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선거보도 총평
지자체선거보도 총평
편파적 의제설정 선거본질 은폐

한통사태·용공시비 등 정부 입맞따라 의도적 왜곡·축소 잇따라

이번 지자체 선거보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특정 사안에 대한 불공정 여부보다는 의제 설정의 자의성과 편파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언론이 갖는 중요한 기능중의 하나인 사회적 의제 설정에 있어 집권여당에 유리한 기사는 살리고 불리한 내용은 죽이는 구태의연한 모습이 여전히 되풀이 됐다.김대중씨의 정계복귀 여부, 지역감정 문제 등 야당에 불리한 내용은 선거기간 내내 보도의 중심을 차지했다.

반면 부산진구청의 후보동향 보고, 민자당 정원식 서울시장후보 자원봉사 신청서 배포 등 관권 부정선거 의혹과 성역을 침범당한 종교계의 반발 움직임등 여당에 불리한 내용은 단발성 내지 형식적인 보도에 그쳤다. 북한 쌀 제공, 정부 선심성 정책 등 정부 여당의 치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사안의 부풀리기식 보도도 의제 설정의 편파성을 보여준 전형으로 꼽히고 있다.

우선 김대중씨의 정계복귀 문제는 뉴스가치를 충분히 인정한다 하더라도 지나치게 부각됐다는 점이다. 어떤 면에서는 김대중씨 문제가 선거쟁점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기 조차 했다. 물론 김대중 아태재단이사장의 민주당 지원유세와 이에 따른 그의 정계복귀 문제는 정치흐름상 민감한 주제였고 뉴스가치도 적지 않은 것이었다.

문제는 그의 정계복귀 문제 그늘에 가려 34년만에 부활된 지방자치의 의의라는 선거의 본질이 거의 실종되다시피 했다는 것이다. 특히 논란의 여지가 있는 김이장의 지원유세를 사실상의 정치활동 재개로 보면서 그가 지역갈등을 새롭게 조장하고 있다는 논조를 폄으로써 김이사장을 지역갈등 조장의 주범으로 모는 민자당의 선거전략에 동조하는 듯한 인상을 보였다.

선거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내내 이 문제를 쟁점화 함으로써 반사이익이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지를 따져보는 신중함이 필요했다. 다뤄야 할 주제이긴 했지만 그 정도와 수위가 적정선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김대중이사장의 정계복귀에 대한 지나친 쟁점화는 이번 선거보도를 선거보도가 아닌 기존 정치보도의 관성에 묶어두는 한계를 낳았다. 정당간, 후보자간 정책의 차이 등 유권자에게 알려야 할 정보는 적고 여야의 속셈읽기에 치중하는 기사는 흘러 넘쳤다.

또 이번 선거보도는 전초전이라 할 수 있는 한국통신노조의 쟁의에 대한 보도에서부터 첫 단추가 잘못 꿰어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부분의 언론은 노조가 파업의사를 밝힌 사실이 없음에도 마치 노조가 불법쟁의를 하고 있고 곧 파업에 들어갈 것처럼 보도함으로써 사회 전반의 안정희구 심리를 부추켰다.

김영삼대통령의 국가전복 운운 발언에 대한 여과없는 보도, 한국통신노조의 명동성당 농성이 북한의 조종에 의한 것이라는 박홍서강대총장 발언의 확대보도는 어떤 형태로든 여당의 표늘리기에 한몫을 했다.

언론이 보도의 기준을 어디에 맞추고 있는가는 명동성당의 경찰투입과 관련, 천주교의 범교단적 반발에 대한 이중적 보도태도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동아 조선 중앙 등 대부분의 언론은 87년이후 처음 열린 시국미사등 정부에 대한 집단적 규탄 움직임은 2-3단으로 작게 처리했다. 그러나 천주교가 선거등을 감안해 행동유보 방침을 밝히자 이는 사회면 머릿기사 등으로 크게 보도했다.

부산진구청의 후보동향 보고서 작성, 민자당 정원식 서울시장후보의 자원봉사 신청서 대기업 무더기 배포 사건도 충분히 쟁점화 할 수 있는 내용이었으나 슬그머니 묻혀버리고 말았다. 선거의 성격 규정 문제에 있어서도 민주당과 자민련 등 야권의 김영삼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라는 주장은 언론의 주목을 전혀 받지 못했다. 간혹 유세에 나온 일부 야당 후보가 ∼라고 주장했다는 정도로 언급하는게 고작이었다.

이에 반해 민자당의 행정일꾼을 뽑는 선거라는 주장은 판세분석 기사의 단골메뉴로 등장했다. 정부 선심성 공약의 나열, 김영삼대통령 동정의 부각 등 역대 선거의 고질적 병폐는 이번에도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특히 정책의 현실성 여부에 대한 검증은 이번 선거가 4개선거를 함께 치름으로써 후보자가 엄청나다는 기술적인 문제와 맞물려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시아 경기대회 성공개최 지원 특별지원법 제정, 고용보험제 본격 실시, 주택할부제도 실시, 의료보험 혜택 확대 등 재탕성 또는 선심성 공약이 매일 꼬리를 물었다. 정부가 왜 선거시기에 이런 정책을 무더기로 내놓는지를 비판하는 기사는 눈에 띠지 않았다. 내무부가 지방세 중과세 대상에서 부산 대구를 제외하는 지역 특혜성 정책을 발표한데 대해서도 일부 신문을 제외하고는 거의 문제삼지 않았다.

김대통령의 동정도 하루에 2-3개 이상 빠지지 않고 보도됐다. 북한 쌀 제공, 김대통령의 정상회담 가능성 시사 발언 등 정부의 치적으로 여겨질 수 있는 내용은 연일 크게 보도됐다. 북한 쌀 문제와 관련, TV3사는 하루종일 생중계를 하다시피 했다. 대구가스폭발 참사때 낮방송 10분으로 넘어갔던 것에 비해 극히 대조적이었다.

북한에 대한 쌀 제공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이런 의미를 차분하게 되새기면서 냉정하게 남북관계의 향후 진로를 모색하기 보다는 정부가 대단한 일을 했다는 식의 포장에 열을 올리는 보도태도가 여전히 반복됐다는 점이다.

집권당이 선거때마다 되풀이하는 야권후보에 대한 용공시비도 민자당과 민주당이 전력에 대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는 가장 무책임한 방식으로 이를 확대재생산하는 역할을 했다. 투표일 직전 민자당이 민주당 조순후보에 대해 남로당 가입등 전력문제를 들고 나온데 대해 그 근거를 따지거나 독자적인 취재를 통해 사실에 접근하기 보다는 민자당 박범진대변인은 이렇게 주장했다는 편리한 방식으로 보도한 것이다.

과거 이같은 용공시비로 얼마나 많은 정치인이 피해를 봤고 그로 인해 우리 정치의 후진성이 심화돼왔다는 역사적 안목이나 비판의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서울신문은 24, 25일 연속 조순후보 남로당 입당설 해명하라는 성명성 제목을 달아 1면 중간 머릿기사 등으로 크게 취급했다. 방송사들이 올해 6·25 특집극을 예년에 비해 2배 가까이 편성해 선거직전인 24, 25일 집중방송한 것도 뭔가 석연치 않은 인상을 주는 대목이다.

방송개혁국민회의 등 시청자단체들은 방송의 경우 영상편집의 편파성 문제가 심각하게 나타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들 단체들은 유세장 보도의 경우 여당 후보들의 유세장면은 안정감 있게 비춰지고 있는데 반해 야권 후보들은 어수선한 모습 등 거칠고 부정적인 인상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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