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화성인 바이러스'가 또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18일 방송되었던 ‘신생아녀’편의 출연자인 박겨레씨가 쇼핑몰을 운영중이라는 사실과 함께 과거 인터넷 방송의 BJ 경력을 거론하는 글이 인터넷에 올라오며 ‘남자친구 없이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했던 사람이 어찌 쇼핑몰을 운영할 수 있느냐’ 등의 논란이 제기된 것이다.

제작진은 곧바로 “출연자와 방송 제작 전 5번 이상의 미팅을 가지며 충분히 검증했고 조작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은 여전히 조작에 무게를 둔 글을 남기며 ‘조작’ ‘홍보’ 논란이 있었던 과거 출연자 사례까지 거론하는 등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화성인 바이러스'에 18일 출연해 조작 논란을 불러왔던 '신생아녀'
 
사실 <화성인 바이러스>는 이전에도 여러 번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주변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특이한 사례의 일반인을 출연 대상으로 하다보니 ‘실제 저런 사람이 있을 수 있겠느냐’ 라는 의혹의 시선은 물론, 출연자가 알고 보니 연예인 지망생, 쇼핑몰 운영자 등으로 밝혀지며 홍보의 수단으로 방송을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 또한 있어왔다.

하지만 그때마다 제작진은 “출연자의 이력을 알고도 선택했다”며  <화성인 바이러스>는 특이한 삶의 방식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궁금증을 풀려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삶의 방식이 특이한 사람은 직업과 무관하게 출연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하지만 네티즌의 지적대로 에로배우를 ‘노출녀’로 피부관리실 원장을 ‘아우라 피부녀’ 등으로 출연시켰고 다수의 출연자가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 중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마케팅용 방송이 아니냐는 지적 또한 공감할 여지가 적지 않다.

이런 일련의 사례를 ‘조작’이라고 몰아붙이긴 과도한 면이 있지만 이런 사례가 계속 쌓일 때 마다 ‘남과 다른 삶의 방식으로 눈총을 받아왔던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본다’는 <화성인 바이러스>의 진정성은 흔들릴 수 밖에 없다. 또 이러한 조작 논란은 ‘화제’에만 집중해 00녀 등의 논란을 양산해온 프로그램의 최근 방향과도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한 방송작가는 “처음의 화성인 바이러스가 ‘십덕후’나 비만녀 등 사회에서 무시당했던 사람들의 얘기에 귀기울인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요즘은 '노이즈 마케팅'에 집중하는 느낌이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그동안 <화성인 바이러스>는 기인을 조명해왔던 천편일률적인 방송 프로그램에서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SBS <세상에 이런일이> 류의 프로그램이 기인을 꼭 마지막에 '00씨, 그럼 건강에 나빠요. 앞으로 조금만 하시기예요' 라는 성우의 나레이션과 함께 출연자 ‘갱생’의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면 <화성인 바이러스>는 그런 기인에게 ‘왜 이런 삶의 방식을 택했는지’ 물어보고 귀 기울이는 쪽이었다.

   
'화성인 바이러스'에서 미소녀 게임 캐릭터인 페이트와 결혼했다고 밝혀 화제가 되었던 '십덕후' 출연자.
 
MC 3인방인 이경규, 김구라, 김성주는 공감하기 어려운 삶의 방식을 가진 출연자를 윽박지르기 보다는 진실로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는 자세로 방송에 임했다. 그 과정에서 나오는 '인생 선배'의 진심어린 충고는 방송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충분했다.  미소녀 게임 캐릭터인 ‘페이트’와 결혼했고 오타쿠 보다 심한 ‘십덕후’라는 별명을 얻었던 출연자의 '사랑' 이야기를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듣는 이경규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신선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화성인 바이러스>는 젊고도 아름다운 외모의 여성이 논란이 될 만한 이야기를 들고 나오는 빈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최근 'SNS 빈대녀'로 방송에 나온 출연자는 3시 세끼를 모두 스마트폰의 SNS를 통해 ‘빈대’ 붙어 해결한다는 삶의 방식을 공개해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화성인 바이러스'의 SNS 빈대녀.
 
SNS로 남자들을 섭외해 밥과 술 선물 등을 얻어내는 출연자의 삶의 방식은 독특하다기보다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 충분했다. 실제로  'SNS 빈대녀'는 방송 후 많은 비난과 논란에 휩싸였고 그 와중에 '제작진이 시키는대로 방송에 임했을 뿐 진짜 모습이 아니다'라는 해명을 했다가 번복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제작진도 뻔히 예상되는 비판을 몰랐을 리 없다. 화제성에 집중해 초심을 잃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지난 8월까지 <화성인 바이러스>의 연출을 담당했던 이근찬 PD는 월간지 ‘레이디경향’ 인터뷰에서 출연자 섭외 방법에 대해 “그들(출연자)의 잘 씻지 않고, 망상에 빠져 있고, 쓰레기를 쌓아두고 사는 등의 행동은 범죄가 아니다. ‘틀렸다’가 아니고 ‘다르다’는 것뿐이다. 그런 부분을 이야기하면서 설득한다. 당신이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다른 사람들에게 욕을 먹고, 지탄을 받으며 답답하게 살아야 하느냐고. 오히려 프로그램을 통해 시원하게 공개해서 숨지 말고 떳떳하게 살라고 하기도 한다” 라는 말로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에둘러 설명했다.

남들과 다른 삶의 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틀렸다’ 라는 선입견을 해체해왔던 <화성인 바이러스>의 나아갈 바는 이렇듯 제작진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일회성의 화제에 집착하지 말고 세상의 시선에 움츠려 들었던 진짜 '화성인'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해주길. "왜 그렇게 살아요?"라는 비아냥이 아닌 진심어린 궁금증으로 출연자를 대하던 이경규의 눈빛을 다시 볼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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