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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기사에 3천만원? '스폰서 기자' 의혹 신재민 전 차관은…
홍보기사에 3천만원? '스폰서 기자' 의혹 신재민 전 차관은…
"능력은 있지만 게으르고 권력지향적"… 특파원 3년 못채우고 '소환'당해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한국일보에 재직할 당시 이국철 SLS그룹 회장으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한국일보 기자들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기자들은 신 전 차관이 정계에 진출한 뒤 ‘친정’인 한국일보를 챙겨준 적도 없는데, 금품수수 의혹이 터지면서 회사 이름이 오르내려 골치만 아프다는 반응이다.

한국일보 편집국의 한 기자는 “이국철 회장이 홍보기사를 써 준 답례로 거액을 줬다는 그 시기에 관련 기사가 나간 적이 없다는 걸 확인하긴 했지만,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회사 이름이 자꾸 오르내려 망신을 당했다”며 “신 전 차관으로부터 도움을 받은 것도 전혀 없는데, 해명하고 뒤처리하느라 우리만 고생”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런 반응의 배경엔 신 전 차관이 선․후배 기자들로부터 평소 후한 점수를 받지 못해 왔다는 점도 깔려 있다. 신 전 차관과 함께 일해 본 경험이 있는 기자들은 대체로 신 전 차관에 대해 “능력은 있지만 게으르고, 권력 지향적”이라고 평가한다.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신 전 차관과 같은 부서에서 일했던 한 기자는 “지면 제작 업무보다는 사람들을 만나러 밖으로 돌아다니는 일이 더 많았다”며 “워낙 발이 넓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다 보니 정보력도 있고 판단력도 있었지만, 게으른 데다 권력 지향형이라 후배들로부터 신망을 얻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특히 신 전 차관이 ‘윗사람’은 깍듯하게 모시지만, 대부분의 후배들에게는 그리 살갑지 못했던 것도 기자들에게는 섭섭함으로 남아있다. 한 기자는 “어느 날 한 후배가 신 전 차관에게 ‘선배는 왜 윗사람들만 챙기느냐’고 따졌더니, ‘아랫사람한테 잘해서 출세한 사람 봤느냐’고 했다는 말이 기자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회자됐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파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본사로 ‘소환’된 사례도 유명하다. 1983년 한국일보에 입사한 신 전 차관은 1997년 2월 워싱턴 특파원으로 발령받았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인연도 이 때 맺었다. 이 대통령은 98~99년 조지워싱턴대에 객원연구원으로 있으면서 여러 인사와 교류했는데, 신 전 차관을 비롯해 이때 만난 사람들 상당수를 요직에 중용해 왔다.

신 전 차관은 워싱턴 특파원으로 발령난 지 2년 6개월 만인 99년 8월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일보의 한 간부는 “당시 기사를 제대로 쓰지 않고, 정보보고도 않는 등 특파원 생활을 불성실하게 해 사내에서 말이 많았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특파원 임기는 관행상 3년인데, 회사가 2년 6개월만에 신 전 차관을 불러들였다”고 말했다.

   
9월23일자 한국일보 2면
 
신 전 차관은 2004년 2월 한국일보를 그만뒀다. 정치부장에서 정치담당 부국장으로 승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다. 한국일보의 한 기자는 “승진 인사이긴 했지만, 사실상 정치부장 자리에서 밀려난 ‘경질성’이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라며 “내부에서는 신 전 차관이 갑자기 사표를 내고 조선일보로 가겠다고 한 가장 큰 이유가 인사 불만이었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신 전 차관은 같은해 4월 조선일보로 자리를 옮겨 탐사보도팀을 맡았다. 이 즈음 신 전 차관은 한국일보에서 법조를 맡았던 후배 기자들을 여럿 조선일보로 불러들이기도 했는데, 기자들의 ‘탈출 러시’에 한국일보는 조선일보 쪽에 자사 기자에 대한 스카우트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신 전 차관은 탐사보도팀장을 맡은 지 8개월여 만인 2005년 1월, 출판국 주간조선 편집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조선일보는 2006년 11월, 신 전 차관이 이명박 대통령 후보 캠프 공보특보로 가기로 했다는 보고를 받은 뒤 신 전 차관을 출판국 부국장으로 발령, 일선 제작 현장에서 물러나게 했다.

기자들 가운데는 신 전 차관이 예전부터 이국철 회장과 ‘친분’이 있었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한 기자는 “신 전 차관이 한국일보에 있을 때부터 이 회장과 친분이 있는 사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며 “하지만 이 회장이 신 전 차관의 ‘스폰서’였는지 여부는 알지 못하고, 당사자들 외에는 알 수도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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