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남녀가 출연해 ‘애정촌’이라는 숙소에서 서로의 감정을 확인해 가는 과정을 그대로 담은 프로그램 SBS '애정촌-짝‘의 출연자가 또 ’과거‘ 논란에 휩싸였다. 프로그램 인터넷 게시판 상에 확인되지 않는 ’과거‘에 대한 글이 올라오며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것이다.

지난 31일 방송된 SBS '애정촌-짝'의 여자 6호는 방송 내내 배려 깊은 모습을 보여 방송이 나가고 난 뒤 시청자들에게 ‘천사표’로 불리는 등 호평을 얻었다. 하지만 방송 게시판에 확인되지 않는 과거에 대한 글이 올라오며 순식간에 ‘불륜녀’ 라는 오명을 얻게 되었다.

SBS '애정촌-짝‘의 출연자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 29일부터 7월 27일까지 방송된 방영분의 출연자가 사실은 ‘성인영화 배우’였다는 인터넷 게시판 상의 추측이 확산되었던 적이 있다.

 “성인영화배우가 ’짝‘을 찾는 프로에 감히...” 라는 저열한 논리에 “성인영화배우는 방송에 나오면 안되냐”는 식의 대응이 이어지는 소모적인 논쟁이 잦아들고 난 뒤 해당 출연자는 “나는 성인 영화 배우가 아니다. 나만 아니면 됐지 싶어 일일히 대응하지 않았다”고 한 언론을 통해 입장을 밝혀 논쟁을 벌인 네티즌을 무안(?)하게 하기도 했다.

   
@CBS노컷뉴스
 
일반인 출연자가 나오는 프로그램에는 언제나 크고 작은 논란이 따라다녔다. tvN의 ’화성인 바이러스’ 등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의 출연자에게는 다른 ‘목적’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의 시선이 있었고 그것은 ‘홍보’ 논란으로 이어지곤 했다. 실제로 방송 출연 후 연예계에 데뷔했다든지 알고보니 쇼핑몰 운영자라든지 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그것이 ‘독특한 삶을 살아가는 지구의 화성인’ 을 소개한다는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흔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SBS '애정촌-짝‘의 출연자에 대한 논란은 ‘홍보’ 논란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의 파장으로 이어진다. 시청자들은 ‘짝을 찾으러 나왔다’ 는 일반인 출연자들에게 큰 감정이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감정이입이 출연자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논란이 ‘여론’이 되는 과정에서 일부 언론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일부 네티즌에 국한되었던 진실공방이 언론에 의해 무차별적인 기사화로 이어지며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알려지는 악순환을 낳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 언론은 확인할 수 없는 게시판 상의 글에 일부 네티즌의 반응을 그대로 옮겨 기사화하고 이는 곧바로 포털에 주요 기사로 배치된다.

1일자 포털의 주요 검색어엔 ‘여자 6호 과거논란’이 있으며 그를 클릭하면 관련된 기사가 뜬다. <짝 여자 6호, 천사표에서 불륜녀로> 식의 자극적인 제목의 내용이 비슷한 기사가 포털에 몇페이지씩 뜨고 있는 것. 기사는 주로 일부 네티즌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수준이지만 일부 언론은 근엄하게 네티즌에게 ‘신상털기’를 중단하라는 충고를 날리기도 한다. 그런 기사 아래엔 ‘네티즌 탓 하지말고 확인되지 않는 추측을 받아써 기사로 만들지 마라’ 라는 날선 댓글이 달린다.

   
@CBS노컷뉴스
 
네티즌은 언론 탓을, 언론은 네티즌 탓을 한다. 사실 방송 출연자에 대한 논란이 이런 식으로 번진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SBS '애정촌-짝‘의 출연자에 대한 논란은 ’당사자 인권 침해‘라는 기본을 말하기에 앞서 논란이 어떤 식으로 생성되고 유통되는 지에 대한 하나의 사례라는 점에서 집중해 볼 필요가 있다.

게시판 상에 출연자에 대한 추측성 글이 올라오면 네티즌이 그를 두고 설왕설래를 벌인다. 이 논란의 성격이 당사자의 인권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저열한 수준의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러한 논란은 대부분 얼마 지나지 않아 언론사의 기사로 슬며시 등장한다. ‘네티즌이 이러 이러한 주장을 하고 있다’가 대부분인 내용의 기사다.

언론은 논란이 되고 있는 글에 대한 진위 검증은 고려도 않은 채 우선 그것을 그대로 옮기는 쪽을 택한다. 그러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이러한 식의 마녀사냥은 멈춰야한다는 충고를 하는 식의 기사가 나온다. 마녀사냥이 옳지 않다는 것은 정확한 지적이지만 좀 전 까지 ‘불륜녀’에 대한 공방을 중계하던 기사의 변신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처음부터 언론은 글의 진위나 그로 인해 발생할 2차 피해에 대한 관심은 없다. 그저 벌어진 ‘논란’이 중요할 뿐이다. 언론은 네티즌의 설왕설래를 기사로 만들어 그를 ‘여론’으로 만든다. 그 여론에 피해 입는 사람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책임은 지지 않는다. 이것이 네티즌을 핑계로 기사를 내보내는 언론의 현실이다.

책임지지 않는 언론의 끝은 어디일까. 소셜네트워크 앞에서 갈수록 움츠려 드는 기성 언론의 오늘이 이런식이라면 내일은 뻔하다. 그냥 읽고 흘려버리는 가십성 보도가 아니냐는 변명도 구차하긴 마찬가지다.  독자의 신뢰가 없는 언론에 영향력이 유지될 리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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