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이 매각 수순을 밟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5883억원. 정부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알짜배기 공기업을 매각해야 할 이유가 뭘까. 자본금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경영 실적이 안 좋은 것도 아니다. 공항 사용료도 외국 공항의 70% 수준으로 저렴하고 서비스나 시설이나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공항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인천공항 민영화를 강력하게 밀어 붙여왔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인천공항공사의 주식 20%를 우선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과거 포스코와 한국전력 등의 민영화처럼 국민주 공모 방식을 채택해 소득 하위 40%, 월 평균 소득 244만9800원 이하 국민들에게 공모 참여 자격을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4천억원을 인천공항공사 지분 매각 대금으로 잡아놓은 상태다.

   
정부는 인천공항 지분 20%를 저소득 계층에게 국민주 공모 형태로 매각하겠다는 방침인데 이는 반발 여론을 불식시키기 위한 ‘꼼수’일 뿐 이명박 대통령의 조카가 관여했던 맥쿼리자산운용에 매각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에는 인천공항의 지분 매각을 허용하는 인천공항공사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지만 여야의 의견 대립으로 쉽게 통과될 가능성은 낮다. 법 개정 없이는 지분 매각이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정부는 신주 발행 등의 편법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인천공항 지분 매각은 서두르는 게 아니고 너무 늦어졌다”면서 “국민주 매각방식에 집착하거나 그것이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인천공항 매각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크지 않다. 박 장관의 발언을 단순 인용 보도한 언론이 몇 군데 있을 뿐 아예 관련 기사를 내보내지 않거나 일부 경제지들은 인천공항 매각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벌써부터 인천공항 주식의 투자 가치를 따지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보수 성향 신문들은 박 장관의 해명에 초점을 맞추는 기사가 많다. 이들 신문들은 정작 편법 매각 의혹이나 매각 이후 부작용 우려 등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일부 언론이 호들갑을 떠는 것처럼 국민주 매각이라는 포장에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된다. 지금은 100% 대주주인 정부가 배당을 챙기지만 민영화 이후에는 주주들이 챙기게 된다. 정부는 저소득 계층에게 재테크 기회가 될 것처럼 홍보하고 있지만 결국 그만큼 세수가 줄어들게 된다. 이윤을 늘리려면 공항 사용료를 올리거나 구조조정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서비스의 질적 저하도 우려된다.

해외 매각 의혹도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조카 이지형씨가 대표로 재직했던 맥쿼리자산운용이 인천공항 인수에 의욕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정부는 51%의 지분을 정부 소유로 남겨둘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소수 지분만으로도 경영에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무슨 일이 있어도 투기적 목적의 사모펀드에 지분을 넘겨서는 안 된다는 비판도 많다.

한국전력이나, KT, 포스코, 한국가스공사 등 공기업 민영화가 남긴 교훈을 떠올릴 필요도 있다. 국민의 혈세로 만든 인프라를 시장에 내다 팔면 그 독점적 이익은 주주들이 챙긴다. 수익성 극대화 논리에 매몰돼 공공성은 뒷전이고 배당을 늘리는 데 혈안이 되기 마련이다. 외국인 주주들이 절대 지분을 확보할 경우 국부 유출도 우려된다. 인천공항 민영화는 끔찍한 재앙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언론은 거간꾼 노릇을 할 것인가.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