탭의 전쟁, 새로운 음악 인터페이스의 시대

삼성이 야심차게 내어 놓은 태블릿PC가 해외에서 고전중이라는 소식이 연일 전해진다. 요즘 독일에서 열리고 있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2011에서도 삼성의 수모는 계속 되었는데, 이미 전시되었던 갤럭시탭 제품들이 전시장에서 강제 퇴출되는 굴욕을 겪어야 했다는 소식이다. 퇴출 이유는 태블릿계의 선두주자인 애플 제품을 함부로 모방했다는 것.

애플이 아이패드를 출시하자마자 태블릿PC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뜨거워지면서 벌써 이동용 컴퓨터의 대세로 자리를 잡아 가는 분위기다. 현재는 애플의 독주 체제가 굳건한 가운데 수많은 PC 관련 업체들도 이러한 흐름에 뒤쳐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 결과 다양한 가격과 사양의 새로운 제품들이 전 세계적으로 물밀듯 출시되는 요즘이다.

혁신에 실패하고 망신당한 삼성전자

새로운 물건의 출현은 새로운 조작 방식 및 사용 체험과 병행한다. 21세기의 출발과 더불어 컴퓨터와 온라인 시대가 대중화하면서 삶의 환경, 생활의 방식이 뚜렷하게 바뀌어 나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컴퓨터와 온라인은 종래의 그 어떤 신문물보다도 강한 위력을 발휘하였다. 반세기전 사람들은 거실의 TV를 보며 중독을 이야기했지만 우리들은 지금 방마다 컴퓨터를 놓아두고는 중독을 걱정하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변화의 흐름은 음악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컴퓨터의 등장으로 인해 청소년들의 방에 놓여 있던 자그마한 오디오들이 모두 자취를 감춘 이래 음악을 접하고 구매하고 소비하는 모든 방식이 과거와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그리고 최근 들어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등장으로 터치인터페이스와 모바일인터넷의 시대가 활짝 열리면서 디지털 시대의 음악 문화는 2차 격변기를 맞이하려는 참이다.

   
혁신적 인터페이스가 돋보이는 히틀란티스 www.hitlantis.com
 
혁신적인 음악 감상 인터페이스의 등장

새롭고 혁신적인 음악 감상 인터페이스의 등장은 가장 주목할 만하다. 사람들이 음악을 감상하고 소비하는 방법이 모두 동일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멜론이나 소리바다와 같은 음악 포털 사이트에 로그인하여 원하는 가수를 검색해서 찾아 듣거나 아니면 '점빵 주인'이 메인 화면에 늘어놓은 특정 음악을 듣는 것은 꽤나 일반적인 방식이었다. 또는 음원 순위표에 게시되어 있는 인기 음악들을 순위에 따라 주욱 청해 듣거나. 마치 오래전 카세트나 레코드를 들을 때처럼 자신이 듣고 싶은 음악이 아니어도 일단 귀로 흘려보내는 식이다.

하지만 새로운 기기들과 함께 등장한 새로운 음악 감상 인터페이스들은 그동안의 음악 감상 방식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이들은 터치 인터페이스와 소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결 풍성해진 음악적 경험을 선사해준다. 또한 개방과 공유라는 온라인 세상의 미덕은 새로운 음악 서비스의 주요한 속성이다.

개방과 공유 정신을 존중하는 음악 서비스

음원을 무료로 나눠주고 나눠 갖는 방식보다는 음악과 음악인에 관한 알찬 관련정보를 개방하고 공유하는 방식들이 많다. 덕분에 청취자들은 과거에 비해 매우 확장된 음악적 체험과 교감을 누릴 수 있다. 이들은 공유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org)와 같은 비영리 콘텐츠는 물론 유튜브(youtube.com), 라스트에프엠(last.fm) 등 콘텐츠를 개방하는 영리 사이트를 자유롭게 활용하고 재편집한 인터페이스로 청취자의 눈길을 모으고 있다.

키보드로 텍스트를 입력하는 대신 유려하게 디자인된 인터페이스들을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리며 원하는 음악을 찾아다닌다. 풍부한 음악, 관련정보, 팬들을 위한 부가 정보들이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와 더불어 다채롭게 제공된다. 최신 서비스들은 음악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한결 깊이 있게 만들뿐만 아니라 공연 산업의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아이튠즈로 집중되었던 음악서비스의 중심축도 이에 따라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등대처럼 고마운 서비스, 한국엔 없거든요?

단조로운 검색 방식과 더 많은 이윤을 위한 셈법이 주도하는 홍보 장벽에 가로막혀 넓고 자유로운 음악 세계로의 유영에 실패한 이들에게 새로운 인터페이스의 등장은 밤바다의 등대 같은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문제가 있다면 우리나라 동해, 서해, 남해에는 아직 그러한 모바일 등대가 없다는 것. 태평양으로 대서양으로 글로벌을 향한 내비게이션을 실행해야 고마운 등대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음악 서비스가 현재 매우 경직되어 있기 때문이다.

멜론, 엠넷, 벅스, 소리바다 등의 현행 음악 서비스는 성격이 대동소이하다. 서비스 내용이 시장 논리와 상관없는 단일한 행정 지침에 의해 규정되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소리바다를 고사시키기 위한 대자본의 꼼수가 성사되면서 이런 상황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심각한 것은 새로운 환경이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혁신 세력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소리바다, 벅스뮤직의 오랜 분쟁을 통해 ‘음악서비스는 결국 권리자에게 다 빼앗기고 만다’는 부정적인 경험칙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혁신 없이는 미래도 한류도 없다

   
개방과 공유, 디바이스 환경을 잘 살린 앱 discovr
 
젊은 사람들이 좋은 음악을 듣고 자라면 그 나라의 음악 문화는 풍성해지게 마련이다. 그것이야말로 세계적인 스타가 나오고 시스템이 창출되는 기반이다. 최근 한류의 기세가 등등하지만, 풍요로운 문화적 환경이 아니라 까라면 까는 척박한 군대식 문화로부터 형성된 까닭에 이것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보다 더욱 풍성한 음악문화가 세계 곳곳에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삼성의 굴욕은 우리 대중가요의 미래를 예견케 한다.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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