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인화특수학교 청각장애아동 성폭력 사건이 불거질 당시 광주지역 언론이 이를 제대로 다루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미디어오늘이 각 지역 유력지 사이트와 포털사이트를 통해 기사를 분석한 결과 지역 언론들은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원회 주장을 단신으로 처리하거나 가해자에게 계란을 던진 학생들을 비판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일부 지역언론은 심지어 MBC < PD수첩 >과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인 한겨레보다도 관심과 기사량에서 뒤쳐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결과 광주지역 주요 일간지에서 해당 사건을 본격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한 것은 사건 발생 1년이 지난 2006년 5월이 지나서였다. 광주일보, 전남일보 등의 기사를 검색한 결과 광주일보는 그해 5월16일자 8면에 <‘스승의 날’ 스승의 반성>이란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고, 전남일보는 두달 뒤인 7월6일 6면 <장애인 성폭력 엄벌을>이란 제목의 사진기사를 통해 관련사실을 알렸다.

광주지역 언론은 이후 기사들에서도 인화학교를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다. 2006년 첫 보도 이후 2011년 9월 영화 <도가니>로 인해 전국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기까지 6년간의 기사를 살펴보면 광주일보가 보도한 인화학교 사건 관련기사는 35건, 전남일보는 45건, 광주매일은 52건으로 사건의 심각성과 지속성에 비춰볼 때 매우 적은 양이다. 기사내용 역시 단순히 법원판결이나 시민단체의 시위현장이 있을 때 이를 전하는 단신기사가 대부분이었다. 

   
 
 
대책위가 구성되고 광산구청 앞 농성이 벌어졌던 2006년 5월부터 2007년 6월5일 MBC < PD수첩 > 방영 전까지 1년간 광주일보, 전남일보, 광주매일의 기사는 각각 13건, 11건, 23건에 불과했다. 이는 같은 기간 해당 사건 취재에 적극적이었던 지역 무가일간지 광주드림이 51건을 다룬 것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수치다.

내용적 측면에서도 지역의 유력일간지들의 기사는 주로 관공서 조치에 집중됐고, 인화학교학생들이 교장에게 밀가루를 투척한 사건의 배경은 전하지 않으면서 <학생들에 감금당한 교장>(광주일보), <교권 땅과 1cm, 장애학생들 교장 감금>(전남일보)이라는 제목으로 크게 부각시키는 태도를 보였다.

특히 인화학교 사건에 대한 광주지역 언론의 무관심은 2006년 7월13일 있었던 법원의 1심 판결을 지면에 보도하지 않은 것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한겨레는 2006년 7월14일자 기사 <광주인화학교 ‘장애학생 성폭행’ 축소·은폐>에서 성폭행 가해자인 김 모 행정실장에게 검찰은 7년 구형을 요청했지만 광주고법이 징역 1년을 선고한 것을 전하며 이를 두고 비판이 일고 있음을 보도했다. 반면, 광주일보를 비롯한 지역 언론은 온라인 기사로는 이를 다뤘지만 지면기사에는 반영하지 않았다.

< PD수첩 > 방영 이후에도 지역언론은 인화학교 사건을 크게 다루지 않았다. 방영 후 한달간 광주일보, 전남일보, 광주매일은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 활동을 간단하게 전하는 기사를 각각 2건, 1건, 3건을 실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같은 기간 광주드림은 11건의 기사를 실었고 이 중에는 인화학교 학생들이 교장에 밀가루를 투척한 사건의 이유를 다루는 심층기사도 있었다. 

   
광주인화학교의 교사 교장에 의한 장애인 학생 성폭력을 다룬 영화 '도가니'의 포스터.
 
< PD수첩 > 방영부터 영화 <도가니>가 개봉한 올해 9월22일까지 4년의 기사를 분석해도 광주일보, 전남일보, 광주매일은 각각 22건, 34건, 29건의 기사에 그쳤다. 이 기간 중에는 두 번에 걸친 법원의 공판이 있었지만 여전히 심층보도는 보이지 않았다. 같은 기간 광주드림은 89건의 관련기사를 실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다만 전남일보는 공판이 있기 전인 2007년 3번에 걸친 기획기사와, 칼럼, 취재수첩을 지면기사에 대대적으로 보도해 자존심을 지켰다.

지역언론들은 법원이 지난 2008년 8월 항소심 판결에서 1심 판결을 뒤집어 가해자에게 2년 6개월 징역 및 3년 집행유예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을 때에도 이를 크게 다루지 않았다. 광주일보와 광주매일은 법원판결을 스트레이트로 1건씩 다뤘고, 전남일보는 법원판결과 그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법원의 ‘집행유예 판결’이 논란이 되었음을 알리는데 그쳤다. 이는 당시 전국일간지인 한겨레가 3건(법원판결, 항의시위, 국감)의 기사를 내보낸 것보다 적은 숫자다.

이 같은 언론의 무관심에 광주지역 시민단체들은 ‘아쉬움’을 넘어 ‘분노’를 드러냈다. 광주 민주언론시민연합 신성진 상임대표는 “당시 공분의 여론이 있었음에도 지역의 일간지들은 단편적인 보도에 머물렀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기자회견을 보도할 뿐 적극적인 취재활동이 없었고 대책위가 오랫동안 싸워왔음에도 초기에만 잠시 집중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지역언론 일부는 사건이 진행되면서 대책위가 지나치다는 식의 분위기로 몰아갔다”면서 “언론에서 가십거리로 다뤄지면서 대중의 관심도 점차 멀어졌다”고 말했다.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에서 활동한 허정순 광주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소장도 당시의 언론보도에 ‘섭섭함’을 드러냈다. 허 소장은 “(당시 언론은) 인화학교에 항의하며 천막농성을 벌일 때는 관심이 없었다”며 “그때 만약에 대대적으로 보도도 하고 심각하게 알릴 수 있었다면 피해자들의 고통을 더 빨리 덜어줬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화학교 사건을 밀착 취재해 온 광주드림의 황해윤 기자는 “당시 지역일간지 기사들이 단편적이었던 것 같다”고 기억했다. 황 기자는 “< PD수첩 >이 주도해 사건이 전국적으로 알려지는 등 지역 언론 본연의 역할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전국적 이슈가 되니까 지역언론들이 뒤따라 가는 형태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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