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xtng: the gr8 db8’.

원래대로 풀이하자면 ‘Texting: the great debate’라 할 수 있는 이 책의 원제에 대해 당신은 어떤 생각이 드는지. 이 밖에도 ‘OMG(Oh My God)’ ‘IDK(I don't know)’ 등은 또 어떠한지. 약어가 넘치는 문자메시지 현상을 ‘우리의 어휘를 파괴하는 언어 파괴자’라고 여기고 있는 당신이라면, 이 책은 상당히 논쟁적일 수 있다.

저자 데이비드 크리스털은 문자메시지가 정상적인 언어생활을 해치는 ‘나쁜 것’이라는 오해가 당신의 큰 착각일 수 있음을 지적한다. 그렇다고 단순히 흥미위주의 주장만 늘어놓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영국의 한 저명한 언어학자가 오랫동안  연구한 끝에 내놓은 결과보고서다.

   
 
 
저자는 문자메시지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이 매우 다양하다며, 독특한 그래픽 스타일, 다수의 약어, 언어의 일탈 등을 예로 들었다. 특히 대중들은 규범을 무시하는 젊은 세대가 사용한다고 여긴 나머지 문자메시지가 ‘문해능력’을 감퇴시킬 것을 우려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문제의식이 ‘기우’라고 잘라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사실 문자메시지에 사용되는 약어는 고대영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최근 언어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약어를 더 많이 사용하는 아이들이 읽기와 단어 시험에서 더 높은 점수를 취득하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철자법과 글쓰기에 익숙한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약어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쯤 되면 문자메시지에 대한 편견을 걷고 다시 봐야 하지 않을까? 저자는 인간은 오래전부터 수수께끼, 십자말풀이, 스크래블, 우스꽝스런 발음 흉내내기를 즐겨왔다고 말하며, 지금의 문자메시지 문화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자메시지가 놀이로 쓰인 예도 곁들였다. 2003년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문자메시지로 시를 쓰는 대회를 최초로 주최하기도 했으며, 2007년 네덜란드재단은 우정, 유희, 독설과 풍자 등을 주제로 ‘De Golden Duim(황금 엄지손가락)’이라는 문학상을 만들기도 했다.

저자는 최근들어 학생들의 글쓰기 실력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꼭 문자메시지 탓은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어떤 형식의 글쓰기든 쓰는 연습은 도움이 되며 언어능력 발달에 도움을 준다. 또한 문자메시지의 언어는 과거에 출현했던 혁신적인 형태의 문자언어와도 별 다를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타자기와 전보가 케케묵은 의사소통 방식이 되었듯, 문자메시지도 언젠간 새로운 수단으로 대체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젊은 세대에 의해 창조되고 발전되어온 문자메시지 문화가 쉽사리 사그라질 것 같지도 않다. 오히려 문자메시지를 통한 의사소통은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다. 어느 언어학자의 고민에 귀 기울여 봄직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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