비뽑기로 채널을 결정하자는 황당한 얘기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지난 24일에는 채널번호를 놓고 종편사업자 사이에서 ‘담합으로 고발하겠다’는 격앙된 소리까지 터져나왔다. 조중동 종편인 TV조선, JTBC, 채널A 3사가 채널번호를 임의로 합의하고 MBN에는 가장 끝 번호를 가져가라고 하자 감정이 폭발한 것이다.

결국 협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고 주말을 넘긴 29일에서야 윤곽이 드러났다. 종편 개국을 2일 남겨둔 시점이었다.

MSO 관계자는 채널협상과 관련해 “종편들이 기존 신문의 영향력을 내세워 채널협상을 밀어붙이고 만날 때마다 방통위 얘기를 꺼내면서 압박했다”며 “하지만 채널배정은 그렇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협상이 늦어진 탓을 종편 쪽에 돌린 것이다.

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의 최시중 위원장은 여러차례 사업자간 채널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방통위 또한 채널협상도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MSO들에게 종편개국으로 채널이 변경된다는 것을 가입자들에게 고지하도록 개입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반면, 종편 관계자들은 “MSO가 이권을 하나도 양보하지 않았다. 방통위도 수수방관만 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어느 누구도 만족스럽지 않은 채널협상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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